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가상인물 생일까지 챙겨준다고?”... MZ세대의 생일카페 열풍
상태바
“연예인, 가상인물 생일까지 챙겨준다고?”... MZ세대의 생일카페 열풍
  • 취재기자 이지수
  • 승인 2022.11.25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Z세대, SNS 등에서 다양한 팬 생일문화 즐겨
음식 먹기 전 최애의 포토카드 꺼내 사진 촬영
지하철역 등에 생일 축하 전광판 걸거나 기부도

‘#네가_시위를_당길때_러뷰어가_있을거야.’

10월의 어느 날, 자정이 되자 SNS에는 한 인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해시태그가 올라왔다. 사람들은 글과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해시태그 주인공의 생일을 축하했다.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서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해시태그의 주인공은 실제 아이돌도 배우도 아닌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라는 소설 속 등장인물인 ‘류청우’다. 여러 사람이 가상 인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해시태그를 만든 거다.

사실 누군가의 생일 축하 해시태그가 SNS에 올라간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생일 축하 해시태그는 이전부터 있었던 팬 문화 중 하나다. 팬들은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대상)의 생일이 되면 최애와 관련된 문구로 해시태그를 만들어 생일을 축하하곤 했다.

류청우라는 소설 캐릭터의 생일 카페 모습이다(사진: 독자 강다영 씨 제공).
류청우라는 소설 캐릭터의 생일 카페 모습이다(사진: 독자 강다영 씨 제공).

생일 축하 해시태그를 만들어 최애의 생일을 축하했던 팬 문화는 ‘생일 카페’를 개최하고 참석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MZ세대가 즐기고 있는 다양한 팬 문화

최근 MZ세대는 다양한 팬 문화를 즐기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팬 문화 중 하나는 ‘포카 예절’이다. 포카 예절은 ‘포토카드 예절’의 줄임말로, 음식을 먹기 전 최애의 포토카드를 꺼내 사진을 촬영하는 팬들의 식사 예절을 말한다.

팬들은 포카 예절을 위해 포토카드를 넣을 예쁜 홀더를 사거나, 직접 홀더를 꾸미기도 한다. 홀더를 사용하는 이유는 아끼는 최애의 포토카드를 보호하기 위함도 있지만, 사진을 찍을 때 최애의 모습을 더 예뻐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다.

팬들에게 식사를 하기 전 예쁜 홀더에 든 포토카드를 꺼내 사진을 찍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식사 전에 포카 예절을 하지 않으면 허전함을 느낀다는 팬도 있었다. 대학생 김유진(21, 경남 창원시) 씨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가 밥을 먹기 전에는 꼭 포카 예절을 해야 한다기에 따라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하다 보니 재미가 붙기도 했고, 이제는 포카 예절을 안 하면 허전하기도 해 밥을 먹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최애 사진을 꺼내게 됐다”고 말했다.

포카 예절 외에도 좋아하는 연예인이 입은 옷이나 악세서리들을 따라서 사는 ‘손민수 문화’도 존재한다. 손민수 문화는 ‘치즈 인 더 트랩’이라는 웹툰 등장인물인 ‘손민수’에서 유래했다. 작 중에서 손민수는 주인공인 홍설의 옷과 머리 스타일을 따라하고 물건을 똑같이 따라 사는 등의 행동을 하는데, 이처럼 팬들이 최애의 스타일을 따라하고 최애와 같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손민수 했다”고 표현한다.

생일 카페의 A to Z

이러한 팬 문화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에 팬들끼리 모여 생일 축하하는 방식인 ‘생일 카페’로 이어졌다.

생일 카페란 최애의 생일에 맞춰 대관한 카페에 팬들이 모여 축하하는 것을 말한다. 생일 카페의 내부는 생일 주인공의 사진과 굿즈들로 꾸며져 있으며, 생일 카페 기간 동안 카페 메뉴들이 주인공의 이름과 취향에 맞춰 바뀌기도 한다. 류청우라는 캐릭터의 생일 카페에선 블루레몬에이드의 메뉴 이름이 ‘류청우의 생일 풀드로’로 바꿔 판매됐다. 생일 카페에 방문한 대학생 강다영(21, 부산 남구) 씨는 “생일 카페 때 사 먹은 영수증을 보면 아메리카노같은 메뉴도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아혀니카노’ 등으로 바뀌어 있다”며 “그 점이 재밌어 영수증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한 캐릭터 생일카페에서 받은 컵홀더와 영수증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지수).
한 캐릭터 생일카페에서 받은 컵홀더와 영수증(사진: 취재기자 이지수).

생일 카페에 방문한 이들은 최애의 사진과 굿즈로 꾸며진 쇼룸 앞으로 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포토카드나 인형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으며 생일 카페를 즐긴다. 이외에도 본인이 직접 창작한 굿즈 등을 나눠주거나 받으며 친목을 다진다. 박윤지(21, 경남 창원시) 씨는 “좋아하는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러 왔던 건데 처음 보는 분들이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감사했다”며 “왜 사람들이 친목 도모를 하러 카페에 오는지 알 것 같다”고 답했다.

가상 인물의 생일까지, MZ세대의 생일 카페 열풍

최근 생일 카페에는 연예인과 가상 인물의 구분 없이 생일 카페가 열리고 있다. 과거에는 실제 연예인을 대상으로만 생일 카페가 열렸다면, 최근에는 가상 인물을 위한 생일 카페도 자주 개최된다.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소설,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가 생일 카페를 통해 생일을 축하받고 있다.

또, 생일 카페는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과 대구, 대전 등을 중심으로 전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에도 서면, 전포, 덕천 등 부산 주요 중심지에서 생일 카페가 활발히 개최되고 있으며, 대전의 경우 은행, 봉명 등에서 생일 카페가 열리고 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장세현(21, 경남 창원시) 씨는 “생일 카페를 진행하게 되면 오픈 시간부터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음료를 주문하면 드리는 컵 홀더와 엽서, 스티커 등의 굿즈를 드리는데 받으신 분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단순히 생일 주인공 이름의 음료를 팔거나 굿즈를 나눔하는 것에서 나아가‘인생네컷’이라는 사진 촬영을 위한 캐릭터 프레임을 제작해 생일 카페를 즐기기도 한다. 팬들은 최애 캐릭터의 인형이나 포토카드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며 인증샷 등을 남긴다.

생일 카페 이외에도 최애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팬 문화는 다양하다. 팬들은 최애의 생일을 맞이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등에 생일 축하 전광판을 걸거나 기부를 한다. 또, 꽃집을 대관해 최애 테마의 꽃을 파는 ‘생일 꽃집’을 열거나,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색을 추출하는 랜덤 다이버시티를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