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전동킥보드 임시 단속 기준 마련...만 13-17세는 개인 소유 전동킥보드만 가능, 전체 이용자 안전모 착용은 권고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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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전동킥보드 임시 단속 기준 마련...만 13-17세는 개인 소유 전동킥보드만 가능, 전체 이용자 안전모 착용은 권고사항
  • 취재기자 김지윤
  • 승인 2020.12.1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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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관련 새 도로교통법 10일부터 시행 중
전동킥보드 사고 빈발하자, 내년 4월 적용될 도로교통법 다시 개정
혼란 줄이기 위해, 경찰청 임시 단속 기준 마련...전동킥보드 이용자 숙지 필요
대여업체 킥보드 관리 문제 많다는 여론도 비등

어린 시절 즐겨 타던 씽씽이가 이제는 전동킥보드로 탈바꿈했다. 요즘은 전동킥보드를 사서 타는 사람도 많고, 전동킥보드 대여업체도 늘어나서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인 전동킥보드는 사실 위험한 요소들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를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운행자를 이르는 말인 ‘킥라니’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그런데 전동킥보드 이용자 안전을 위한다면서 10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도로교통법이 9일 다시 개정되어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국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 5월, 전동킥보드 규제 완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전의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에서, ▲전동킥보드는 소형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와 유사하게 규정하고, ▲도로주행을 원칙으로 하며, ▲원동기 면허, 혹은 운전면허는 필수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 2만 원이 부과되며, ▲동승자 규제는 없으나 1인 탑승을 기준으로 하고, ▲최고 속도는 25km/h로 규정하며,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다.

변경 후 도로교통법은 12월 10일부터 이미 시행 중이며, 여기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 자전거와 유사하게 규정하고, ▲자전거 도로 통행이 원칙이며 자전거 도로가 없는 경우, 도로 우측으로 통행 가능하고, ▲가장 큰 변화는 만 13세 이상은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며,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고, ▲동승자 없이 혼자서만 탑승해야 하며, ▲최고 속도 25km/h와 음주운전 단속 대상인 것은 동일하다.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 후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규정. 가장 큰 변화는 만 13세 이상은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 후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규정. 가장 큰 변화는 만 13세 이상은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하지만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안전 문제와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최근 실제로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가깝게는 지난 2일 낮, 서울 구로구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전동킥보드와 부딪혔다. 헬멧을 안 쓰고 있던 킥보드 운전자는 결국 숨졌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공유 개인형 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 관련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 작년에는 447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3년간 개인형 이동수단 교통사고 발생 현황 그래프. 매년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최근 3년간 개인형 이동수단 교통사고 발생 현황 그래프. 매년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이러한 전동킥보드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이 늘자, 전동킥보드의 안전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에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전동킥보드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다시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만 전동킥보드 이용이 가능하고, ▲원동기 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만 16세 미만은 탑승이 제한되며, ▲안전모 등 인명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운전하거나 정원을 초과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마련됐고, ▲약물 등을 한 후 운전을 하고, 보호자가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도로에서 운전하게 하는 경우 등도 처벌 대상이다. 해당 개정안은 9일 본회의에서 통과돼 2021년 4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전동킥보드 규제가 다시 강화된 도로교통법 내용.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완화했던 규제를 다시 강화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전동킥보드 규제가 다시 강화된 도로교통법 내용.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완화했던 규제를 다시 강화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이번 개정안은 앞서 개정된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불과 일주일 전에 의결됐다. 7개월 만에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뒤집으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회사원 김홍민(55, 부산시 진구) 씨는 “날이 갈수록 전동킥보드 사고가 느는데 규제를 완화하더니, 불만이 많아지니까 급하게 바꾸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규정을 번복할 거면 처음부터 올바른 법을 만들어야 했다. 애초에 ‘전동킥보드를 한 번이라도 타본 사람이 만든 법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조항 비교 표. 12월 10일부터 적용되는 조항과 2021년 4월부터 적용되는 조항이 달라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조항 비교 표. 12월 10일부터 적용되는 조항과 2021년 4월부터 적용되는 조항이 달라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위 표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재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도로교통법에는 13세 이상은 면허가 없어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벌금을 물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그렇지만,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재개정된 도로교통법에는 16세 미만은 아예 전동킥보드를 탈 수가 없고 안전모 착용도 의무화됐다. 주부 황보경(49, 부산시 진구) 씨는 “운전자의 입장에서, (전동킥보드) 규제가 다시 강화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내년 4월부터 시행되니까 그 기간 동안 당분간 시민들의 혼선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고등학생 이승민(19, 부산시 동래구) 씨는 “12월 10일부터 전동킥보드 법이 바뀐다는 것과 중고등학생도 탈 수 있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면허 없이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돼 기대했는데, 이게 내년 4월부터 안 된다고 하니, 그럼 지금은 면허 없이 킥보드 타도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친구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규와 내년부터 적용될 법규의 차이에서 오는 시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청은 내년 4월 이전까지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적용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을 단속할 예정이다. ▲만 13세 이상은 개인 킥보드만 탈 수 있다(직접 전동 킥보드를 구매했다면, 중 고등학생도 탈 수 있다), ▲공유형(대여) 킥보드는 유예기간을 적용해 만 18세 이상부터 대여 가능하다, ▲전동킥보드 운전면허도 원래 필요했지만 10일부터는 없어도 탈 수 있다, ▲원래 전동킥보드는 도로 주행 원칙이었으나, 자전거 도로에서도 탑승이 가능하다, ▲헬멧이나 안전모 등 착용은 해야하지만, 범칙금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등이다.

이 밖에도 대여 전동킥보드에는 허술한 면허 확인 시스템이 문제다. 전동킥보드는 운전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고 대여회사의 공유형 킥보드 또한 마찬가지다. 전동킥보드를 대여하기 위해서는 면허증 사진을 찍어 입력해야 킥보드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의 면허 확인 시스템은 있으나마나 한 게 현재 실정이다. 실제로 면허증과 상관없는 사진을 촬영해 자동차 운전면허증 등록 신청을 했는데, 면허 인증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바로 잠금이 풀린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 김재윤(21, 부산시 진구) 씨는 “페이스북에서 비둘기 사진으로 면허증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따라했을 것이다. 굳이 면허가 없어도 이런 식으로 꼼수를 써서 전동킥보드를 쉽게 탈 수 있는데 누가 시도를 안 하겠나. 이런 허술한 점 때문에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는 조건이 정해져있어도 아무나 막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것”이라며 허술한 면허 확인 시스템을 지적했다.

김재윤 씨가 페이스북의 한 게시글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윤 씨는 이것을 보고 면허증과 상관없는 사진을 등록해 전동킥보드를 탑승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김재윤 씨가 페이스북의 한 게시글을 보여주고 있다. 김재윤 씨는 이것을 보고 면허증과 상관없는 사진을 등록해 전동킥보드를 탑승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전동킥보드 대여업체의 사후 관리도 문제라는 의견이 있다. 직장인 김민규(27, 부산시 동구) 씨는 “중요한 것은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들의 관리가 전혀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데나 전동킥보드를 놔두는가 하면, 제대로 주차돼 있지 않고 킥보드들이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자주 봤다. 운전하다가도 좁은 도로에서 전동킥보드가 쓰러져 있으면 내가 직접 치워서 그곳을 지나가야한다. 도로는 물론 인도에도 전동킥보드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많이 봤다. 전동킥보드 업체에서 정리할 텐데도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점이 걱정”이라며 전동킥보드 사후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시내 곳곳에서는 대여업체의 전동킥보드가 인도에 방치돼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보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누가 킥보드를 여기에 놔두었나 하고 생각하지만, 이들이 전부 대여업체들의 전동킥보드가(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최근 시내 곳곳에서는 대여업체의 전동킥보드가 인도에 방치돼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보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누가 킥보드를 여기에 놔두었나 하고 생각하지만, 이들이 전부 대여업체들의 전동킥보드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윤).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 전용 면허를 별도로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찰청은 PM 전용 운전면허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전동킥보드 전용 면허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며 "조만간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도로교통공단,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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