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갑질 곳곳에서 아직도 여전하다…코로나19 언택트 시대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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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갑질 곳곳에서 아직도 여전하다…코로나19 언택트 시대의 명과 암
  • 취재기자 손다은
  • 승인 2020.12.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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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로 택배량 20% 증가했지만 그들에 대한 처우는 변화 없어
대부분 택배 기사 6일 이상 근무하고 소비자 택배 갑질도 여전히 발생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문화의 발전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그 속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언택트 문화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택배 문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는 지금, 사람들은 대부분 생필품과 더불어 다양한 물건들은 택배로 시키는 추세다. 원래도 업무량이 많은 택배 회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늘어난 택배 물량이 택배기사와 물류 노동자에게 연쇄적인 피해를 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법의 울타리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택배 물량의 과도한 증가로 인해 택배기사가 과로사로 숨지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과중 업무 문제는 이들의 고용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특수 고용직으로 분류되어 대부분 주 52시간 근로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일정한 월급 대신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선 많은 양의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 지난 9월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생활물류 택배물동량’에 따르면, 올해 1∼8월 물동량은 21억 6034만여 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20.0% 증가했다.

언택트 문화의 발달로 택배업은 가장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택배기사의 노고가 숨어있다(사진 :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언택트 문화의 발달로 택배업은 가장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택배기사의 노고가 숨어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택배기사 과로가 연일 뜨거운 감자인 지금, 정부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40%는 성수기에 14시간 이상 노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택배기사 업무여건 및 건강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주일간 업무 일수가 성수기 비성수기 모두 6일 이상이 가장 높았으며, 성수기는 7일 업무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일 업무시간은 성수기에는 14시간 이상, 비성수기에는 12~14시간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10시간 이상 업무 응답자는 약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점심식사 등 휴게시간은 30분 미만이 88.8%로 가장 높았고, 점심식사는 주로 업무용 차량 내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시간’이다. 일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 중 건강을 위해 사용한 시간은 극히 적었다. 지난 1년간 업무 중 사고로 진료 또는 검사를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시간부족으로 나타났다. 증세가 경미하거나 대체인력이 없는 것도 이유였지만, 검사를 받으러 갈 시간도 없을 만큼 택배기사의 업무량은 엄청나다. 근무 중 건강 이상을 느껴도 진료 또는 검사를 받지 못한 이유도 45.1%가 시간부족을 꼽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응답자가 현재 업무에 육체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견딜 만함’과 ‘전혀 힘들지 않음’을 선택한 응답자는 겨우 3.1%에 불과했다.

또 다른 문제는 택배기사가 그저 배달 업무만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분류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성수기 비성수기 모두 5시간 이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성수기의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이는 성수기 즉, 택배량이 늘어날수록 택배기사가 부담해야 할 분류 작업량도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업무와 관련해서 허리, 어깨 등에 통증 등을 느낀 주요 원인으로 상하차 등 분류업무가 3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주 업무도 아닌 분류작업이 택배기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별도의 분류인력이 있는 경우는 22%에 불과했고, 별도 분류인력이 있는 경우 그 비용은 택배기사 본인 부담인 경우가 가장 높았다.

택배기사의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지만, 택배기사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과 대우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18일 전남 영광군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택배기사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 아파트 입주민은 택배기사가 택배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오래 잡아둔다는 것을 이유로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이에 해당 아파트를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문이 인터넷상에 퍼지며 화제가 된 것이다. 대학생 박수빈(22, 부산시 북구) 씨는 택배기사를 향한 갑질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말한다. 박 씨는 “코로나로 인해 택배기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 차가워진 것 같다. 물론 외부인이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은 예민한 문제지만 마치 택배기사를 바이러스 보듯 하는 것은 너무 심한 행동이다. 안 그래도 과도한 업무량으로 힘든 택배기사들의 마음마저 힘들게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택배기사 과로사를 막기 위해 지난달 12일 정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놨다. 그 내용은 택배사별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주간 택배기사의 경우 심야 배송 금지를 위해 앱 차단을 권고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분류작업은 노사 간 조정을 거쳐 표준계약서에 반영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대리점주에게 택배기사 건강진단 의무를 부과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택배기사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 조항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는 원칙에 따라 종사자 본인이 직접 제출하도록 한다.

택배회사들 또한 택배기사의 과도한 노동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 중이다. 한진택배는 10월 26일 업계 최초로 심야 배송을 중단했고, 롯데택배도 이번 달부터 심야 배송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했고, 지난 10일에는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이 분류 지원인력과 관련해 택배기사에게 해당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체국 택배는 지난 23일부터 손잡이가 있는 택배상자를 사용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택배 상자 옆에 구멍을 내서 손잡이 형태로 만든 상자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는 실제로 무게를 10% 이상 줄일 수 있다. 평소 허리, 등, 어깨의 부상이 잦은 택배기사에게 손잡이 있는 택배상자는 무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이 상자는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강원지역 우체국에서 우선 판매하고 내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늘어날 손잡이 달린 박스의 모습이다. 손잡이가 있으면 화물의 무게에 10%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 택배기사의 부담이 덜어진다(사진 : 취재기자 손다은).
앞으로 늘어날 손잡이 달린 박스의 모습이다. 손잡이가 있으면 화물의 무게에 10%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 택배기사의 부담이 덜어진다(사진: 독자 손다은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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