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제품 가격에 배달비 포함시켜놓고 안 알려 소비자들은 배달비 ‘0’원 또는 무료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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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제품 가격에 배달비 포함시켜놓고 안 알려 소비자들은 배달비 ‘0’원 또는 무료로 오해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5.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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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5개 햄버거 프랜차이즈 제품 가격 조사한 결과 발표
조사 결과 4개 업체에서 배달 주문과 매장 가격 상이한 것으로 나타나
배달 제품을 많이 주문할수록 소비자 부담 증가하는 구조라고 주장
실제 일부 업체에서 배달 플랫폼에 배달비 '0'원 또는 무료로 표기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이 잇따라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에 제한이 걸리자, 대부분의 음식 가게들이 배달 사업으로 뛰어든 것이다. 심지어 영화관에서는 팝콘을 배달하거나, PC방 등 기존에 배달업을 하지 않았던 가게들도 라면 등의 배달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배달 주문과 매장 구입의 제품 가격이 상이하다는 사실 등을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달 주문과 매장 주문의 가격이 상이하다고 밝혀졌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한국소비자원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달 주문과 매장 주문의 가격이 상이했다고 밝혔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8일 주요 5개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4개 업체에서 배달 주문 시 동일 제품임에도 매장 구입보다 제품 가격이 더 비쌌다는 것. 맘스터치를 제외한 4개 업체(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의 모든 제품이 배달 주문과 매장 구입 간 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4개의 업체에서 가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4개의 업체에서 가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한국소비자원 제공).

조사 결과를 보면, 4개 업체에서 무료배달이 가능한 최소 주문금액에 맞춰 햄버거 세트와 사이드 메뉴를 구입하면 배달 시 제품 가격이 매장 구입 시보다 최소 1200원에서 최대 3100원까지 비쌌다. 배달 주문 시 △햄버거 세트는 1000원에서 1200원 △ 햄버거 단품은 700원에서 900원 △사이드 메뉴는 600원에서 700원 △음료는 500원에서 700원 등 더 비쌌다.

한국 소비자원은 “이에 대해 4개 업체가 일정 금액 이상 배달 주문 시 별도의 배달료가 청구되지 않는 대신, 배달 제품 가격에 배달료 등 배달 서비스로 인한 제반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은 배달 제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소비자들이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 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은 배달 제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소비자들이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 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은 이러한 제품 가격 차별화 정책은 배달 제품을 많이 주문할수록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중 배달료를 고려했을 때 일부 유리한 경우도 있지만, 배달 제품을 여러 개 주문할수록 매장 구입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

최지웅(26, 경남 양산시) 씨는 “평소에 햄버거를 좋아해서 자주 시켜 먹는 데 가서 먹을 때와 배달했을 때 가격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혼자 시켜 먹을 때는 큰 차이가 없어서 잘 몰랐지만, 최근 가족과 함께 시켜 먹을 때는 금액이 약 6000원 이상 차이가 나서 그냥 취소하고 국밥을 시켰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배달 주문 시 매장과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4개 업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을 모니터링 한 결과, 주문 및 결제 과정에서 배달 주문과 매장 구입 간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는 2곳에 불과했다는 것. 주요 3개 배달 플랫폼에서도 4개 업체 모두 해당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배달 플랫폼에서는 배달비를 여전히 '0' 또는 '무료'로 표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 배달의 민족, 쿠팡 이츠 화면 캡처).
배달 플랫폼에서는 배달비를 여전히 '0' 또는 '무료'로 표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 배달의 민족, 쿠팡 이츠 화면 캡처).

배달 플랫폼의 경우 배달료 관련 정보가 전혀 표시되지 않거나 배달료가 ‘0원’ 또는 ‘무료’로 표시되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조사해본 결과, 여전히 대부분의 업체가 ‘0원’ 또는 ‘무료’로 표기하고 있으며 일부 수정하고 있는 업체도 보였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일한 제품의 가격이 무료로 배달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 정연규(26, 울산시 북구) 씨는 “코로나로 인해서 외식하는 것이 꺼려져서 주로 햄버거 등을 잘 시켜 먹는다”며 “그런데 배달비가 적혀있지 않아서 당연히 없는 줄 알았는데, 음식 가격에 포함된 거라는 사실에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 들어서 차라리 배달비를 표기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현(22, 경남 김해시) 씨는 “사실상 지금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냥 손쉽게 시킬 수 있는 배달을 자주 이용했는데, 이번 소식 듣고 놀랐다”며 “차라리 배달비가 있다고 해도 감안하고 시켜 먹었을 텐데, 제품 가격에 포함시켰는데 배달비가 없다고 하는 것은 조금 배신감이 든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대상 사업자에게 주문 및 결제 과정에서 주요 거래 조건을 명확하게 알리도록 권고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주요 배달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 등을 배달 플랫폼 내에 쉽게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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