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라지만... ‘현금 사용 선택권’은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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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라지만... ‘현금 사용 선택권’은 권리다
  • 취재기자 최하빈
  • 승인 2022.1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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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늘어남에 따라 가까워지는 ‘현금 없는 사회‘
매년 늘어나는 전자결제 서비스, 모든 항목이 상승세
현금 없는 매장에 이어 현금 없는 버스까지...탈 현금화
그래도 아직 누군가에겐 현금사용 선택권이 필요해

최근, 삼성페이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 제로페이 등과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으며 이른바 ‘탈 현금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인프라의 발달과 시중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편으로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맞이하고 있다.

20~30대를 중심으로 현금보단 카드를 사용해 결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20~30대를 중심으로 현금보단 카드를 사용해 결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실제로 인터넷을 통한 결제 방식은 매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조사한 2021년 전자 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이 일평균 1,981만 건(6,065억 원)으로 각각 36.3%, 35.0% 증가했다. 또, 전자지급결제대행 서비스를 시작으로 선불전자지급 서비스, 간편 송금 서비스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역시 대폭 상승했다.

시중에 현금을 사용하는 일이 점차 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현금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매장도 등장했다. 무인 정보 단말기를 통한 ‘키오스크’ 결제 방식에 도입은 물론 현금 자체를 받지 않는 가게들이 점차 생겨났다. 스타벅스의 경우 국내 최초로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해 2018년부터 지금까지 그 수를 늘리고 있다.

현금 없는 매장에 이어 ‘현금 없는 버스’도 나타났다. 대전에서는 올해 7월 1일부터 시범 기간을 걸쳐 9월 1일, 대전 시내버스 전 노선을 대상으로 현금을 받지 않으며 내부에 요금함이 없는 버스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버스를 이용할 경우 현금을 사용할 수 없으며 오직 카드나 계좌이체만을 통해 교통비를 납부 후 버스에 승차할 수 있다.

서울과 인천을 비롯해 대선에서는 현재 현금 없는 시내버스가 운영 중이다(사진: 최하빈 취재기자).
서울과 인천을 비롯해 대선에서는 현재 현금 없는 시내버스가 운영 중이다(사진: 최하빈 취재기자).

이처럼 매장 업체들이 현금을 사용하기보단 전자상거래를 선호하게 된 이유는 다양했다. 먼저 안전문제를 들 수 있는데, 현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매장 내부에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돼 도난과 계산 실수 등 현금 사고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이외에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결제 및 정산 과정이 간소화되고 그로 인해 인력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 미사용은 매장 운영에 이득을 준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편리함과는 달리,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도 없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결제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며 소외당하는 계층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카드나 계좌이체 등 비현금화에 익숙하지 않은 고연령층과 카드발급에 제약이 따르는 청소년층은 이러한 결제방식에 상대적으로 불편을 겪는다. 그뿐만 아니라 간편결제의 특성상 모든 결제가 인터넷을 통해 기록돼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현금사용선택권 홍보 포스터다(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현금사용선택권 홍보 포스터다(사진: 한국은행).

가게 등에서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 피해를 본 이들의 사례는 어디에서든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대전에서 버스에 탑승하려고 했던 신재민(23, 대전시 동구) 씨는 수중에 현금밖에 없어 버스를 타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 있었다. 그는 “버스를 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카드를 가져오지 못했었다”며 “버스를 타기 위해선 카드가 필요한데 현금밖에 없어 난처했었다”고 답했다. 현금 없는 매장인 스타벅스를 방문한 조한나(21, 강원도 홍천) 씨는 “커피 카페에 갔는데 비현금 사용 매장인 걸 까먹고 카드를 가져오지 못해 다른 곳을 이용했다”며 “카드 위주로 결제하는 것은 좋지만 현금으로도 결제할 수 있게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금 사용의 제한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소비자의 현금 결제 선택권을 보호하고 있는데, 미국의 매사추세츠나 뉴저지, 필라델피아를 비롯해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에서 소비자의 현금 결제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입법과 관련된 개정안 발표는 없지만, 한국은행을 통해 꾸준히 현금 선택 사용권에 대한 캠페인 및 광고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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