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제주도 롯데 리조트에 묶으며, 가족들과 사려니 숲길을 거닐다 / 장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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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제주도 롯데 리조트에 묶으며, 가족들과 사려니 숲길을 거닐다 / 장원호
  • 미주리대 명예교수 장원호 박사
  • 승인 2018.01.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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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삶의 뜻을 생각하는 은퇴인

2014년 한국에 왔을 때, 큰 아들 철준이가 준비해줘서 제주도를 3박 4일로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우리 부부가 여러 번 가 봤지만, 철준이 부부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주지 많은 채 이번 여행은 아주 특별하다고 여러 차례 말해서 우리 부부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10월 26일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이외에도 여러 개의 저가 항공사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일행 7명이 탄 비행기는 저가 항공사의 오래된 보잉 737 비행기였지만 값은 싸다고 합니다. 제주 비행장에 내린 우리는 예약된 밴을 렌트해서 제주에서의 3박 4일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비행장에서 숙소로 가는 도중에 덤장이라는 식당에 들려 점심을 들었는데, 1만 5000원짜리 전복 뚝배기를 시켰습니다. 맛 있고 작은 전복이 여러 마리 들어있고 조개와 새우 등 해물이 감칠 맛 나는 된장과 어우러진 최고의 점심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롯데 리조트 아트 빌라스는 일종의 초호화 빌라 호텔로, 한 채를 빌리는데 하루에 320만 원이라고 하니, 그 호화로운 시설과 주변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한 개의 독채에 방이 4개나 되고, 주방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그 방의 가구들은 신라 호텔 스위트에 버금간다고 합니다. 롯데 호텔이 직접 운영하는 이 빌라 호텔은 스카이 힐 골프장 바로 옆에 있으며 제주도 서귀포 중문단지에서 가장 호화로운 시설이라고 합니다.

호화스러운 롯데 리조트 아트 빌라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10월 하순은 이 지역의 비수기로서 손님이 별로 없는 편이어서 상당한 디스카운트를 받았다고만 며느리가 설명해주었습니다. 사실 50만 원 하는 호텔 방 4개에다 주방 시설까지 있는 셈이니 부자들의 호화로운 노름터임은 분명했습니다. 

시설이 너무 좋아서 다른 곳으로 나갈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지만, 석양이 깃들면서, 손주 아이들이 졸라서 낮에 본 카트 트랙 운전 놀이장에 가서 잠시 놀다가 식료품도 살 겸 서귀포 신라 호텔로 가서 호텔 뒤쪽의 해변을 걸으면서 잘 가꾸어 놓은 해변 공원을 돌아보았습니다.

사려니 숲: 둘째 날은 늦은 아침을 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신의 땅, '사려니 숲'으로 가서 오랜만에 산속 길을 걸었습니다.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숲길을 말합니다. 이 숲길은 완만하고 평탄했습니다. 숲길을 걸으면서 물찾오름, 붉은오름, 사려니오름 외에도 자갈 대신 화산석이 가득한 천미천 계곡, 서중천 계곡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온대산지인 사려니 숲길에는 자연림인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었습니다. 산림 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삼나무, 편백나무 등도 식재되어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시인 도종환은 <사려니 숲길>이란 제목의 시에서 “신역(神域)으로 뻗어있는 사려니 숲길 같은”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제주도 말로 '사려니'는 '신성한', '신령스러운'이란 뜻이라고 하니, 사려니 숲길을 신역으로 표현한 도종환 시인의 시구와 멋지게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부부와 큰아들 부부와 손주들과 함께 사려니 숲길을 걸었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다양한 나무들의 모습에 푹 빠져 걷는 둥 마는 둥 하다 보면 숲길을 가로지르는 '새왓내'라는 물길을 지납니다. 한라산 정상부 동쪽 사면에서 발원해 중산간 마을에 식수를 대주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경계 삼아 휘돌아 흐르다가, 제주도 표선 바닷가로 흘러가는 제주도에서 가장 긴 천미천의 지류라고 합니다. 자갈 대신 화산석이 가득한 냇가도 이채롭고 삼삼오오 모여 뾰족한 부리로 냇물을 마시는 까마귀들도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습니다.

1930년대 제주도가 벌겋게 헐벗었을 때, 제주도민들이 일본에서 빠르게 자라는 삼나무를 들여와 바로 이곳 일대에 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 사려니길 입구 주변의 삼나무들은 수령이 80년쯤 되어 유난히 굵고, 이곳에서 키운 묘목들이 제주도 곳곳으로 퍼져나가 현재처럼 한라산과 중산간, 오름의 주인이 되었다고 안내소 직원이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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