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아내의 맛’ 출연...정치인의 예능 출연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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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아내의 맛’ 출연...정치인의 예능 출연 괜찮은가?
  • 취재기자 김수빈
  • 승인 2021.01.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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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아내의 맛’에, 나경원 전 의원과 박영선 장관 출연
시청자들, “인간미, 친근감 느껴져” 정치에 대한 관심 높아져
선거 앞두고 예능 출연에 “이미지 메이킹 의도” 비판 시각도
지난 5일 나경원 전 의원이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해당 방송분은 ‘아내의 맛’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사진: TV조선 ‘아내의 맛’ 방송 캡처).
지난 5일 나경원 전 의원이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해당 방송분은 ‘아내의 맛’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사진: TV조선 ‘아내의 맛’ 방송 캡처).

친구처럼, 혹은 동네 언니·형처럼. 정치인들이 TV 예능 출연을 통해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아내의 맛’에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출연했다. 나 전 의원은 방송을 통해 집 내부는 물론 남편과 딸까지 최초 공개했다. 또한 세안하는 모습,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 등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며 카리스마 있고 냉철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잠시 내려놨다.

나경원 전 의원은 4일 출연한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국민과 거리가 멀어진다고 느껴져서 가까워지고 싶었다”며 예능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나 전 의원의 바람처럼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이 출연한 방송분은 수도권 시청률 11.4%, 분당 최고 시청률 15.4%를 기록하며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도청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업무 현장을 보여줬다(사진: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방송 캡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도청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업무 현장을 보여줬다(사진: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방송 캡처).

TV 예능 프로그램에 정치인이 출연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MBC 예능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연해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2012년에는 SBS 예능 ‘힐링캠프’에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SBS 관찰 예능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출연해 사랑꾼 남편의 면모를 보였고, KBS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출연해 업무 현장을 보여줬다. 오는 12일 방송될 TV조선 ‘아내의 맛’에는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박영선 장관이 출연할 예정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치인은 ‘인간미’와 ‘친근함’을 앞세워 국민들 앞에 다가섰다. ‘아내의 맛’ 나경원 전 의원의 방송분을 본 시청자들은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인 ‘인간 나경원’의 평범한 일상을 볼 수 있어 더 특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나 전 의원이 정치권에서는 항상 강인하고 지적인 모습을 보여 왔는데, ‘아내의 맛’ 방송에서는 친근하고 훈훈한 모습이 나와 반전이었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정치 냉소주의(정치 자체나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나 태도)를 해소해준다는 의견도 있다. 한 누리꾼은 “정치라 하면 왠지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라서 평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인을 보니 일반 방송인 같아 보였다. 오히려 소탈한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전했다.

반면, 예능 출연을 빌미로 선거 등을 앞세우고 이미지 메이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 특히 최근 예능에 출연한 나경원 전 의원과 박영선 장관은 오는 4월 7일 있을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유력 후보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됐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따르면, ‘방송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6일 발표한 논평에서 “현행법상 보궐선거는 선거일 60일 전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며 “TV조선 ‘아내의 맛’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유력한 정치인을 섭외해 출연시켜도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민언련은 “TV조선 ‘아내의 맛’은 선거 시기를 코앞에 두고 정치인을 출연시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을 이용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고 비판했다.

경성대 윤리교육과 조경근 교수는 정치인의 TV 예능 출연에 대해 “정치인이 본인의 정치적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경우, 방송 출연을 통해 시민과 유대감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인지도 개선과 선거 당선이 목적이라면 (정치인의 방송 출연은) 부도덕한 행위로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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