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작은 실천으로 환경 지키는 ‘용기내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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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작은 실천으로 환경 지키는 ‘용기내 챌린지’
  • 취재기자 박소혜
  • 승인 2023.12.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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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사용하지 않을 용기를 독려하는 ‘용기내 챌린지’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위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로부터 시작
면 주머니, 다회용기 사용 등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이루어져

코로나19 이후 택배와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나날이 늘고 있다. 비닐, 플라스틱 등 일회용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환경 캠페인 ‘용기내 챌린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환경파괴를 예방한다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식당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1년간의 계도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계도기간 만료 직전인 지난 11월 초 정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고려해 일회용 종이컵, 비닐봉투,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등을 사용할 경우 부과하려던 과태료 징수를 철회하고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함으로써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일회용품 줄이기 활동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시민들의 ‘탈(脫)플라스틱 운동’이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용기내 챌린지’란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비닐봉지 등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 천 주머니, 다회용기 등에 식재료를 포장해 오는 운동이다. 2020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시작된 챌린지는 ‘용기를 내고 물건을 받아간다’와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블로그, 유튜브 등 개인 SNS에 음식 포장 사진과 함께 ‘용기내 챌린지’ 또는 ‘용기내 캠페인’의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면 손쉽게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1년간 용기내 챌린지를 실천하고 있는 직장인 박근량(25, 부산시 동래구) 씨는 대부분의 저녁을 다회용기에 포장해 퇴근한다. 그녀는 분리수거를 할 때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고 용기내 챌린지에 동참하게 됐다. 박 씨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장바구니와 채소를 고를 때 담을 면 주머니는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용기내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반 이상으로 줄었다”며 “보온성도 뛰어나고 세척도 편한 다회용기 사용이 이젠 습관이 됐다”고 전했다.

SNS에 챌린지 게시물을 꾸준히 업로드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 개인 텀블러와 작은 스테인리스 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이지영(3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SNS에 용기내 챌린지 일지를 쓰고 있다. 그녀는 음식 사진과 함께 챌린지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나 개선할 점 등 짤막한 후기를 함께 올리고 있다. 이 씨는 “가끔 게시물을 올리면 주변 지인들이 다회용기, 가방 정보나 챌린지 방법을 물어보기도 한다”며 “좋은 영향력이 사람들에게 닿은 것 같아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씨가 스테인리스 다회용기에 포장된 음식을 꺼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소혜).
이지영 씨가 스테인리스 다회용기에 포장된 음식을 꺼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소혜).

반면 용기내 챌린지를 실천하다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대학생 이수민(23, 부산시 금정구) 씨는 마라탕을 다회용기에 포장하려다 용기가 작아 결국 일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했다. 눈대중으로 음식의 양을 가늠하기 어려워 발생한 일이다. 이수민 씨는 “처음 챌린지를 시도할 때는 음식의 양을 모르니 넉넉한 크기의 용기를 가져가야 한다”며 “가게에 전화해 다회용기를 가져가도 되는지, 몇 리터의 용기를 가져가면 될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현재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도 용기내 챌린지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3만 개에 육박하며 유튜브 쇼츠에서는 용기내 챌린지의 꿀팁 소개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테인리스 빈 용기를 미리 냉동실에 얼리면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음을 보여주는 영상, 육류 포장 시 아이스팩을 함께 넣어가는 영상 등이 그 예다.

살림 팁 공유 유튜버 ‘오늘무해 프라우허’는 물건 재활용, 천연 제품 추천, 용기내 챌린지 등을 실천하는 영상으로 약 1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쓰레기 없는 음식 포장 영상은 조회 수 406만 회를 기록하며 구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처음에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가게 사장님들의 거절이 무서워 정말 용기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쓰레기도 줄이고, 가게에 직접 가니 운동도 되고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유튜버 쓰레기 왕국이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다(사진: 유튜브 ‘쓰레기 왕국’ 영상 캡처).
유튜버 쓰레기 왕국이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다(사진: 유튜브 ‘쓰레기 왕국’ 영상 캡처).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쓰레기 왕국’도 일회용품 없이 배달 먹방 챌린지 콘텐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피자, 칼국수, 간장게장 등 다양한 음식을 다회용기에 포장하는 영상을 통해 용기내 챌린지의 장단점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챌린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좋다”, “내일부터 도전해야겠다”, “이런 건강한 문화가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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