[박기철 칼럼]스쳐 지난 살레르노
상태바
[박기철 칼럼]스쳐 지난 살레르노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2.07.25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㊿ / 칼럼니스트 박기철

 

살레르노에서 성의없이 스쳐 찍은 사진들(사진: 박기철제공)
살레르노에서 성의없이 스쳐 찍은 사진들(사진: 박기철제공)

민족과 민속, 문화와 풍습이 다른 외국 여행 때는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사는 일상 때보다 더 총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이를 총기관리聰氣管理라고 스스로 일컫는다. 총기를 잃지 말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겠다. 만일 팀장이 팀원들을 인솔하며 다닌다면 팀장은 팀원들의 심기心氣를 다독여 관리해야 하고 팀원도 팀장의 총기를 헤아려 관리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힘들어도 즐겁게 다닐 수 있다. 팀원의 심기와 팀장의 총기는 보완관계이며 상관관계이며 인과관계다. 팀원의 심기가 좋아야 팀장의 총기도 좋아지며 팀장의 총기가 좋아야 팀원의 심기도 좋아진다. 총기와 심기가 건강하게 살아나야 팀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팀원은 그 판단에 순종하며 따라올 수 있다. 물론 우리 평범한 일상에서도 늘 그렇지만 외국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혼자 여행 때 역시 더욱 총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나름의 독자적인 총기가 있어야 판단력을 가지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 그 결정이란 크게 세 가지다. 방향-돈-시간!  어디로 가며 얼마나 쓰며 언제까지 있는가? 이 셋은 서로 얽히며 설켜 있다.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서 나폴리까지 밤배를 타고 왔다가 도깨비에 씌웠는지 뭣에 홀렸는지 다시 시칠리아를 가겠다며 기차 타고 남쪽으로 내려간 것은 아주 우매하고 바보같은 결정이었다. 다행이 중간에 코센자까지만 내려 갔다가 거기서 방향을 위로 돌려 살레르노까지 올라 온 것은 총기있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반나절을 허비했다. 밤늦게 도착한 살레르노에서 결정할 일도 방향-돈-시간이다. 오늘 하루 숙박비를 내며 여기 머물 것인가? 아니면 밤늦게라도 떠서 다른 데로 갈 것인가? 나는 후자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잘되었는지 못되었는지는 지금 당장 알 수 없다. 모른다. 아무튼 나는 2차대전 때 이태리의 임시수도이기도 했으며 역시 엄청난 사연과 역사와 흔적이 있는 살레르노를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버스 막차 시간 때문에 배고픈데 밥먹을 시간도 없어 치킨 한 마리 사서 아말피로 향하는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뜯어 먹어야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우리네 긴 인생도 짧은 여행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라던데 내가 어느 쪽을 지향하며 어디에서 살며 번 돈을 어디에 쓰며 사는지가 인생에서의 중요한 결정사항일 것이다. 아름답고 여성스럽게 사는 생활방식인 <美~女~文> 역시 삶의 방향이며 이에 따라 내가 벌며 쓰는 돈이며 내가 쓰며 지내는 시간일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