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20학번 대학교 새내기, "학교 한 번 못 가보고 군대 가게 생겼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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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20학번 대학교 새내기, "학교 한 번 못 가보고 군대 가게 생겼네ㅠㅠ"
  • 취재기자 조유란
  • 승인 2020.07.10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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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서로 얼굴도 모르고 고작 비대면 대화가 전부
동아리활동, MT, 술자리 등 대학생활 낭만 모두 날아가

대학생 김재원(20, 경남 진주시) 씨는 올해 20학번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에 발도 붙여보지 못했다. 그는 “캠퍼스 구경도 못 해봤다. 학교가 어떻게 생긴 줄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대학이 비대면 수업으로 1학기를 마친 후, 올해 새로 입학한 새내기들은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김 씨처럼 캠퍼스 구경조차도 못 해본 신입생들은,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뒤로 한 채 묵묵히 집에서 수업을 들었을 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새내기들은 어떤 고충을 겪을까?

올해 대학 신입생들은 학교를 한 번 가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 학기를 마쳤다. 그래서 비운의 신입생이라고 불린다(사진: EpicTop10.com 제작, flicker 무료 이미지).
올해 대학 신입생들은 학교를 한 번 가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 학기를 마쳤다. 그래서 비운의 신입생이라고 불린다(사진: EpicTop10.com 제작, flicker 무료 이미지).

경남대 경찰학과 신입생 조선우(20) 씨는 입학 전 학과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학과 활동을 접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학과 동아리 활동을 보고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조 씨는 “유도와 축구 등 스포츠 활동을 주로 하는 학과 동아리가 학과에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정말 재밌는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 기간이 연장되면서 그의 실망감만 점점 커졌다. “그래도 4월엔 비대면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면 수업이 무기한 연장되고 결국 비대면 수업으로 1학기를 마치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새내기 기대감을 접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수업이 아니다 보니, 신입생으로서 생소한 대학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있다. 대학생 정진안(20, 경남 진주시) 씨는 “수업에 집중해보려고 해도 잘 안된다. 화면을 보고는 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평소 게임을 좋아하는 대학생 김강훈(20, 경남 진주시) 씨는 "컴퓨터로 대학 수업을 듣는 것이 낯설다. 게임 생각에 집중이 어렵다. 내가 게임을 해도 교수님이 모를 것 같아, 몇 번 강의를 켜놓고 게임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신입생들은 선배나 동료들을 만나지도 못했고 서로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경남대 식품영양학과 정태양(20) 씨는 비대면으로만 동기들과 이야길 나눠봤다. 정 씨는 “친구들 얼굴도 본 적 없다. 재밌다고 말로만 들어본 MT도 가고 싶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경남과학기술대 간호학과 이창준(20) 씨는 평소 친형에게 대학 생활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는 “형은 새내기 때, 강의를 마치고 동기들과 술 마시러 가는 게 제일 즐거웠다고 했다. 2학기엔 꼭 나도 이뤄보고 싶은 로망”이라고 말했다.

마음껏 대학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의 심정도 답답하기만 하다. 주부 김현주(45) 씨의 아들은 가을 무렵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녀는 “아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강의 듣고, 과제하는 일만 반복하다 한 학기를 끝냈다. 드디어 대학을 간다며 좋아했는데, 대학 생활도 즐겨보지 못하고 군대에 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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