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숨진 고 권대희 법 발의로 촉발된 수술실 CCTV 설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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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로 숨진 고 권대희 법 발의로 촉발된 수술실 CCTV 설치 논란
  • 부산시 해운대구 도민섭
  • 승인 2019.10.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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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등이 대리로 수술하는 유령 수술, 수술실 내의 각종 비인격적 행위와 성희롱, 의료사고 등 환자들의 수술실 내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환자는 수술대에 누운 순간부터 수술이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 무면허 의료 행위가 횡행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 입장에선 기댈 곳이라곤 CCTV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운영되는 병원 수술실에는 CCTV가 없는 곳이 대다수다. CCTV 설치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양악 수술을 받은 남성은 환자복에 소형 녹음기를 숨기고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 중 의료진들이 각종 비하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환자의 성기를 놓고 “포경수술은 안했네. 얼굴을 많이 했는데”, “트랜스젠더 같다. 내 아들이면 호적 팠다” 등 발언을 쏟아냈다. 게다가 자신을 진료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집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유령 수술과 환자 성희롱 현장을 녹음기로 적발한 것이다.

수술실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故 권대희 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 중 사망했다. 유족이 CCTV 장면을 확인할 결과, 집도의는 당시 여러 명의 환자를 수술하다 권 씨의 수술실을 나갔다. 이후 권 씨는 지혈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장시간 방치됐다.

유령 수술뿐만 아니라 故 권대희 씨의 사망 사건 등으로 인해 수술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CCTV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은 높아지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관련 법안 및 녹화 영상 보호 관련 의료법 개정안(일명 권대희법)이 국회에 발의됐다가 대한의사협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한의사협회는 CCTV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의사의 직업 수행 자유를 침해하고, 의사의 진료 위축과 방어진료로 인해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주며, 영상이 유출되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해 상호 불신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논란이 된 사건 상당수도 CCTV가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결과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만일 권 씨의 수술실에 CCTV가 없었다면 유족들은 싸움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와 불리한 피해를 당한 사고자를 도와주는 블랙박스가 필수인 것처럼 의식이 없는 수술실의 환자에게는 수술실 CCTV는 꼭 필요하다.

CCTV 설치 외에도 과실 의료진 실명 공개도 의무화됐으면 한다. 최근 강서구 산부인과 낙태수술 사고는 지역 산모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해당 의사나 병원이 어디인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도의는 사건 발생 후 다른 대학 병원에서 근무 중이었다.

‘권대희법’은 현재 계류 중이다. 의료사고에서 환자와 환자의 가족은 철저하게 ‘을’이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보상받거나 판정을 받기 어렵다. 대한의사협회 눈치를 보기보다 국민들을 생각해 신속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수술실 CCTV가 의무화됐으면 좋겠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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