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나기도 전에 쫓아내지 마세요!” ... 엔딩크레딧 무시하는 영화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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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나기도 전에 쫓아내지 마세요!” ... 엔딩크레딧 무시하는 영화관 조명
  • 취재기자 최하빈
  • 승인 2022.12.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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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료 전, 미리 켜지는 조명에 영화 관람 방해 받아
“영화 아직 안 끝났다!” 쿠키영상까지 영화의 일부분
엔딩크레딧 중 켜지는 딤머등도 영화 관람에 일부 방해

영화 속 주요 내용이 모두 끝이 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상영관 내부가 밝아지고 관람객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선다. 영화의 총 상영시간을 뜻하는 ‘러닝타임(unning time)’이 모두 끝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극장에선 ‘엔딩크레딧(ending credit)’이 시작되면 상영관의 조명을 켜 관람객에게 영화의 종료를 알린다.

영화 엔딩크레딧은 영화 제작과 관련된 배급사, 감독, 주요 연기자 등을 소개하는 영화 러닝타임의 일부다. 연극이나 음악회 등과 같은 공연의 ‘커튼콜’과도 같으며, 엔딩크레딧을 통해 영화를 이해하거나 평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하는 등 엔딩크레딧은 영화 구성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끝나기도 전 사람들이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사진: 최하빈 취재기자).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끝나기도 전 사람들이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사진: 최하빈 취재기자).

평소,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취미인 홍태정(23, 강원도 춘천) 씨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그에게는 영화를 관람할 때 반드시 지키는 그만의 철칙이 있는데, 영화의 러닝타임의 끝인 엔딩크레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며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극장이 영화가 모두 끝나기도 전 상영관 내부의 조명을 켜고 영화 관람객들에게 상영관의 출구를 알린다.

빛나는 조명과 함께 영화 관람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홍 씨는 영화 관람에 방해받을 수밖에 없었다. 홍 씨는 “영화관에 조명이 켜지고 관람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면 강제로 영화관에서 쫓겨나는 기분이 든다”며 “엔딩크레딧을 감상하며 영화에 대해 생각하거나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영화 관람 자체에 방해받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엔딩크레딧 전후에 ‘쿠키영상’을 보기 위해 영화관 엔딩크레딧을 모두 관람하는 이들도 이와 같은 문제를 토로했다. 쿠키영상은 영화의 에필로그 또는 다음 속편의 예고 영상 등을 짧게 추가하는 장면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등과 같은 영화제작사에서 자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쿠키영상을 기대하며 영화를 보러 간 관람객들은 쿠키영상이 나오기도 전 상영관 조명에 불이 켜져 영화를 관람하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

마블 영화 중 하나인 ‘어벤져스’의 유명한 쿠키영상 중 일부분이다(사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마블 영화 중 하나인 ‘어벤져스’의 유명한 쿠키영상 중 일부분이다(사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쿠키영상을 기대하며 영화를 관람하러 간 변수빈(25, 부산시 연제구) 씨는 쿠키영상이 나오기도 전 불이 켜지는 상영관에 관람을 방해 받았다. 쿠키영상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관람객들이 상영관을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스크린 화면을 가렸기 때문이었다. 변 씨는 “명탐정 코난 핼로윈의 신부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방문했었다”며 “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시리즈의 경우 에필로그 느낌의 쿠키영상 하나와 다음 해 상영될 영화 내용과 주요 등장인물을 서프라이즈 느낌으로 짧게 소개하는 형식의 쿠키영상을 총 2개 제공하는데, 쿠키영상이 나오기도 전 조명이 켜지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중을 잘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영화 상영관의 조명은 청소등을 제외하곤 모두 영사실에서 사전에 조작돼 있는 시스템대로 운영되고 있다. 영화의 본 내용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등장하는 시점에 은은하게 켜지는 조명인 ‘딤머등(퇴장등)’ 역시 문제다. 영화관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끝나기도 전에 딤머등을 켜는 이유는 관람객의 안전 때문인데, 엔딩크레딧까지 포함한 영화의 러닝타임을 기다리기엔 먼저 상영관을 나서는 관람객이 많다는 점이다.

또, 쿠키영상의 유무 역시 영화마다 다 다르다는 것도 이유였다. 쿠키영상이 엔딩크레딧에 포함된 영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많다는 것. 그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영화의 뒤편에 나오는 쿠키 영상을 엔딩 속 일부로 보고 기본 상영이 종료되면 상영관 조명이 켜지는 것으로 굳혀진 상태”라고 영화관 관계자는 밝혔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장정훈(21, 부산시 주례동) 씨는 “조명같이 민감한 부분은 큰 사고가 생기지 않는 이상 아침에 관장이나 매니저가 설정해놓은 그대로 가는 편”이라며 “아직 조명과 관련된 문제로 항의를 받아본 적은 없다”며 “아직까진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모두 다 관람하는 사람들보단 엔딩 후 쿠키 영상이 나오더라도 안 보고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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