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 이제는 느려져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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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 이제는 느려져야 할 시간
  • 취재기자 서하늘
  • 승인 2023.10.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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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 폐기물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EPR제도 발표
국내 폐의류 2018년에 비해 2020년 약 24% 늘어
패스트패션 브랜드 제품 회수 재사용 등 지속가능한 의류 추구

y2k, 고프코어룩, 올드머니룩, 발레코어룩 등 6~7개월 사이 새로운 형태의 패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맞추어 의류업계는 매번 새로운 디자인의 옷들을 공장에서 찍어내 판매한다. 현재의 트렌드에 발맞추어 살아가는 젊은 층이나 소비자들은 유행에 올라타기 위해 달마다 옷을 갈아치워야하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패스트 패션’이다. 이 단어가 나온 지는 꽤 됐지만 빠른 의류업계의 변화로 인해 계속해서 이 용어가 대두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이란 주문을 하면 빠르게 제조되어 나오는 ‘패스트 푸드’에서 변형되어 생긴 말로, 매번 바뀌는 유행에 맞춰 새로운 디자인을 빠르게 제작하고 판매한다는 뜻이다.

옷 가게의 마네킹에 여러 디자인의 옷들이 걸려있다(사진: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옷 가게의 마네킹에 여러 디자인의 옷들이 걸려있다(사진: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패스트 패션의 대표 브랜드로는 흔히 SPA브랜드가 있다. 의류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탑텐, 스파오, 자라(ZARA), 유니클로 등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1~2주 간격을 텀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선보인다. 이러한 SPA 브랜드는 디자인에는 민감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옷의 질이 좋지 않다보니 오래 못입고 버리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대학생 김정빈(25, 부산시 남구) 씨는 “빠르게 바뀌는 유행을 따라가려면 SPA 브랜드라도 옷을 구매할 때 마다 5~10만 원의 돈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돈을 들여 옷을 구매하더라도 질이 좋지 않은 원단 때문에 한철 입고 버리게 돼 아깝기도 한다며 말을 덧붙였다.

물가가 올라감에 따라서 SPA 브랜드의 옷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도 청년들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자라(ZARA)의 옷을 살펴보면 자켓은 기본 7~10만 원, 맨투맨은 5~7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의류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부분을 생각하면 청년들에게는 꽤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패스트패션인 만큼 빠르게 바뀌는 옷들, 그리고 생겨나는 의류 쓰레기와 더불어 대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가격은 더 이상 SPA브랜드들을 애용할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패스트패션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대학생 박성민(24, 부산 수영구) 씨는 “유행이 빨라졌다기보다 자기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경향이 늘어났다. 자신의 매력을 패션으로 나타낼 수 있는 시대에서 여러 가지 디자인의 옷이 나오는 것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색을 찾기 위해 퍼스널컬러라는 사업이 시작되면서 인기가 많아진 것과 더불어 자신의 체형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옷을 찾고 즐기는 현 시대를 보면 패스트패션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즐거움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생겨나는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아야 할 때가 왔다.

환경부는 의류 폐기물의 양이 2018년에 비해 2020년 24,2%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옷의 양은 연간 8만t에 이르는데 하루 평균 225t의 옷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옷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2022년 1월 30일에 올라온 BBC NEWS 코리아의 영상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연간 6만 t의 헌 옷이 칠레로 운반된다. 하지만 이 중 되팔리는 옷은 15%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 이상은 버려져 불법 매립되고 있다. 칠레의 알토 오스피시오 지역의 시장 파트리시오 페레이라는 “지역 주민들이 아무도 그곳에 살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는 패스트패션 시대의 문제를 심각하게 삼아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생산자 책임 제도란 생산자가 생산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시점까지만 책임지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제품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원래는 비닐 포장지나 전자산업 업계에 도입되어 있었는데 EU 집행위는 이번을 계기로 의류 업계까지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환경부도 작년 12월 EPR 제도를 재검토해 발행한 연구용역 제안서에 폐의류와 폐섬유 등에 EPR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3년도부터 H&M은 전 세계적으로 의류 수거사업을 시작해왔다. H&M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브랜드나 조건에 상관없이 원치 않는 옷을 매장으로 가져다주면 협력업체로 보내진다. 내용물을 재착용, 재사용, 재활용될 수 있는 것들로 분류해 사용한다. 2020년에는 이 사업을 통해 1만8800t의 헌 옷과 폐섬유를 수거했다.

또 다른 브랜드인 자라(ZARA)도 새로운 사업인 ‘ZARA PRE-OWNED‘를 시작했다. 옷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수선 서비스와 고객 간 판매, 중고 의류 기부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영국과 프랑스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까지 모든 시장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는 게 목표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23년 7월 27일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화(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 협의체인 IPCC의 6차 보고서에 따르면 1.5 지구온난화 도달 시점이 현저히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이정헌 (21, 부산시 남구)씨는 “지구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현재 일회용품 외 폐의류 문제가 잘 대두되지 않고 있고, 패스트패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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