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줄 모르는 직장 내 '갑질대마왕들'…괴롭힘 금지법 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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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줄 모르는 직장 내 '갑질대마왕들'…괴롭힘 금지법 개정 시급
  • 취재기자 박상현
  • 승인 2020.12.29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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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2020년 10대 갑질’ 발표
법 개정을 통해 직장인 인권 향상 기원
직장갑질119는 올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2849건들 중 10건의 사례를 선정했다(사진: 더팩트 제공).
직장갑질119는 올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2849건 중 10건의 사례를 선정했다(사진: 더팩트 제공).

대학생 김 모(25, 부산시 사하구) 씨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시간제로 근무하며 여러 일을 겪었다. 같은 아르바이트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타 직원들의 보건증과 등본 등의 서류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사장의 사적인 심부름도 그의 몫이었다. 재고 주문량을 잘못 조절하거나, 매장이 본사의 지적을 받기라도 하는 날은 사장의 높아진 언성을 감내해야 했다. 그의 근로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매장관리와 음료 제조가 전부였다.

지난 2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이메일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접수된 사례들을 토대로 선정한 ‘2020년 10대 갑질 대상’을 발표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는 총 2849건이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폭행 사건은 물론,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공관병 갑질 등 심각한 갑질 사례들이 공론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갑의 횡포는 사그라들 줄 모른다.

폭행 관련 갑질 ‘양진호 상’은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상사가 수상했다. 상사는 직장인 A 씨와 함께 차에 탔을 때, A 씨의 머리를 두 차례 가격했다. A 씨가 실수라도 한 날은 “XX야 왜 그랬냐? 한숨 쉬냐? 죽을래?”라며 욕설을 일삼았다. 상사는 정시에 퇴근한 A 씨를 향해 “할 일이 없어 퇴근했냐? 그만두고 싶지? 그만두게 해줄게”라며 폭언을 내뱉기도 했다.

잡일 지시 관련 ‘박찬주 상’은 한 회사의 사장이 수상했다. 사장은 직원에게 본인 소유 별장에서 김장과 밭매기 등 업무 외적인 노동에 강제로 참여시켰다. 사장은 매달 야외활동이라는 명목하에 1박 2일 동안 직원들에게 별장 울타리와 조명 등의 교체를 지시하기도 했다.

“어디 가서 알바 한답시고 남의 사업장 피해주고 다니지 마”라며 “야, 너 같은걸 돈 주고 써 줬음 바닥에 엎어져 절이라도 해”라고 직원을 모욕한 대기업 화장품 회 점장은 ‘모욕 대상’을, “내 말이 X 같냐?” 등의 폭언을 내뱉은 한 회사의 사장은 ‘쌍욕 대상’을 수상했다.

대망의 갑질 대상은 한 회사의 대표가 수상했다. 일명 ‘갑질 대마왕’이라 불리는 대표는 직원들의 개인 메신저를 통해 “회사가 수입이 없으니 6개월간 무급 휴가를 하거나 무임금 노동을 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열정이 없는 자는 이 상황을 함께 헤쳐나갈 수 없다”며 무급휴직 혹은 무임금 노동을 강요했다.

갑질 대마왕은 3개월 내 성과를 내면 월급을 인상하고 추가근무 수당과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매일 새벽 3시까지 야근하며 주말까지 추가로 근무한 직원은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외에도 CCTV로 직원을 감시하고, 여직원에게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등 갖가지 갑질을 일삼았다.

직장갑질119는 해당 사례들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보완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 권무섭 대표는 “이미 필요한 개정안들이 발의되어있다”며 “정부 여당과 국회는 하루 속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출근하는 직장이지만, 노동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자아실현을 하는 공간이 직장이다. 조속한 법 개정으로 2021년에는 직장의 노동 인권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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