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PC방 영업 중단되자 ‘PC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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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PC방 영업 중단되자 ‘PC텔’ 인기
  • 취재기자 정수아
  • 승인 2020.09.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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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밍 호텔, ‘PC텔’, ‘겜텔’로 불리면서 이색 데이트 장소로 떠올라
PC방 점주들, “방역 잘 하는데 왜 우리만?...PC텔 성행에 맘고생 중”
오픈 채팅방에 동행 여성 구한다는 문구 많아 자칫 위험 초래할 수도
부산의 피시방(왼쪽)과 노래방 출입문에 부산시에서 내린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부산의 PC방(왼쪽)과 노래방 출입문에 부산시에서 내린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코로나 때문에 PC방도 노래방도 문을 닫아 이제는 더 이상 놀 곳이 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8월 19일부터 PC방,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12개 시설의 영업이 중단됐다. 2주 후에 풀릴 것 같던 중단도 연기되면서, PC방, 노래방 등 12개 시설 점주들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계속되는 영업 정지에 PC방 이용객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았다. 일명 ‘PC텔’은 PC방과 모텔의 합성어로 숙박업소에서도 PC방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PC방이 영업 정지되기 전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게이밍 호텔이 지금은 PC텔, 게임텔 등으로 불리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산시 연제구에서 영업 중인 한 PC텔이다. ‘배그룸’, ‘커플 PC룸’ 등에서 고사양의 컴퓨터로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사진: ‘여기 어때’ 숙박예약 앱 캡처).
부산시 연제구에서 영업 중인 한 PC텔이다. ‘배그룸’, ‘커플 PC룸’ 등에서 고사양의 컴퓨터로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사진: ‘여기 어때’ 숙박예약 앱 캡처).

PC텔은 고사양 PC를 갖추고 있고, 롤(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 그라운드 등 여러 게임이 가능하다. 가격은 PC방보다 많이 들지만, 지금처럼 마땅히 게임을 즐길 곳이 없는 게이머들에겐 최적의 장소다. 평소 게임을 즐겨 하는 대학생 박성현(24, 부산시 남구) 씨는 “원래 집에서 혼자 게임하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하는 게 훨씬 재밌다. PC텔도 PC방 못지않게 시설이 잘 돼있어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같이 모여서 가볼 만하다”고 말했다.

게이머들이 PC텔을 찾는 이유는 단지 코로나로 인한 PC방의 영업정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PC텔에서는 PC방과 달리 배달음식을 마음대로 시켜 먹거나 집처럼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흡연석에 가야 하는 불편함 또한 없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PC텔은 커플들의 이색 데이트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숙박시설 예약 앱 ‘야놀자’는 ‘온종일 커플 PC!’라는 커플을 겨냥한 기획전을 만들어 PC텔을 홍보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PC텔’을 검색하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PC텔을 갈 인원을 구하는 채팅을 올리고 있다(사진: 카카오톡 오픈채팅 캡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PC텔’을 검색하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PC텔을 갈 인원을 구하는 채팅을 올리고 있다(사진: 카카오톡 오픈채팅 캡처).

반면, PC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대학생 김민영(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PC텔을 검색하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PC텔을 갈 사람을 찾고 있지만, 아직 PC텔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아 이렇게 모르는 사람과 함께 단둘이 개방돼있지 않은 장소에 가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씨는 “PC텔 오픈 채팅 방의 설명만 봐도 '여자만', '술 마실 여자분' 등의 글을 써놓은 걸 볼 수 있다”며 “PC방처럼 대중적이고 안전한 공간은 아니기에 오픈 채팅으로 익명의 사람을 만나 PC텔에 가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실 비용을 나눠서 더 싸게 내기 위해 여러 사람을 모아 함께 PC텔에 가자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PC방 점주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네이버의 한 PC방 창업, 정보 공유 카페에서는 PC텔 관련 글에 “PC방 영업이 중단되면서 이용자들이 PC텔로 몰리고 있어 감염 우려가 다분하다”, “왜 소독 잘 하고 방역수칙을 다 지킨 우리만 피해를 봐야 하냐”, “한 번 PC텔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다시 PC방으로 돌아올지 의문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현재 PC텔은 며칠 전에 예약을 하지 않고는 이용이 힘들다. 회사원 권영우(29, 경남 창원시) 씨는 “평소 게임을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PC텔을 가려고 했는데 해운대 근처 PC텔은 예약이 꽉 차서 갈 수 없었다. 여러 PC텔에 대실 문의 전화를 했지만 지금은 게이밍룸이 다 차서 대실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며 “PC방 영업 정지 때문에 사람들이 PC텔을 이용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PC텔의 전망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많은 PC텔 이용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숙박업소 예약 앱에 남긴 후기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에는 “편하다”, “코로나로 인해 PC방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데 PC텔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다. 반면, 최근 PC텔을 처음 이용한 대학생 박기훈(25, 부산시 금정구) 씨는 “PC텔이라고 해서 갔더니 컴퓨터가 너무 느리고 원래 하던 게임이 설치돼 있지도 않아 돈만 날린 기분”이라며 “PC텔이 PC방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하루빨리 코로나가 진정돼서 PC방과 노래방, 나아가 많은 소상공인들이 걱정을 덜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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