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세상을 비추는 조명이다...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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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세상을 비추는 조명이다...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 경남 김해시 김나희
  • 승인 2021.09.06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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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 취재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
기자들의 예민한 후각과 뉴스에 대한 집요함이 어둠을 밝혀낼 수 있어
무엇이 뉴스가 되는지에 대해 예비 언론학도로서 영화는 많을 걸 시사

무엇이 뉴스가 되는가? 아마 이 질문은 모든 언론인이 늘 품고 살아야 할 말일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언론인을 꿈꾸는 나는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무엇이 뉴스가 되는지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됐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보스턴 글로브 사무실에서 성범죄 사건 취재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사진: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스틸컷).
뉴스탐사팀인 스포트라이트 팀이 보스턴 글로브 사무실에서 가톨릭사제들의 성범죄 사건 취재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사진: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스틸컷).

이 영화는 미국 신문사 보스턴 글로브의 집중 취재팀인 스포트라이트가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범죄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을 다뤘다. 실화를 각색한 영화로, 마지막에는 실제 범죄가 일어난 전 세계의 교회 이름이 화면 가득 등장한다. 그것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끔찍하고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언론이 사건을 경시하고 은폐했던 과거가 드러났을 때였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이 개인 몇 명의 문제가 아닌 가톨릭 교단의 관행으로서 사제의 6%가 해당할 만큼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을 교회가 은폐했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토록 규모가 큰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왜 제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조명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그러자 해당 사건의 피해자와 변호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미 몇 년 전에 글로브에 사제들을 고발하며 도와달라고 말했었는데, 제대로 들어 주지 않고 묻어 버렸다고 말이다. 무엇보다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했던 이 사건을 그 어떤 기자도 제대로 비추지 않았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언론이 제때 관심을 가졌다면 생기지 않았을 피해자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국어사전은 '스포트라이트'를 무대의 한 부분이나 특정한 인물만을 특별히 밝게 비추는 조명이자 세상 사람의 주목이나 관심을 받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언론이 어떤 사건에 주목하느냐, 즉 어디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 준다. 그에 따라 사건이 세상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언론이 말해 주지 않는 사건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고, 심지어는 존재조차 모른 채로 지나가 버린다.

어디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야 할까? 기자에게 무엇이 뉴스가 돼야 하는지 알아보는 능력이 필수적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히 능력으로 한정지어 버리면 기자도 결국 사람이기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놓치는 것이 생길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도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일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사라져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기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사건이 손에 잡혔을 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놓아 버리지 않을 경각심이다. 무엇이 뉴스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은 기자가 평생의 숙제로서 안고 살아가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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