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식 입는 '개강룩' 대신 대면 시험 때 '기말고사룩' 입어
대학생활 실망한 20학번 반수, 군입대 등으로 시간 벌기도
최근,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20학번은 내년에도 새내기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우스갯소리로 돌고 있다. 실제로 이에 동감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전 대학교 신입생의 경우, 첫 강의실에 입성하기 전까지 신입생은 할 일이 많다. 선배들의 인솔 하에 이뤄지는 예비대, OT, 입학식, MT 등을 통해 동기들과 안면을 트며 학교와 친해질 기회를 갖는다. 고등학교 때와 완전히 다른 대학교 시스템을 신입생이 알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이러한 관례는 매년 진행해왔지만 올해처럼 입학식을 비롯해 모든 단체 활동이 취소되는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학기 초의 단체 활동·모임뿐만 아니라 강의마저도 오프라인 대면 강의에서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며 신입생들의 ‘대학 환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건물을 옮겨가며 강의를 듣는 것도, 공강 시간에 즐기는 학생식당 밥도, 동아리 활동들도 모두 그림의 떡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개강하는 날 입는 ‘개강룩’ 대신 유일하게 등교할 수 있는 대면 시험이 있는 날에 입는 ‘기말고사룩’을 입는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에 다른 선배학번들은 “얼마나 학교에 가고 싶었으면 이러는지 불쌍하다” 또는 “그래도 기말고사에 너무 오버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부 학과의 경우에는 실습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고충이 있었다. 미술전공인 한다빈(22, 충남 천안시) 학생은 “집에 실습도구가 없어 과제나 실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가야 한다. 특히나 미술 교구는 가격이 비싸 가정에서 준비하기도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아교육과 이슬비(23, 대전시 대덕구) 학생은 “모의수업 실습을 줌으로 대체해서 진행한다. 크게 어려움을 겪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런 비대면 대학생활에 실망을 느낀 20학번의 관심은 ‘반수’나 ‘군대’로 향했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캠퍼스에 발을 딛지 못하게 되자, 차라리 이 시기를 더 생산적으로 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입시 포털사이트 유웨이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반수 의향이 있다는 질문에 46.5%가 있다고 대답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번 달 육군 기술행정직의 경쟁률은 작년 1.1:1에서 1.5:1로 증가했다. 육군 기술행정직은 대학생에게 인기가 많은 보직 중 하나다.
군 입대와 반수를 선택하지 않고 자기계발에 힘쓰려는 학생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수도권 지역감염을 통해 하루 통계 200명 이상 전염되기 시작하면서 헬스장·피트니스·수영장 등이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격증 시험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어학 학원 역시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다수며, 자격증 시험에 수험생들이 몰리자 시험 일정을 잡는 것도 어려워졌다.
경성대 재학생 송민지(20, 부산시 남구) 씨는 “신입생이지만 대학생활을 누리지 못해 힘들다”며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우울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성대학교는 코로나 블루뿐만 아니라 대학생활, 성적 관련, 진로탐색 등 학생들의 고민 상담을 돕기 위해 학생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개인상담·집단상담을 선택할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도 상담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