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남학생들, 여학생 스크린 얼굴 보며 품평
화상회의하는 직장인들도 화면 속 얼굴에 신경 쓰기 일쑤
무더위와 태풍을 헤치고 가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어 선선한 공기를 만끽하기 어렵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답답한 마스크를 집에서도 착용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화상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답답함을 무릅쓰고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원인은 뭘까? 마스크를 착용하고 화상 강의를 듣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에는 “내 외모를 남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하다”, “뒤에서 외모를 평가하는 무리가 있다고 들었다” 등이 있었다. 친구들의 답변을 듣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 또한 비슷한 이유로 외모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쓰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곤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화상 강의로 인해 외모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 언론에서는 많은 청소년이 화상 강의 시 외모 지적에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직장인 53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스트레스 및 온라인 갑질 경험’의 결과에 따르면, 12.2%의 직장인이 화상회의 시 외모, 복장을 지적받았다고 답했다. 원활한 업무지시가 이루어져야 할 회의에서도 외모 평가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렇듯 외모 평가 및 지적은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더욱 대두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로부터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외모에 집착하고, 외모에 대한 평가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내가 고등학교 때 겪은 일이 있다. 당시 수능이 끝나고 몇몇 여학생들이 외모를 가꾸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받고 왔다. 나와 내 친구들은 이전보다 눈이 커진 친구들을 칭찬하고 격려했다. 그 친구가 받는 칭찬과 관심에 나도 수술을 받아볼까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왜냐하면, 아까까지 나와 같이 외모를 칭찬하던 친구들은 뒤에서 친구의 성형한 눈을 비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요소가 외모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외모는 상대의 전부가 아닐 뿐더러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외모에 집착해 상대의 내면과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화면 속 사람의 눈이 큰지, 코가 높은지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남의 외모를 평가하지 않는 사회는 외모에 집착하지 않는 사회로 귀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