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객선 운항 중단 1년 반...2900억짜리 웨딩박람회장이 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상태바
한일 여객선 운항 중단 1년 반...2900억짜리 웨딩박람회장이 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 취재기자 정재원
  • 승인 2021.09.21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재팬 불매운동 여파에 코로나19까지 겹쳐 텅 비어버린 터미널
건물에서 활용 중인 곳은 4층 사무실과 5층 컨퍼런스 홀 뿐
일부 선사는 파산, 나머지도 화물 운송으로 근근이 버티는 상황
9일 오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출발 층의 대합실 모습. 평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 터미널 관계자와 시설관리 직원들만 보일 뿐 배를 타기 위한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지난 9일 오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출발 층의 대합실 모습. 평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 터미널 관계자와 시설관리 직원들만 보일 뿐 배를 타기 위한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지난 9일 늦은 오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평소라면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출발 수속을 밟아야 할 카운터는 모두 닫혀있다. 대합실엔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들다. 전광판은 테스트 화면만 띄우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비행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공항에 비해 간단한 출입국절차와 도심에서 가까운 위치(대중교통기준 남포동 20분, 서면 35분)라는 무기로 이 터미널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저렴한 배삯으로 일본에 가서 담배, 화장품 등의 면세품을 사 오는 일명 면세점관광도 성행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런 유행의 흐름에 발맞추어 2900억을 들여 북항 재개발부지에 전 세계 여객터미널 중엔 제일 근사한 터미널을 준공했다.

노재팬 운동과 코로나19 장기화의 주름살은 깊고도 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취항하는 곳을 알려주는 조형물과 터미널의 모습. 부산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이 터미널은 부산항만공사가 노후화된 구 터미널을 대체하기 위해 2900억을 들여 지난 2015년 개장했다. (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취항하는 곳을 알려주는 조형물과 터미널의 모습. 부산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이 터미널은 부산항만공사가 노후화된 구 터미널을 대체하기 위해 2900억을 들여 지난 2015년 개장했다. (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이 터미널의 2019년의 7~9월 탑승객은 13만 4681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61.8% 감소했다. 일본이 한국을 향해 단행했던 경제 보복의 여파였다. 일본의 불공정한 경제 보복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한국 국민들은 일본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노재팬운동이라는 불매 운동을 벌였다. 불매운동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선사들은 줄어든 승객으로 인해 노선 감축, 운휴에 들어갔다.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중 더 큰 재난이 찾아와 버린다. 바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다. 코로나 19는 각 국가의 국경을 걸어잠그게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여파로 이 터미널에서 운항하던 모든 여객선은 운항을 중지했다.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진행형이다. 2021년 이 터미널의 탑승객은 0명이다.

선사들 중 일부는 이미 파산, 여객선 매각도 고려 중

부산항국제여객여객터미널 선석에서 대기중인 여객선들. 한국과 일본을 이어주던 역할을 하던 이 여객선들은 지난 3월 이후로 한 번도 자신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부산항국제여객여객터미널 선석에서 대기중인 여객선들. 한국과 일본을 이어주던 역할을 하던 이 여객선들은 지난 3월 이후로 한 번도 자신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이 터미널을 이용하던 8개 고속여객선사 중 2곳은 이미 파산한 상태다. 남은 6개의 선사도 화물선 운영을 통해 근근이 버티는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 국적의 한 선사는 부산과 대마도를 오가던 선박 한 척을 여수-거문도 노선 운항에 투입했다. 일본 국적의 한 선사는 보유 중인 선박 한 척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원래라면 지난 3월에 새롭게 투입하려 했던 한국 국적 선사의 한 선박은 아직까지도 운항을 시작하지 못했다.

점점 텅 비어가는 터미널과 빠져나가는 사람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출발 층 편의점과 카페는 언제 마지막으로 영업을 한 건지 모를 정도로 굳게 닫혀 있다. 분식집은 입점 준비 중이란 현수막만 걸려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출발 층 편의점과 카페는 언제 마지막으로 영업을 한 건지 모를 정도로 굳게 닫혀 있다. 분식집은 입점 준비 중이란 현수막만 걸려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터미널의 운영이 장기간 멈추면서 터미널에 입점해있던 상점들도 하나둘씩 빠져 나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현재 이 터미널에 입주한 48개 업체 중 10곳 이상이 휴업, 폐업 상태라고 한다. 실제 이날 방문했을 때도 상주직원들이나 5층 컨벤션센터 이용객이 사용하는 식당, 편의점 등을 제외하곤 모두 불이 꺼져있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700명 후반대에 달하던 상주 직원 수도 500명 정도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마저도 대부분 이 터미널을 운영하는 부산항만공사의 직원이나 시설관리를 위한 인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터미널 활용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해보지만 버티기 힘든 코로나 상황

한 방송사가 주최한 육아박람회 행사로 인해 사람들이 북적이는 5층 컨벤션홀의 모습. 관계자 외 사람 한 명 찾기 힘들었던 아랫 층 터미널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한 방송사가 주최한 육아박람회 행사로 인해 사람들이 북적이는 5층 컨벤션홀의 모습. 관계자 외 사람 한 명 찾기 힘들었던 아랫 층 터미널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그렇다고 이 터미널을 운영하는 주체인 부산항만공사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진 않았다. 처음부터 터미널+컨벤션센터로 지어진 건물의 목적에 따라 5층에 있는 컨벤션 센터는 활용되고 있었다. 주말엔 웨딩박람회 등이 열리는 듯했다. 대권 주자인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후보 등도 부산을 찾았을 때 이 곳에서 행사를 했다. 공기업의 NCS 시험 등도 열리면서 이 건물을 그나마 활용하고 있었다.

트레블 버블 등을 이용해 대마도 등과 같은 지역을 다시 이어보려는 시도도 있긴 했다. 하지만 델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한일의 코로나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면서 이는 무산되고 말았다. 부산항만공사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가 예측할 수 없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이 나와 우리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표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위해 준비를 해야할 때

위드 코로나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실제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에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연구를 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백신접종을 완료한 관광객들에게 격리를 면제시켜주며 다시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흐름에 곧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재의 백신접종율 추세에 따르면 10월 말경이면 우리도 단계적 일상회복의 단계로 가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시대가 오면 다시 이 터미널엔 한국을 찾는 외국인,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한국인들이 몰려 올 것이다. 그런 날을 기대하며 다시 많은 승객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