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대만의 아픈 백색테러 시대를 보여주는 '슬픈 호러' 영화 '반교: 디텐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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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대만의 아픈 백색테러 시대를 보여주는 '슬픈 호러' 영화 '반교: 디텐션'
  • 경남 양산시 구도연
  • 승인 2020.09.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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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유명 공포게임이 영화 '반교: 디텐션'으로 개봉
1960년대 암울한 대만의 시대상황과 귀신이 어울려 공포감 극대화

대만의 유명 공포게임 <반교: 디텐션>이 올해 8월 영화로 개봉했다.

영화는 196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는 중국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근거지를 옮겨, 계엄령으로 정치적 압박과 자유를 억압했던 시대로, 일명 ‘백색테러’라고 불렸다. 마치 잘 훈련된 군인처럼 행동하는 학생들과 금서를 읽기만 해도 간첩으로 몰려 사형까지 당하는 암울한 시대를 영화는 직설적이고 대담하게 보여준다.

영화 '반교: 디텐션'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반교: 디텐션'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등교하는 내내 ‘간첩 신고’를 하라는 교관의 말이 스피커를 통해 퍼지고, 등교가 아닌 마치 군인들의 행진처럼 움직이는 학생들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몇몇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여 결성된 ‘독서회’는 몰래 금서를 읽고 베끼는 활동을 하다 누군가의 밀고로 체포되고 만다. 독서회의 일원인 웨이중팅은 갖은 고문을 당하다가 기절해버리고, 모두가 사라진 학교에서 눈을 뜬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정신을 차린 학교 내의 모범생 팡루이신과 만난 웨이중팅은 사라진 사람들을 찾고 학교를 벗어나려 하지만, 정체 모를 환영과 귀신들이 그들을 쫓아다니며 위협을 가하고, 잊어버렸던 진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며, 두 사람은 점점 잔혹한 현실에 좌절한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반교: 디텐션>은 게임이 발매됐던 당시부터 큰 화제를 일으켰다. 오랜 세월에 걸쳐져 언급마저 금기시하던 백색테러 시대를 게임으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공포와 접목시켜 큰 주목을 받은 <반교: 디텐션>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시장에 첫발을 내디뎌, 당시 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매진된 영화가 되면서, 정식 개봉 전부터 사람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기대감에 부응하듯, 영화는 원작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대만의 아픈 역사를 잘 보여주는 ‘슬픈 호러’라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때론 현실이 그 무엇보다도 더 큰 공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들이나 환영들보다도, 표정 없는 얼굴로 폭행을 일삼는 교관들이 나올 때 더 숨을 죽이고 봤을 것이다. ‘간첩 신고’라는 말은 영화 내내 들리며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관객의 숨통까지 조여 오는 듯하다. 이렇게 당대의 암울한 현실을 공포라는 장르와 접목시켜 마치 우리가 직접 그 시대를 경험해 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서사가 어긋나며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점은 아쉬웠지만, 결말에 다다를수록 보이는 영화의 본질에 감명 받을 수밖에 없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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