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추석에 다시 생각하는 도시의 익명성...고독사 발견까지 1주일, 발견자는 이웃 아닌 우유 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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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추석에 다시 생각하는 도시의 익명성...고독사 발견까지 1주일, 발견자는 이웃 아닌 우유 배달원
  • 울산시 울주군 이현지
  • 승인 2020.10.0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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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 수급자 노인의 고독사 발견에 1주일 소요...우유 쌓인 것 보고 우유 배달원이 숨진 노인 발견
이웃 간 왕래 없고 관심 없어진 도시의 차가운 익명성이 낳은 현상
코로나로 어려운 비대면 추석 맞아, 이웃 간 정 복원할 관심 필요

지난달 9월 15일, 경기 파주시에서 기초 생활 수급을 받으며 혼자 살던 60대 남성이 숨진 지 1주일여 만에 우유 배달원에 의해 발견됐다.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 나는 위의 60대 남성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신고한 사람이 그를 담당하는 복지센터 직원도 아니고 바로 옆에 사는 이웃집 사람도 아닌, 평소 우유를 배달하던 우유 배달원이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도 그의 이웃들은 그의 죽음을 아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유 배달원은 단지 비어 있어야 하는 우유 배달 주머니에 1주일 치 우유가 쌓여있다는 사소한 점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소한 점이 발견되기까지 꼬박 1주일이 걸렸다.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나무처럼, 현대인은 도시에 몰려 살아도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익명성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고독사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나무처럼, 현대인은 도시에 몰려 살아도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익명성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고독사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그렇다면 왜 이웃 주민들은 그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분명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 문제도 있을 것이고, 아파트 주민끼리 왕래하지 않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왕래하지 않는, 서로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도시의 익명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같은 공간 내에서 살아가면서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고 왕래가 없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는 내 어릴 적 일들이 떠오른다.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서는 그저 같은 공간에 살기에 앞집, 옆집,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어울리고 왕래하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우리 집에 아무도 없으면, 나는 당연하게 옆집으로 놀러 가 함께 밥을 먹곤 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웃들 간의 왕래와 관심은 불필요한 것이 돼버렸다. 주변의 이웃들에게 관심과 왕래가 없기에, 이제 우리는 주변 이웃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알지 못한다. 만약 내 옆집 사람이 고립되어 죽어도 알지 못한다. 알 방법은 비워지지 않고 쌓여가는 우편물과 우유, 또는 어딘지 모르게 나는 이상한 냄새뿐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고립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고독사라고 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고독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고독사와 관련된 이야기나 대책, 정책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고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고독사와 관련된 기사를 볼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주변 이웃들 간의 연대나 서로 간의 관심이 있었다면 혼자 외롭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더 이상 고독사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고독사를 막기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이제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조그마한 관심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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