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례 할머니는 젊은이들 희망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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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할머니는 젊은이들 희망의 아이콘!
  •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 승인 2019.10.1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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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2남 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 ‘막례’로 불렸다. 글이 배우고 싶어 학교에 가고자 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뜻대로 되지 않았고 어려서부터 일만 죽도록 했다. 스무 살에 결혼해 세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이 집안을 등한시해 홀로 아이를 키우며 과일 장사, 엿 장사, 꽃 장사, 파출부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식당을 열고 40년간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출근해 일했다. “관뚜껑 덮을 때까지 일하다가 갈 팔자려니”하고 체념하고 살던 칠순 무렵의 어느 날, 그녀는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손녀 정유라 씨는 ‘우리 불쌍한 할머니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며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곧바로 할머니와 호주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을 다녀온 후, 손녀는 추억 삼아 찍은 여행 영상을 혼자 보기 아깝다며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다. 기적의 시작이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박막례 할머니 인생은 그녀의 묘사처럼 정말 부침개처럼 확 뒤집혔다. 그녀와 손녀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는 구독자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유튜브 CEO, 구글 CEO 등 세계 저명인사들이 박막례 할머니를 만나보고 싶다며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박 할머니는 초대에 기꺼이 응하며 손녀와 함께 호주, 일본, 프랑스, 스위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베트남 등 세계 곳곳을 누비는 중이다.

현 시대는 나이 든 여성의 긍정적 서사가 너무 부족하다. 이는 박막례 할머니 채널이 더 소중하고 뜻깊은 이유다. 당장 ‘노인’이라는 키워드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미디어에 주로 노출된 노인과 관련한 뉴스는 노인 우울증, 디지털 소외현상, 고독사 등등 부정적 얘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국내 노인 고독사 문제는 점점 상황이 악화돼 최근엔 고독사 보험 특약 상품이 나왔을 정도다. 이런 사회 현실 속에서 사막에서 썰매를 타고, 바다에서 스노우쿨링을 즐기고, 스위스에서 낙하산을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70대 여성의 모습은 타성에 젖어있는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깊은 울림을 준다.

PD, 촬영기자, 출연자 세 몫을 동시에 해내는 손녀 정유라 씨는 이 유튜브 채널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좋은 곳에 쓸 줄 아는 사람이다. 대표적인 예로 86만 조회 수를 기록한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 그렇다. 이 영상은 박 할머니가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햄버거를 먹기까지 과정을 담고 있다. 얼핏 보기에 단조롭고 새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패스트푸드 점에 비치된 키오스크(무인 주문 결제기기) 때문에 다른 식당을 가겠다는 박 할머니의 모습, 키오스크 앞에서 굉장히 당황하는 할머니의 모습, 시행착오 끝에 주문했지만 결국 주문을 잘못해 원하는 햄버거가 아닌 다른 햄버거를 먹으며 실망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전부 영상으로 담아내며 키오스크로 인한 디지털 소외 현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해하기 쉽고 친근하게 구독자들에게 풀어놨다. 나 또한 이 영상을 보기 전까진 키오스크가 노인분들은 이용하기 어렵겠다는 막연한 인식은 갖고 있었지만,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 메뉴를 읽기에 불편함, 테이크아웃/ 프렌치프라이 등 불필요한 외래어 사용이 많음’ 과 같은 구체적인 어려움은 알지 못했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박 할머니 영상을 예시로 들며 키오스크와 노인 디지털 소외 현상을 묶어 문제를 제기한 기사가 여러 건 보도되기도 했다.

“희망을 버리면 절대 안 돼요.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워 담으세요.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거야.”박 할머니가 자신의 팬들을 향해 힘주어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절대주의가 아닌 상대주의라고 되뇌어 보지만 나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박 할머니가 한 이 말을 떠올려보면 다시금 힘이 난다.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것이라는 이 진리를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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