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디지털 소외 계층 노인들이 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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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디지털 소외 계층 노인들이 설 자리는 없다
  • 경북 포항시 임소정
  • 승인 2019.11.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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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수단을 통하지 않고서는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 마트 물건 계산, 기차표 예매, 금융 앱이나 계좌이체, 음식 주문까지 전부 무인화되고 있다. 노령층이 현 시대가 발전하는 속도만큼 따라오기 어려운 현재, 노인들이 설 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노인의 디지털 소외에 대한 대책으로 키오스크 등 무인시스템을 이용할 때 도우미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나는 이 의견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키오스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설치하는 이유가 크다. 그래서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도우미까지 고용하면, 경영상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실제로 키오스크 도우미는 키오스크가 도입된 초기에는 몇 명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보기 드물다. 또, 노인들이 한시적으로 배운다고 한들 사용하는 법을 계속 기억하고 활용할 거라고 보기 힘들다.

다른 디지털 소외 대책으로 노인들의 배우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노인이 디지털화된 세상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차이도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디지털 소외는 노인들이 배우려는 의지가 크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나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배우려는 노인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다. 경북에서 시니어 디지털 프로그램 목적으로 스마트폰 강의를 9월 한 달 동안 월요일마다 담당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지만, 활용을 못 하는 60대 이상의 노인을 위한 강좌였다. 이들은 전부 스스로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스마트폰을 배우려는 의지를 갖추고 온 사람들이었다. 배우러 온 노인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전송하는 법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몇 주간의 단순 반복 과정에도 노인들은 계속해서 같은 것을 물었고, 강의 마지막 날까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들 배우려는 의지는 넘쳤지만, 머리와 손이 따라오지 않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는 여기서 인포메이션 디자인(information design, 정보전달디자인을 뜻한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노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사진을 전송하는 법 등을 순서대로 적고, 그림을 그려서 보여줬더니 곧잘 따라했기 때문이다. 인포메이션 디자인의 기능은 하는 법을 적절히 그림 등으로 설명하여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돕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포메이션 디자인이 잘 돼 있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하나 다운받아도 그 앱을 활용하는 간단한 방법조차 설명돼있지 않다. 식당의 키오스크도 마찬가지다. 하는 법은 제시돼 있지만, 노인이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표시돼있진 않다.

인포메이션 디자인 외에 AI 스피커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AI 스피커는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주로 가정에서 쓰이는데, 전등불을 켜달라고 하거나, 에어컨 온도를 조절해달라고 하거나, 문을 잠가달라고 하는 등 자연스러운 구어체로 말을 걸면, 말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AI 스피커를 키오스크에 배치하면, 노인뿐 아니라 키오스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과 시각장애인까지도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핸드폰 요금 고지서 등 각종 종이증명서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와 있다. 올해 말엔 주민등록등도 전자지갑 형태로 스마트폰에 저장이 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전자 증명서가 대폭 확대되는 지금, 노인들이 이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계속해서 디지털 소외 계층이 소외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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