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돈 모으기법 ‘짠테크’ 열풍... 명절 선물세트 당근마켓에 팔고, 빈 병 모아 술값 보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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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돈 모으기법 ‘짠테크’ 열풍... 명절 선물세트 당근마켓에 팔고, 빈 병 모아 술값 보태기도
  • 취재기자 김신희
  • 승인 2022.10.03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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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주머니 사정 어려운 2030세대 짠테크 대열 합류
추석에 받은 스팸, 참치, 샴푸 등 당근마켓에 되팔아 쏠쏠히 실리 챙겨
광고 보거나 미션 수행 활동 후 돈 버는 리워드 앱 유행 타 앱테크도 인기
소주병 음료수병 모아 두었다가 되팔아 용돈 쓰는 ‘공병 반환금제’ 활용도
냉털(냉장고 털이)파, 탕털(탕비실 털이)파 등은 ‘무지출 챌린지’하고 유튜브에 올리기도

“마트 한 번 가기가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어요.” 나아지지 않는 고물가 시대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학업에 집중하느라 돈을 벌지 않는 대학생과 집을 떠나온 자취생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젊은 세대에서 ‘짠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인 짠테크는 불필요한 지출 활동을 줄이거나 적립금을 쌓는 등 한두 푼씩 모아 저축하는 재테크를 말한다. 이전의 젊은 세대에게는 ‘플렉스(FLEX)’ 문화, ‘욜로(YOLO)’족 등 풍족히 누리는 삶이 추구됐다면, 요즘은 소비지출을 줄여 아끼며 살자는 가치관을 지향한다.

명절이 끝난 이후에도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덜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추석을 지나며 짠테크가 활용이 되는 상황이 목격됐다. 추석에 받은 선물세트를 모아둔 후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려놓고 거래해 돈으로 바꿔 저축하거나 본인에게 필요한 것들을 사기도 했다.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선물세트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했다. 흔히 주고받는 햄, 참치 세트 외에도 홍삼, 영양제, 샴푸·린스 제품 등 거래의 폭이 넓어져 중고거래 플랫폼이 더욱 활성화됐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이번 추석에 받은 선물세트를 할인된 가격에 팔기 위한 게시글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이번 추석에 받은 선물세트를 할인된 가격에 팔기 위한 게시글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짠테크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회초년생인 자취생 현유진(28) 씨는 이번 추석에 받은 명절 선물세트들을 뜯지 않고 모아뒀다. 현 씨는 “물론 가지고 있으면 사용하겠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아니라서 당근마켓(중고거래 플랫폼)에 저렴하게 내놓으니 다른 필요한 분들이 구매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짠테크도 영리하게 하자며 ‘앱테크’에 빠져든 이들도 있다. 앱테크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돈을 버는 재테크 방식을 일컫는다. 광고를 보거나 미션을 수행할 시 일정 부분 적립금을 받고 이를 현금화시켜 돈을 벌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20~30대에게 앱테크는 접근하기 쉬운 재테크 방법으로 여겨진다. ‘짠테커’들은 데이터 플랫폼의 설문조사 수행 시 받는 사례금, 일정 거리를 걸었을 때 나오는 적립금 외에도 퀴즈풀이, 음악감상, 사진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혜택을 받는다. 취미생활과 더불어 돈까지 버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사진 촬영을 통해 적립금을 얻는 어플리케이션(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사진 촬영을 통해 적립금을 얻는 어플리케이션(사진: 취재기자 김신희).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짠테크도 있다. 공병을 팔아 조금씩 수익을 내는 것이다. ‘공병 보증금 반환제도’는 반복 사용이 가능한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모든 주류나 청량 음료류의 판매 가격에 공병 값을 포함해 소비자에게 판매한 뒤, 소비자가 공병을 소매점에 반환할 때 보증금을 환불해 주는 제도이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소매점에서 ‘1인 1일 30병’으로 제한 두고 공병을 사들여 많은 이들이 실행하기 좋은 짠테크 수법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박명훈(24) 씨는 자취하면서 밥은 잘 챙겨 먹지 않지만, 술은 일주일에 5번씩 마시는 애주가로서 공병을 파는 재테크의 장점을 깨달았다. 박 씨는 “사실 가난한 대학생에게 술도 사치 이지만 공병 짠테크로 위안을 삼는다”며 “일주일 치 빈 병을 팔았을 때의 돈이 당장은 적어 보여도, 빈 병 판 돈 두 달을 모으면 술자리 한 번 가질 돈은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명훈 씨가 베란다에 모아둔 공병이다(사진: 독자 박명훈 씨 제공).
대학생 박명훈 씨가 베란다에 모아둔 공병이다(사진: 독자 박명훈 씨 제공).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유행하는 콘텐츠가 있다. 일명 '무지출 챌린지'. 기간을 정해놓고 그 주는 무지출로 살겠다는 다짐으로 챌린지를 시작하는 것이다. 평소 냉장고에 안 먹고 쌓아둔 먹거리를 요리해 먹는 ‘냉털(냉장고 털이)파’, 회사 탕비실 내 비치된 간식과 커피로 여유시간을 즐기겠다는 ‘탕털(탕비실 털이)파’가 많아졌다. 젊은 세대들에게 짠테크를 통한 콘텐츠의 활성화는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냉털파로 활동 중인 대학생 공경찬(26) 씨는 무지출 챌린지를 찍어 유튜버로 활동해볼 계획이다. 평소 짠테크에 관심은 많지만 특별한 활동이 없던 박 씨는 무지출 챌린지가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박 씨는 "옛날 TV 프로그램에 '만원의 행복'을 즐겨본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살려 최대한 지출이 없게 살지만 괴롭게 활동을 하는 것보다 즐겁게 참여해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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