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핫 스팟'은 'VR 씨어터', 영화 한편 보려면 40분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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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핫 스팟'은 'VR 씨어터', 영화 한편 보려면 40분 기다려야
  • 취재기자 심헌용
  • 승인 2018.10.1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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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수상작 <버디>등 40편 상영...관객들 "입체적으로 사방을 보여주는 현장감 최고 / 심헌용 기자

“최소 40분에서 1시간까지 기다려셔야 입장 가능하십니다.”

부산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에 위치한 VR 씨어터에선 자원봉사자들이 계속해서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대기 시간을 설명하고 있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처음으로 바른손, KT와 함께 선보인 VR 씨어터는 올해에도 전 세계 40여 편의 VR 영화 화제작들과 함께 관객들을 찾았다.

VR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보여주듯 VR 씨어터가 있는 비프힐은 영화제 내내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VR 씨어터 자원봉사자 이주영(26) 씨는 “영화제 개막일부터 많은 분이 찾아와 주셨고, 오후 시간대는 대기줄이 끊임없이 이어져 VR 영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내내 VR영화 감상 순서를 기다리며 긴 줄을 만들었다(사진: 취재기자 심헌용).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VR 씨어터는 총 3곳으로 나눠져 운영됐다. 4편의 단편 영화를 묶어서 보여주는 VR 무비관, 관객이 조종하는 방식으로 VR영화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VR 무비 익스피어리언스관, 관객이 상영작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볼 수 있는 VR 무비 라이브 관 등이었다.

VR 무비관의 경우, 예약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했다. 예약 없이 당일에 찾아왔다 되돌아 간 관객들이 많았다. 무비관 내부로 입장하면, 개인용 회전의자 위에 VR 감상기기(HMD, Head Mounted Display)와 헤드셋이 놓여있다. 그동안 익숙했던 영화관의 모습과 다르고 이색적이었다.

이번에 선보인 40여 편의 VR영화 중 공포나 스릴러 장르가 가장 많았다. 기자가 직접 세 편의 공포 영화를 직접 감상해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VR은 입체적으로 보이는 사방의 가운데에 내가 서 있는 상태가 된다. 내가 시선을 돌려 위 아래나 좌우를 보면 그곳에도 무대가 있어서 보인다. 그래서 VR 호러영화는 귀신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긴장하면서 보는 재미가 대단했다. 그 공포심은 단연 VR영화의 묘미였다. 헤드셋을 통해 들리는 청각적 효과도 긴장감을 높여줬다.

시민들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내내 VR영화 감상 순서를 기다리며 긴 줄을 만들었다(사진: 취재기자 심헌용).

VR 무비 익스피어리언스관은 따로 예매하지 않고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곳도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 만만치 않았다. 무려 40분을 기다린 끝에 이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스러워 직원의 추천을 받아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VR experience 상 수상작 <버디>를 감상했다. 마치 게임처럼 관객이 컨트롤러를 이용해 영화에 참여하고 영화 속 캐릭터와 시선을 마주쳐야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VR 익스피어리언스관의 모습. 관객이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조종하는 방식으로 VR영화 속으로 참여하는 체험형 영화라서 부스마다 직원들이 관객에게 어떻게 해야 스토리가 진행되는지 설명해주 있다(사진: 취재기자 심헌용).

처음으로 보는 VR 영화의 장점은 관객이 사방으로 카메라 밖의 공간도 다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영화가 연출자가 의도하는 장면만 볼 수 있었다면 VR 영화에선 관객이 시선을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을 돌리면 그곳에도 영화 장면의 세트가 있었다. 글자그대로 실제의 입체적 환경 속에 관객이 들어가 있는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VR이지만 기자는 시청 중 어지럼증과 멀미를 겪는 문제가 있었다. 한 편에 10분 남짓한 영화에서도 멀미가 나는데 1시간이 넘는 장편 영화엔 과연 관객들이 끝까지 앉아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VR 시청 중 생기는 어지럼증은 다른 관객도 마찬가지였다. VR 영화 시청이 처음이라는 박서영(22, 부산시 수영구) 씨는 “영화를 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점점 안 좋아져 시청하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국내 VR 영상 업체 AIXLAB 디렉터 정원용 씨는 "VR 영화를 볼 때 어지러운 현상은 실제 내 몸은 가만히 있는데 시각적으로 내 몸이 움직인다는 착각을 일으켜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씨는 "현재로서는 불편한 HMD를 써야하는 문제와 어지럼증 때문에 15분 정도의 단편은 가능해도 2시간짜리 등 장편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게 VR의 기술적 한계"라고 말했다.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VR 관련 부문이 새로 생기고, 부산 국제영화제를 포함한 해외 여러 영화제에서 VR 관련 영화들을 초청 상영하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VR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VR 산업에 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세계 최초 4DX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VR 부분을 담당한 지명구 감독은 7일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VR 컨퍼런스에서 국내에는 VR 제작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VR 산업에 종사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VR 관련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베니스 영화제 최고의 VR 체험상을 수상한 <버디>의 VR을 담당한 에이펀 인터랙티브 유한 CTO(Chief Technical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도 지명구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이전엔 우리나라에서 VR 컨텐츠를 제작할 사람은 많았으나 기술이 못 받쳐줬다면, 지금은 기술은 있으나 사람이 없는 반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VR영화는 서서히 새로운 영화 시장으로 떠오르고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VR 기술의 일부 한계와 직접 VR영화를 제작할 국내 인력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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