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공유 애플리케이션 ‘젠리’, 재미도 좋지만 사생활 노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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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공유 애플리케이션 ‘젠리’, 재미도 좋지만 사생활 노출 주의가 필요하다
  •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 승인 2020.11.30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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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마다 위치, 배터리 사용 등 업데이트돼 수면여부까지 알 수 있어...감시·스토킹, 악용될 가능성 다분
코로나19로 학교 못가는 10대들, 유대감 소속감 확인 위해 ‘젠리’ 이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최근 친구 간 따돌림 등 악용 사례 있어...위치 파악해 피해 다니는 곳까지 찾아가 괴롭히겠다는 의도
일명 ‘인싸어플’로 불리는 ‘젠리’가 10대를 비롯한 Z세대들 사이에서 화제다(사진: 위키피디아 이미지).
일명 ‘인싸어플’로 불리는 ‘젠리’가 10대를 비롯한 Z세대들 사이에서 화제다(사진: 위키피디아 무료 이미지).

시간은 흐른다. 언제나 주류 문화의 중심에 있을 것 같던 나도 이제는 그 언저리에서 희미한 끈을 붙잡고 있다. 가끔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면, 신문물을 처음 접한 어르신들의 고충이 짐작되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세대교체의 시작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분야는 바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젠리(Zenly)'라는 앱은 현재 위치, 사용 기록, 배터리 충전 여부 등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실시간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여간 꺼림칙한 것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공개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러한 생각도 이제는 구식으로 치부되는 것일까. Z세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재 초, 중학생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친목 도모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10대들의 필수 애플리케이션 젠리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친구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위치 공유 애플리케이션이다. 젠리 앱 안에서 친구들의 위치정보는 10분마다 갱신된다. 앱을 활용하면 상대방의 위치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 여부도 확인할 수 있으며, 선택한 대상이 현재 수면 중인지 활동 중인지도 알 수 있다.

앱을 사용하더라도 무조건 자신의 위치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치를 숨기고 싶다면, 모드(mode)를 변경하면 된다. 젠리의 위치 공유는 3가지 모드가 있다. ‘투명 모드’는 자신의 실시간 위치를 지인들에게 정확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안개 모드’는 실시간 위치는 공개하지만, 정확도가 낮은 대략적인 위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얼음 모드’는 사용자의 위치가 해당 설정 이전에 공유된 마지막 위치로 고정되는 것이다. 얼음 모드 선택 시 10분마다 실행되는 위치정보 갱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칫 위험해 보일 수 있는 해당 앱이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친구들과의 유대감 및 소속감 유지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현재 10대들은 학교에 가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학교에 가더라도 친한 친구를 못 만나는 경우도 생긴다. 10대들은 이러한 현상들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레 친구들의 일상이 궁금해졌을 것이다. 젠리는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인 애플리케이션이다. 친구들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며, 만약 친구들이 자신의 주변에 모여 있다면, 찾아가 함께 어울려 놀 수도 있다.

20대 중반, 성인의 눈으로 바라본 젠리는 불안하다. 젠리의 주요 기능인 실시간 위치 공유는, 사실상 실시간 위치추적과 같은 말이다. 자녀 혹은 어르신의 신변 보호 등 위치추적의 순기능도 분명 존재하지만, 악용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해당 앱을 며칠 사용하면, 듣거나 방문한 적 없는 친구의 집 주소는 물론 그의 직장까지 알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도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직장 상사의 감시는 물론, 자녀를 향한 부모의 감시도 가능함을 의미하며, 나아가 스토킹 등으로 악용되어 인권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젠리가 아이들 간의 따돌림에 악용된 사례도 있다. 언론에 따르면, 한 국내 커뮤니티에는 ‘왕따 휴대폰에 젠리 깔아두게 하면 좋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동선을 파악해 그 친구가 있거나, 들렸던 장소는 피해 다닐 것이라는 등의 철없는 소리를 담고 있다.

젠리의 이용자들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언론에 따르면, 관련 업계는 젠리의 국내 가입자 규모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그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10대들은, 어쩌면 아직 어린 탓에 위치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위치정보는 자칫하면 절도범, 스토커 등 범죄자들을 향한 초대장으로 변질할 수 있다. 게다가 따돌림 등으로 악용된 사례도 있으니, 사용 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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