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중고 옷 시장이 대세... 환경을 위한 가치 소비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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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중고 옷 시장이 대세... 환경을 위한 가치 소비 늘어나
  • 취재기자 김신희
  • 승인 2022.11.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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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패션 브랜드를 넘어 중고 의류 플랫폼을 향한 관심도 커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2021년 국내 중고거래시장 규모 약 24조 원
네이버, 미국 최대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로 화제
국내서 연간 37만톤 의류폐기물 발생, 중고 옷 시장은 환경에 기여
환경 저해 ‘패스트 패션’에서 ‘슬로패션’으로 변화 중인 패션 트렌드

날씨가 점점 추워지자 겨울옷을 구매하고자 하는 대학생 김유연(24) 씨는 인터넷 쇼핑을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요즘은 색다른 플랫폼을 접하고 난 이후로, 평소 자주 들어가던 의류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 ‘에이블리’, ‘무신사’는 그녀의 눈에서 벗어났다. 유연 씨는 친구가 추천해준 중고 패션 플랫폼인 ‘KREAM’을 통해 이번 시즌에 입을 옷들을 찾아보는 것에 푹 빠졌다.

애플 앱스토어 쇼핑 부문 3위에 오른 중고 의류 플랫폼 ‘KREAM’이다(사진: KREAM 앱 캡처).
애플 앱스토어 쇼핑 부문 3위에 오른 중고 의류 플랫폼 ‘KREAM’이다(사진: KREAM 앱 캡처).

최근 많은 이들이 중고 옷에 관심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2021년 국내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는 약 24조 원에 달한다. 이는 중고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그중에서도 의식주 중 ‘의’에 해당하는 의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해 중고 시장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잡았다.

흔히 알고 자주 사용하는 ‘당근마켓’뿐 아니라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 또한 중고거래 시장으로 투입이 됐다. SSG닷컴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BGZT LAB’이라는 상호로 리셀 스토어를 시작했다. 롯데쇼핑 또한 국내 1세대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를 인수해 300억 규모의 자산을 투자하며 중고 의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평소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옷을 장만하던 회사원 윤형진(28) 씨는 “중고 시장이 더 커질수록 평소 갖고 싶었던 스타일의 옷이나 신발 등 의류 아이템을 저렴하게 찾게 되어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한 윤형진 씨의 브랜드 신발(사진: 독자 윤형진 씨 제공).
중고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한 윤형진 씨의 브랜드 신발(사진: 독자 윤형진 씨 제공).

지난 10월, 네이버는 2조 3441억의 거금을 들여 ‘포시마크’를 인수해 큰 이슈를 낳았다. 네이버의 현금성 자산의 80%에 달하는 큰 거래였기 때문이다. ‘포시마크’는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사용자 80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북미 1위 온라인 패션 기업이다. 이는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 SNS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을 가졌다. ‘포시마크’는 일반 마켓플레이스와 달리 쇼핑 기능과 커뮤니티를 결합한 차세대 서비스를 통해 미국뿐 아닌 세계적으로 찾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됐다.

‘포시마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내뿐 아닌 전 세계적으로 중고 옷 시장은 점차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한화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미국 패션 시장이 한 해 동안 약 3% 성장할 때 중고거래 패션 시장은 약 33% 성장했다. 성장 속도가 10배 이상 더 큰 셈이다. 영국의 유명 백화점 ‘셀프리지’ 또한 다양한 중고 상품의 위탁·판매 매장을 신설하고 향후 10년 동안 전체 거래의 45%를 중고거래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왜 중고 옷 시장에 열광하게 됐을까?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빈티지 감성의 패션을 찾는 경우가 많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김준영(22) 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자주 찾는다. 김 씨는 “구제 사이트에 내가 원하는 빈티지 감성의 옷이 많다 보니, 요즘 나오는 패션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요즘 말로 ‘힙(HIP)’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 의류 플랫폼에서 직접 구매한 블레이저 자켓으로 ‘힙’한 스타일링을 한 김준영 씨의 모습이다(사진: 독자 김준영 씨 제공).
중고 의류 플랫폼에서 직접 구매한 블레이저 자켓으로 ‘힙’한 스타일링을 한 김준영 씨의 모습이다(사진: 독자 김준영 씨 제공).

고물가 시대로 인해 의류 가격도 비례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면화를 포함한 원자재의 값이 폭등한 데다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건비와 물류비 또한 올랐기 때문이다. 월급과 용돈으로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는 의류에 지출되는 비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브랜드나 백화점을 이용하는 대신 중고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의상들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옷과 환경도 연관성을 가진다. 환경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의류 폐기물은 8만 2000톤에 달한다. 패션 기업 공장에서 버려지는 폐섬유류까지 합치면 이 규모는 연 37만 톤으로 폐기물의 엄청난 분량을 차지한다. 이는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하는 의류를 뜻하는 ‘패스트패션’이 패션 업계에 자리하며 벌어진 일이다. 최근 들어 패션 기업들이 야기하는 환경파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가치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를 사용해 만들어진 옷, 한두 번 입고 버려지는 옷들이 기후 위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환경을 위해 제로 웨이스터로 활동 중인 정유빈(25) 씨는 쉽게 버려지는 옷들이 점점 쌓여가는 걸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정 씨는 “섬유가공 회사에서는 직물 1㎏ 당 466g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들었고, 이 이야기는 새 옷을 사기보다는 중고 옷을 사는 데에 가장 큰 이유가 됐다”며 패스트패션에서 슬로패션으로 바뀌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야길 전했다.

최근 기업들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 방식으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새 옷을 끊임없이 제작하는 것보다는 중고 옷을 활용해 환경을 지키겠다는 패션 기업이 점차 늘어나며 업계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중이다. 패스트패션의 대명사였던 의류 브랜드 ‘ZARA’는 자사 의류 리셀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 사업 모델을 제시해 수선, 재판매 및 기부를 위한 전용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 또한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인 ‘셀피’와 협업해 의류 판매를 시작했다. 더불어 의류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업으로 떠올랐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달러(약 50조원)에서 2025년 770억 달러(약 95조원)로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에게도 중고 옷은 아무개가 입고 버린 찝찝한 옷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저렴하지만 나름 깔끔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 중고 옷 시장은 현재보다 더 큰 가치를 자아낼 것이라 업계에서 예상되는 바이다.

물론 중고 거래 시장이 자체 검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개개인이 거래하는 과정이라면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상황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의 시스템이 허술하지는 않지만, 꼼꼼히 살펴보고 올바른 소비 생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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