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장기화··· ‘디지털 히키코모리’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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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장기화··· ‘디지털 히키코모리’ 우려된다
  • 부산시 해운대구 조재민
  • 승인 2020.11.07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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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확산 따른 원만한 인간관계 우려··· SNS로 안부 살피는 오늘날
‘1인가구’, ‘펫 이코노미’···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 개인주의화 경계해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untact)’도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네이버 검색창에 비대면을 검색하면 ‘비대면 면접’, ‘비대면 봉사활동’ 등과 같은 연관 추천 검색어가 노출된다. 축제와 같은 문화생활부터 직장 생활까지 전반적인 행동양식마저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사람들과 대면 모임은 줄어들고, 각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는 점차 분노로 번져 ‘코로나 레드’까지 이어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는 점차 분노로 번져 ‘코로나 레드’까지 이어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된 오늘날, 나는 가장 먼저 원만한 인간관계가 우려됐다. 외출을 자제하게 되면서 서서히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 됐다. 친구와 약속을 잡더라도 늘 사람이 적은 곳에서 만나고, 최대한 짧은 동선을 생각하게 됐다. 이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거리가 먼 친구들과의 약속은 대부분 취소됐다.

생각해보면 ‘인간관계의 비대면화’는 코로나19 전부터 진행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의 근황을 알 수 있다. 전화와 이메일처럼 이미 생활 속 깊이 자리 잡은 문명의 이기들도 비대면의 한 모습이다.

나는 오늘날 주기적으로 만나는 가까운 사람, 용건이 있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타인과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외의 사람들은 SNS에서 각자의 게시글에 종종 안부 인사 같은 댓글을 달며 비대면의 의사소통을 가지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는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우리 모두 ‘디지털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로 변해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에서도 더 낮은 비용과 시간, 감정을 소모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대면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굳이 온라인으로 해야 하나’ 생각했던 업무들은 이제 ‘굳이 직접 만나서 해야 하나‘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경제까지 얼어붙었다. 청년들의 취업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결혼 또한 미루거나 기피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 즐기는 생활문화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늘자, 펫 이코노미(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나는 새로운 문화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대인관계의 개인주의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오늘날 비대면 서비스의 최대 단점은 낮은 해상도와 의사소통의 부정확성이다. 통신의 불안정성을 포함해 이런 점들이 미래에 개선된다면, 새로운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에 적응하듯 결국 인간관계에서도 ‘직접적 친밀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SNS에서 ‘내 인생에 2020년은 없다’는 말이 떠돈다. 유난히 긴 장마로 인한 인명피해, 코로나19 등 다사다난한 일로 올해는 인생에서 없는 해로 하자는 말이다. 비대면의 일상화도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인파가 북적거리는 거리, 시끌벅적하게 정이 넘치는 시장 풍경을 생각하면 비대면 사회는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대면으로 인해 일어나는 온갖 범죄와 위계질서, 차별 등을 생각한다면 무엇이 과연 비인간적인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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