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치인에 맹신적인 ‘팬덤 정치문화’··· 견제와 지양하는 자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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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치인에 맹신적인 ‘팬덤 정치문화’··· 견제와 지양하는 자세 필요하다
  • 부산시 해운대구 조재민
  • 승인 2020.11.16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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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의 ‘팬덤화’··· 정치적 냉소주의 해소할 수 있지만 진영논리 우려돼
합리적이지 못한 정치 팬덤문화 이어질 경우 ‘건강한 정치’ 기대하기 어려워

‘팬덤(fandom).' 특정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을 뜻하는 단어다. 국내에서는 주로 유명한 연예인이 팬덤의 대상이 된다. 오늘날 팬덤 문화는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 무비판적, 무조건적인 옹호로 진영논리에 빠져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에서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 문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국내에서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 문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까지만 해도 나는 정치판의 팬덤 문화를 비판적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 자체에 무관심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편이었다. 내 주변 또래 친구들을 보더라도 SNS에 정치인과 관련된 각종 ‘짤’을 만들고 공유한다.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정치의 팬덤화는 일종의 놀이문화가 된 것이다. 문제는 팬덤이 특정 정당을 과도하게 옹호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나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보였던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결구도, 자신과 반대되는 정치 성향을 적폐로 몰아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이라고 여기는 진영논리를 보면서 팬덤 문화는 사회적 병리 현상이라고 느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국 일가의 비리, 울산시장 부정선거, 정의기억연대 비리 의혹을 보는 관점에서도 정치 팬덤은 나타났다.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야 할 일에 팬덤의 무리들은 ‘편’을 갈라 서로를 헐뜯느라 바쁘지 않던가?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하면서 정치 팬덤 문화의 문제점은 피부로 와닿았다. 그의 사망 소식이 퍼지자 기사와 SNS에 달린 댓글 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피해자에게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참았냐”고 의심하는 것이었다. 열성 지지층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태도를 보면서 무비판적이고 몰개성적인 정치 팬덤 문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한 시장 상인의 신상정보를 털어 비난한 열렬 지지층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에 대한 비판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입장과 의견 차이에 대한 존중은 사라진지 오래다.

팬덤의 무리들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들은 구성원으로서 안정감을 느끼고 자아 정체성을 확립한다. 마치 사용자가 흥미 있어 할 만한 것을 추천해 주면서 선택된 정보에만 노출되는 알고리즘 시스템처럼, 미디어는 이들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든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 편향’은 포퓰리즘 정치와 팬덤을 더욱 가증시킨다. 나는 이성적, 합리적이지 못한 정치의 팬덤화가 지속된다면 결국 건강한 정치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은 승리 연설에서 ‘통합과 치유’를 강조했다. 이처럼 자신과 정치적 반대 성향의 의견을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정치 팬덤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팬덤을 이용해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포퓰리즘에 휘둘려 맹신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지지하는 정치인의 인간적인 측면이 아닌 이념과 정책을 살펴봐야 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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