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주부 한미숙(47, 부산 서구) 씨는 시금치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한 씨는 “코로나로 외식을 기피하고 있으니 집에서 밥을 해 먹을 일이 많다”면서 “그런데 상추 한 장에 300원 꼴이고 시금치 한 단에 5000원이다. 마트에 들어서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치솟은 물가에 고개를 내저었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간, 저녁 찬거리를 위해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가득한 대형마트지만, 농산물 코너는 한산하다. 직원 김희경 씨는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엔 채소를 다시 채워 넣어야 하거나 재고가 부족해 텅텅 비어 있는 날이 많았는데, 최근 몇 달간 그런 적이 없다”며 “비싸서 손님들이 예전만큼 찾지 않으니 물량도 적게 들어오고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채소가 많다”고 전했다.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농경지 침수 등 피해를 입으며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0.7% 상승했다.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8% 상승했다. 특히 신선채소는 전월 대비 25.5%, 전년 동월 대비 28.6%을 기록하며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지난 달에 비해 배추(37.3%), 호박(104.3%), 상추(57.5%), 파(38.5%), 시금치(48.0%) 등이 상승했다.

계속되는 물가상승에 외식업계도 시름을 앓고 있다. 동네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 모(부산 서구) 씨는 “코로나19 탓에 손님도 줄어들었는데 필수 재료인 쌈 채소 가격도 올라 힘들다”며 “쌈 채소를 더 달라고 요청하는 손님들에게 못 드린다고 할 수 없어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과일 가격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농산물유통정보센터에 따르면, 4일 기준 홍로 햇사과의 도매가는 10kg당 7만 2400원이다.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계속 오르자, 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차례상 품목 물가를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7만 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만 8400원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고 8일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 40만 4730원으로 지난해보다 8만 270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부산시는 시와 구·군에 추석 명절 물가대책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물가안정 대책 특별팀을 구성한다고 4일 밝혔다. 농·축·수산물, 개인서비스요금 등에 대한 물가안정 대책을 추진하며 현장 지도·점검에도 나선다고 덧붙였다.

16개 구·군과 함께 전통시장, 대형마트 중심으로 주요 품목 수급 및 가격동향 등 현장물가 점검 활동을 하고 물가안정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다. 또한 부산시는 정부 비축물량을 최대한 방출하고, 산지 집하 활동을 강화하는 등 수요물량을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물가 안정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기자 이선주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