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훈 “문제는 ‘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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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 “문제는 ‘현실’이야!”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19.04.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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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차용범

4월 7일,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자유와 품위를 다짐하는 날이다. 나는 ‘신문’을 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킬 중요한 존재로 본다. 신문의 발전은 인간의 발전을 뜻한다는 것, 신문은 개인의 사고를 발흥하고 지도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신문, 나의 삶을 영위한 일생의 직업 차원을 넘어, 오늘까지 나의 일상을 추동한 꿈의 영역인 이유다.

신문 중에서, 내가 굳이 챙겨 읽는 섹션이 있다. 주말, ‘북스’ 또는 ‘‘북 리뷰’이다. 나는 보낸 한 주를 안도하며 다가올 한 주를 대비하는 그 반대감정 병존상태 속에서, ’뉴스‘를 읽는 긴장 없이 머리를 텅 비우고 신문을 뒤적이곤 한다. 그 ’책‘ 섹션의 강력한 매력 덕분이다. 분명, 나에게 세상을 읽는 눈은 신문이요 책인 것이다.

“소득주도·창조경제...현실개선 없는 슬로건 무의미”, “동독민 대량탈주, 독일 통일 원동력”-한 신문의 양면을 나눈 ‘북’섹션 중, 각 면을 지배한 머리제목이다. 나는 느슨한 긴장 속에서, 이 제목들에 확 끌렸다. 왼쪽 면의 ‘...현실개선 없는 슬로건 무의미’ 부분은 요즘 나 역시 깊이 공감할 일상의 주제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훈의 얘기였다.

오른쪽 면의 ‘독일 통일’ 스토리 역시 우리에게 곧 다가올 ‘운명의 그림자’일 듯하나, 실상 그 독일통일 과정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는 숙제이다. 그리고, 그 독일통일 현장은 내가 일선기자 시절 개혁·개방의 동구권을 현지취재하며 지켜봤던 그 베를린장벽 붕괴의 현장이다.

신간 <연필로 쓰기>의 정치감각... “정치 슬로건 아무 의미 없다”

김 훈, 그는 내 강의·특강의 단골소재이다. 취재보도며 언론문장, 정책PR 강의를 할 때, ‘짧은 문장‘을 강조하는 예로 그를 들곤 하는 것이다. 소설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받을 때의 심사평, 그 소설의 백미라 할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를 뽑아내려 열흘 동안 담배만 피웠다는 얘기, 한국일보 시절 한 번은 “안녕, 김훈”으로 사직서를 대신했다는 스토리까지, 그는 정말이지 간략한 문장으로 새로운 문제를 정립한 글쓰기의 대가이다.

나는 그의 고정 팬이다. 그의 새 책을 읽으며 감탄하고, 또 새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는 그저 신변잡기식 글을 쓰지 않는다. 그는 늘 현실문제를 천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사, 그의 새 산문집 <연필로 쓰기> 역시, “일상적 얘기를 중심으로 삼겠다는 기획의도를 갖고 쓴 글들”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이 책에선 누구보다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김훈의 정치감각을 읽을 수 있겠다. 다음은 그 인터뷰 몇 부분.

질의: 이번 산문집에서 이순신의 리더십을, 배가 열두 척밖에 남지 않은 절망적 상황을 기적적으로 극복해 삶의 전망을 열어나가는 ‘전환의 리더십’으로 요약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응답: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건) 민주적 민주적 리더십이라는 거잖아. 그것은 여러 사람이 하자는 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여러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야. 여러 사람이 하기 싫다는 게 있잖아. 그런데 반드시 해야 할 경우가 있잖아. 열두 척 갖고 나가는 것처럼. 그것이 정말로 위기의 리더십이지. (...) 요즘 열두 척 갖고 나가겠다고 하면 따라가면 안 돼. 그럼 죽는 거야. 요즘 리더는 적이 330척 갖고 들어올 때 내가 열두 척밖에 없는 사태가 없도록 해야 돼.”

질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도 바뀌나.

응답: “어떻게든 일상의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해. (...)책을 통해 배운 사람과 삶을 통해 배운 사람은 천지 차이가 있는 거라고.(...)우리 경제정책이 자꾸 헛돌잖아. 최저임금, 52시간제, 그런 것도 왜 저러나 싶어. 그거 만든 사람들도 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잖아. 아마 책과 현실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현실을 주무르니까 저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정치 슬로건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거야. 그것이 인간현실을 개조할 수 없는 한 의미가 없는 거라고. 그런 사람들은 언어를 맹신하는 것 같애. 언어를 맹신하는 것은 아주 큰 딜레마에 빠지는 거지.”

“책 중요하나, 책과 현실은 천지 차이”... 두루 깨우칠 때

나는 김훈 작가의 현실인식에 크게 공감한다. 우리, 경제현실은 오늘을 한탄하고 미래를 걱정할 지경인데, 정부는 언제까지 소득주도며, 최저임금이며, 탈원전 같은 정치적 슬로건에 매달려 있을 것인가? 그 맹신에 따른 딜레마는 또, 언제쯤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586의 정치감각을 대변하는 진보적 작가’가 “소득주도.. 현실개선 없는 슬로건 무의미”를 얘기하니, 그 현실세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41%다. 부정적 평가는 49%, 그 ‘데드 크로스’ 현상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접어두고. 직무수행의 부정적 평가이유는 '경제⋅민생 해결 부족'(38%), '북한관계 치중⋅친북 성향'(14%), '일자리 문제 부족'(6%), '인사(人事) 문제'(5%), '독단적⋅일방적⋅편파적'... 등이다.

민심에 나타나는 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는가? 나아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정치인’ 그는 요즘 무슨 책을 읽는가? 그는 취임 후 첫 여름휴가 때 <명견만리>를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주변에 권하며 강조한 말도 있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겪어보지 않은 세상이 밀려오고 있다.(...) 적어도 30년은 내다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대비해야 할 때”라는 표현이다. ‘대통령의 독서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말을 새긴다면, 대통령이 읽는 책은 일말의 호기심과 함께 걱정을 부르기도 한다. 대통령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들을 정부 주요직책에 자주 기용하곤 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예. 그의 저서 <협상의 전략>은 대통령의 독서목록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승진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도 저서 <이상한 정상가족>의 인연이 있다. 대통령의 ‘독서 인사’는 이 뿐이 아니다. 주중대사로 발령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할 일이 없다면 아세안으로 가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현철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도 같은 사례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독서 인사’는 날로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장하성, 김현철을 넘어, 김연철까지. 문제는, 내용이 훌륭하고 이해하기 쉬운 책을 썼다고 해서 성공적인 정책 담당자나 참모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대통령이 영입한 학자 중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해당분야 최고 전문가는 드물다.

문제는 분명하다. 대통령이 “책과 현실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김 훈의 말)의 뜻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최고인재를 구한다는 대통령 자신의 목적의식이 빈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대통령도 김훈의 <연필로 쓰기>를 읽을 것을 강추한다. 김훈의 현실인식은 여느 서생적 저자의 저서보다 '세상읽기'에 훨씬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 김훈의 신간소식을 읽으며 확인하는 단상. 역시 신문은 위대하다. 신문이 아니면, 누가, ‘오늘의 작가’ 김훈을 콕 찍어서, 그의 생각을 이토록 생생하게 전해 줄 것인가. 신문은 모든 발전에 필요한 생각을 유발한다는 것, 그래서 빌 게이츠도 ‘신문 읽기’에 그렇게 열심이라는 것이다. 역시 과거를 토대로 현재를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왜’라는 물음을 던져주는 매체는 신문이다. 땡큐, 위대한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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