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싫지만 '레트로 감성'에는 푹 빠진 젊은이들... 이젠 뉴트로, 힙트로, 빈트로 등 새로운 흐름으로 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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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싫지만 '레트로 감성'에는 푹 빠진 젊은이들... 이젠 뉴트로, 힙트로, 빈트로 등 새로운 흐름으로 진화 중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5.0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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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업, 레트로 유행 흐름 따라 콜라보 한 뉴트로 제품 출시
일각에선 레트로 아이템들을 소개해 주는 게시글도 등장해 인기
음식집, 길거리, 뮤직비디오 등 일상 속에서도 레트로 감성 풍겨
레트로 열광 이유 MZ 세대 ‘못 겪어 본 새로움’, 부모 세대 향수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일상 속에서 레트로 관련 제품들이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일상 속에서 레트로 관련 제품들이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흔히 ‘꼰대’라는 말은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다. 최근에는 꼰대질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은 꼰대에는 반감을 가지지만 “라떼는 말이야~”라는 어르신들의 표현에는 즐거워하기도 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과거 접해보지 못한 그 시절이 더 이상 그저 ‘옛날’이 아닌 ‘레트로 감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과거 평범했던 일상이 더욱 그리워지자, 과거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레트로 감성은 하나의 트렌드로써 자리 잡았다.

레트로가 대세다. 레트로의 영향은 더욱 커져 최근에는 ‘뉴트로’, ‘힙트로’, ‘빈트로’ 등의 새로운 개념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레트로의 열풍은 실제로 대중 사회의 어디까지 스며들었을까?

기업은 레트로 유행에 맞춰 ‘뉴트로’ 제품들 출시 중

​최근 GS 편의점에 과거 배터리 브랜드인 '로케트' 로고와 콜라보 한 제품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최근 GS 편의점에 과거 배터리 브랜드인 '로케트' 로고와 콜라보한 제품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최근 GS25 편의점에 옛날 ‘로케트 밧데리’ 캐릭터와 콜라보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자노탁트에 따르면 ㈜세방전지의 배터리 브랜드 로케트가 먹거리 제품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뉴트로 제품으로 탄생했다는 것. 실제로 소비자들은 전국 GS편의점에서 로케트 제품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시리즈는 구미젤리, 계란과자, 에너지캔디와 콜라보되면서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세방전지 건전지 브랜드 로케트와 로켓보이 로고는 1951년부터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온 배터리의 아이콘이다. 부모 세대의 추억 속에 좋은 품질과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김수빈(56, 울산시 북구) 씨는 “로케트는 옛날 건전지인데 이번에 나온 제품들을 보니 건전지 마크와 너무 똑같이 만들어서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며 “그런데 먹거리 제품 디자인으로 나와서 새삼스럽기도 한데, 호기심에 먹어보고는 싶지만 건전지 이미지가 강해서 과자라는 생각이 안 들어 맛있겠다는 기대감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 세대의 추억 속 제품인 로케트 제품은 2030에게는 낯선 브랜드로 다가오기도 했다. GS 편의점 점주는 “레트로 제품이 유행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번 로케트 제품은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그래서 로케트 제품 중 ‘사탕류’도 있었지만 일부로 발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민지(22, 울산시 중구) 씨는 “옛날에 건전지 로고여서 처음 보는 디자인이기에 조금 신기하기는 했지만 직접 사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주변에서는 편의점 제품 중 먹는 제품이 아닌데 콜라보해서 먹거리로 나와, 모르고 실제 제품을 먹을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각종 SNS에서 레트로 아이템을 추천해 주는 게시글이 올라와 시민들의 과거 추억을 상기 시켜주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각종 SNS에서 레트로 아이템을 추천해 주는 게시글이 올라와 시민들의 과거 추억을 상기시켜주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도 레트로 아이템을 추천해 주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자취템들을 추천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게시글에서 추천해준 아이템은 서울우유 유리컵, 우유박스 테이블, 옛날 분식집 그릇, 블루투스 턴테이블, 레트로 냄비와 선풍기 등이다.

해당 게시물을 본 네티즌들은 “이게 진정한 K레트로지”, “서울우유 컵 오랜만인데 이렇게 보니 너무 귀엽다”, “와, 대박이다”, “요즘 필름 카메라도 다시 나오던데 저런 것도 있었지”,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가지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각종 기업에서 고객들의 니즈를 사로잡는 레트로 유행은 일상 속에서는 어떨까?

울산의 한 골목길에서도 레트로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울산의 '맨발의 청춘길' 입구. 골목길 곳곳에서 레트로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시내의 길거리도 레트로 감성으로 뒤덮였다. 바로 울산시 중구 한 시내에 위치한 ‘맨발의 청춘길’이다. 맨발의 청춘 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레트로 열풍에 맞춰 70~80년대 옷으로 골목을 지키는 모형을 만나볼 수 있다. 골목 안에는 각종 ‘청춘 문방구’ ‘로보트 태권 V 포스터’ ‘수중 특공대 포스터’ ‘문방구 앞 조이스틱 오락기’ ‘이소룡 벽화’ ‘공중전화’ 등을 이용해 7080 분위기를 연출했다.

과거에 유행했던 각종 영화의 포스터, 문방구 등도 만나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맨발의 청춘길'에서는 과거에 유행했던 각종 영화의 포스터, 문방구 등도 만나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해당 골목길에서는 옛날 문방구 앞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락기와 공중 전화 등으로 7080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맨발의 청춘길'에서는 옛날 문방구 앞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락기와 공중 전화 등으로 7080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흔히 보이는 골목길에서도 각종 70~80년대 유행했던 추억을 인테리어로 담아 색다른 분위기에 울산 시민들은 레트로 감성에 빠져들었다. 김태완(26, 울산시 북구) 씨는 “울산에 이런 레트로 분위기의 길거리가 있는지 몰랐다”며 “보통 골목은 지저분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렇게 레트로 감성을 이용해서 어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테리어는 더욱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에 위치한 '정씨 함박' 식당은 외부에서 부터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울산에 위치한 '정씨 함박' 식당은 외부에서부터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레트로 감성은 음식집에서도 흔하게 사용되는 콘셉트다. 울산에 위치한 ‘정씨 함박’ 전통 경양식당은 외부에서부터 레트로 감성을 만나볼 수 있다. 마치 옛날 양장점 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외부는 잠시 과거 추억에 젖어들게 만든다.

가게 내부를 보면,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들로 꾸며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가게 내부를 보면,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들로 꾸며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각종 자게들도 옛날 분식집에서 사용했던 제품을 이용했으며, 고가구와 델몬트 유리병도 만나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자개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 옛날 분식집에서 사용했던 제품을 이용했으며, 고가구와 델몬트 유리병도 만나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각종 옛날 가구들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물론 가게에서 들려오는 옛날 노랫소리와 함께 레트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정씨 함박 식당 사장은 “요즘 레트로 감성이 대세이기도 하고 또 이런 인테리어가 개인적으로 예뻐서 유행에 맞춰 한 번 시도해 봤다”며 “가게 내에는 옛날 고가구나 식탁과 자개, 풍금 등도 직접 구해서 가져다 뒀는데, 생각보다 찾아주는 손님들이 예쁘다고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레트로 감성을 만나볼 수 있다(사진: 유튜브 '잔디 Jandi'  채널 화면 캡처).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레트로 감성을 만나볼 수 있다(사진: 유튜브 '잔디 Jandi' 채널 화면 캡처).

이뿐만이 아니라 레트로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서도 하나의 소재가 됐다. 최근 유튜브에는 ‘방탄소년단 팔도강산 레트로 뮤비 “마, 이게 K복고다” 그때 그 시절 갬성’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해당 영상을 보면, 그룹 방탄소년단의 패션은 물론 영상의 색감과 사용된 소품 등 모두 레트로 감성으로 제작돼 과거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해당 영상을 본 김나연(22, 울산시 중구) 씨는 “요즘 나오는 뮤직비디오에는 CG가 나오는 등 기술이 너무 좋아서 화려한데,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서 유튜브를 돌려보다가 레트로 감성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보게 됐다”며 “개인적으로 이런 복고풍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더 흥미롭고 처음 접하는 옛날 소품도 볼 수 있어서 재밌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 마켓에서도 레트로 열풍을 느낄 수 있다. 당근 마켓에도 각종  LP판 턴테이블, 서울우유 등 옛날 레트로 제품을 중고로 거래하고 있다(사진: 당근 마켓 모바일 앱 화면 캡처).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 마켓에서도 레트로 열풍을 느낄 수 있다. 당근 마켓에도 각종 LP판 턴테이블, 서울우유 등 옛날 레트로 제품을 중고로 거래하고 있다(사진: 당근 마켓 모바일 앱 화면 캡처).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레트로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고거래 당근 마켓에 따르면, 레트로 커피 머신, LP 턴테이블, 서울우유 텀블러, 접이식 옛날 밥상, 스탠드 등 다양한 레트로 상품이 중고로 나와 있는 것. 당근 마켓에는 ‘레트로’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각종 옛날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대부분 거래가 완료된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레트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Z 세대의 경우 ‘레트로’는 겪어보지 못한 시대적 분위기의 새로움이다. 흔히 복고, LP판, 삐삐 등은 신상품처럼 새로운 트렌드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 윤유정(20, 경남시 거제) 씨는 “요즘에는 터치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지만 레트로는 속도와 과정이 복잡해도 오랜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며 “어쩌면 지금 같은 현대 속에서는 없는 하나의 신상품이라는 느낌도 강해서 더 관심 있게 보게 되고 그 시절의 추억을 느껴볼 수 있어 (레트로 감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수연(23, 부산시 해운대) 씨도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이 딱 레트로가 유행하는 시기인 것 같다. 부모님 세대 때로 돌아가서 그때의 느낌을 제일 잘 느껴볼 수 있는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레트로 느낌의 패션을 입거나 시티 팝 노래를 종종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레트로는 MZ 세대뿐 아니라 부모 세대들 속에서도 열풍이다. 그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겪는 삶의 팍팍함을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키며 소비할 수 있는 문화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 준다는 것. 전영정(46, 울산시 중구) 씨는 “요즘 나오는 레트로 상품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이 생각나곤 해서 반갑다”며 “코로나로 인해 생활에 약간 지쳐있다 보니 풍요롭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유로웠던 옛날이 더욱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귀숙(53, 울산시 북구) 씨는 “레트로는 마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심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과거는 누구나 애틋함이 있어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에 대한 기억이 더 많기도 해, 레트로는 우리 세대에 위안을 주는 하나의 문화”라고 말했다.

박선미(55, 울산시 북구) 씨도 “레트로는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고 소비를 주도하는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라며 “개인적으로 나도 시중에 나오는 레트로 제품들을 보면서 추억을 회상할 때가 종종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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