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문장가 김훈,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 들고 독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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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문장가 김훈,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 들고 독자 만나
  • 부산시 사상구 황지환
  • 승인 2022.09.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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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에서 단문, 미문의 대가로 손꼽히는 김훈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으로 독자들 곁에 돌아왔다. 올해 6월,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문학동네)를 출간했다. 소설집을 출간한 지 두 달 만에 깜짝 신작 발표를 한 덕에 그의 오랜 팬들은 물론, 김훈의 작품을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독자들도 서점으로 이끌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라고 하지만,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출간한 덕분에 언론은 물론 정치권,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가 11번째 장편소설의 소재로 삼은 것은 안중근이다. 김훈 작가는 이번 소설의 탄생 배경에 대해 “대학생 시절 안중근의 신문조서 기록을 처음 접한 후 언젠가는 이 내용을 꼭 글로 써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50여 년이 걸려 완성했다”고 시사저널이 밝혔다.

김훈 작가는 신작 ‘하얼빈’에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독립투사 안중근’이 아닌, ‘청년 안중근’, ‘아버지로서의 안중근’, ‘남편으로서의 안중근’을 더 깊게 다루고 있다. 작가는 안중근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독립운동가로서의 신념이 내면에서 충돌하는 것을 상세히 묘사했다. 김훈 작가 특유의 서늘하고, 무뚝뚝한 간결체로 이뤄진 단문(短文)은 마치 소설이 아닌, 실제 역사서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김훈 작가는 유독 실존 인물을 작품 속에 녹여낸 경우가 많았다. '칼의 노래'(문학동네, 2012년 출간)에서는 이순신을, '남한산성'(학고재, 2007년 출간)에서는 최명길과 김상헌을 묘사했다. 이번 신작을 포함해 김훈 작가가 쓴 소설 속 인물들의 공통점을 꼽아본다면, 바로 ‘사면초가’에 놓여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상하좌우 어디를 봐도 막막한 국 내·외적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다.

김훈 작가보다 12년 먼저 안중근에 관해 쓴 소설이 있다. 바로 이문열 작가의 ‘불멸’(민음사, 2010년 출간)이다. 불멸은 올해 ‘죽어 천년을 살리라’(RHK, 2022년 출간)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두 작품이지만,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면을 보인다. 대표적인 차이점은 역시 ‘단지 동맹’ 장면이다. 김훈의 ‘하얼빈’에서는 단지 동맹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문열의 ‘죽어 천년을 살리라’에서는 단지 동맹의 숙연함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분량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김훈의 ‘하얼빈’은 308쪽, '죽어 천년을 살리라'는 1, 2권 합해 864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한국 문단에서 김훈은 간결체(簡潔體)의 대부로, 이문열은 만연체(蔓衍體)의 대부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안중근의 이야기를 다룬 두 소설이지만, 문체의 차이를 느끼며 두 작품을 비교해 읽는 것도 독자들에게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다.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의 표지다  (사진: 문학동네 홈페이지 캡처).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의 표지다 (사진: 문학동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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