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야외에서 즐기는 특별한 영화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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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야외에서 즐기는 특별한 영화관람
  • 취재기자 이나현
  • 승인 2019.10.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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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상영회’

지난 3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또 하나 영화팬들의 주목을 끄는 것은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상영회이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작품 <하녀>(1960), <서편제>(1993), <바람불어 좋은 날>(1980), <살인의 추억>(2003) 등 10편을 선정해 부산시민공원에서 야외 특별 상영을 하는 중이다. 영화 상영 전에는 임권택 감독, 이장호 감독, 안성기 배우, 윤여정 배우 등 특별한 게스트를 초대해 관객들과 함께하는 대화의 장을 열고 있다.

영화 상영은 태풍으로 10월 3일부터 5일까지는 부산시민공원 시민사랑채에서 상영됐고 6일부터 12일까지는 부산시민공원 야외 잔디광장에서 매일 저녁 7시에 무료로 상영되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5일엔 저녁 8시 30분에 상영이 시작됐다.

◆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하여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이 10월 5일 부산시민공원 시민사랑채에서 상영되었다. 오후 8시 30분부터 시작된 상영회는 영화 시작 전 명계남 배우와 권상희 영화 평론가의 사회와 함께 이장호 감독과 안성기 배우가 게스트로 초대되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5일, 부산시민공원 시민사랑채에서 열린 특별 상영회에서 사회자와 게스트들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나현).
5일, 부산시민공원 시민사랑채에서 열린 특별 상영회에서 사회자와 게스트들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나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좌석이 정해져 있는 일반 영화관과는 다르게 특별 상영관에서는 원하는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음식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비가 와서 실내에서 상영되었지만 가족, 연인 할 거 없이 대략 200명 정도의 많은 관객들이 모였다.

친구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러 온 지은영(부산 남구, 25)씨는 “배우 안성기님을 무대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내가 태어나기 전 영화라 잘 몰랐었는데 영화 상영 전 안성기 배우님과 감독님의 이야기들 듣고 영화를 보니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관은 좀 답답한 느낌이 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게스트로 초대된 이장호 감독과 안성기 배우가 무대로 올라오자 관객들은 큰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간단히 인사를 한 뒤 안성기 배우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작 10편 중 내가 나온 영화가 2편이 선정되어서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바람불어 좋은 날>은 1970년대 강남 개발이 시작된 뒤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여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가난한 세 청년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대의 전체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장호 감독은 영화 제목을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서 “영화 촬영을 할 때가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일어난 때였다. 그 전에는 정치적 독권이 일어날 때여서 영화 활동을 한동안 못했었다. 그러다가 4년 만에 다시 활동하면서 이제 현실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좋은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목을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고 붙였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가장 잊지 못하는 장면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배우 안성기는 “극 중에서 중국집 배달원 역할을 한다. 배달하고 다 먹은 그릇을 가져가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집 앞에 있는 큰 개가 으르렁거리며 짖어서 서성거리다가 결국 그릇을 챙겨가지고 나오면서 ‘개보다도 못한 인생 같다’면서 개처럼 울부짖는 장면이 굉장히 상징적이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배우 안성기는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영화사적 위치로 중요한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70년대 유신체제로 모든 표현의 자유를 다 잃게 되었다. 영화를 단지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79년도에 이장호 감독님의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이 모든 검열에 통과하게 되면서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 영화 <살인의 추억>(2003)

6일, 부산시민공원 야외 잔디광장에서 열린 특별 상영회에서 관객들이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나현).
6일, 부산시민공원 야외 잔디광장에서 열린 특별 상영회에서 관객들이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나현).

6일 부산시민공원 야외 잔디광장에서는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여 영화 <살인의 추억>을 상영했다. 앞선 날과 달리 야외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더욱 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 관객들은 두꺼운 옷과 담요를 두르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영화를 관람했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러 온 김태호(부산 연제구, 56)씨는 “평소 영화를 좋아해 영화관에 자주 가는데 이렇게 야외에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색다르다”며 “음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소풍 온 느낌이 들기도 해서 좋다”고 말했다.

오후 7시 영화상영시간이 되어 사회자인 배우 명계남과 영화 평론가 권상희가 무대를 시작하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번역한 미국 출신 번역가 겸 영화 평론가 달시파켓도 게스트로 함께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 삼아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들의 경쟁갈등을 그린 영화다.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면서 영화가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되었다.

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은 2003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을 번역했다. 달시 파켓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 “번역을 하면서 너무 좋은 작품이라서 놀랬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영화 강의를 하는데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영화를 20번 정도 봤다”고 말했다.

앞뒤 장면에 아이들을 배치시킨 봉준호 감독님의 연출 의도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달시 파켓은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를 비교하는 의미일 수도 있고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솔직함을 표현하는 의미 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12일까지 부산시민공원에서는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로 야외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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