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산업의 그늘, 환경오염...‘친환경 앨범’으로 변화하는 음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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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산업의 그늘, 환경오염...‘친환경 앨범’으로 변화하는 음반들
  • 취재기자 김아란
  • 승인 2023.10.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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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버려지는 음반만 수백만 장...소각 시 치명적인 유독가스 발생해
QR코드 앨범, 친환경 소재 앨범, NFC 카드 앨범 등 다양한 변화 시도

한국의 자랑이자 소프트 파워의 정점인 K-POP 산업. 이 K-POP 산업도 환경오염의 책임으로부터 피해갈 수 없을듯하다.

지난 8월 국내 공인 음악차트인 써클차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도 1월부터 8월까지 실물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00만 장가량 많은 7887만 장이다. 이는 전년도 판매량인 약 8000만 장의 98%에 해당한다. 써클차트의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12월까지 전년도 판매량을 유지할 경우, 올해 전체 앨범 판매량은 1억 장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면에 전 세계 음반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약 9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 들어서 43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세계적으로 실물 음반시장 규모는 축소되어 가는데 K-POP 산업만이 이를 역행 중인 것이다. 문제는 실물 음반의 대량구매에 따른 수백만 장의 ‘앨범 쓰레기’들이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앨범 소각 시 발생하는 치명적인 유독가스

기존의 앨범들은 공통적으로 화보집, 가사지, CD, 굿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때 앨범의 포장재인 폴리염화비닐(PVC)은 불에 타면 강한 부식성 가스가 배출되고 재활용하기가 어려워 환경에 치명적이다. 또 포토북이나 포토카드에 쓰이는 코팅 종이도 코팅 비닐과 종이를 떼어서 버려야 하지만, 잘 분리되지 않아 이를 일반 쓰레기에 버리거나 분리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CD는 그 이상으로 골칫거리이다. 플라스틱 CD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물질로 만들어지는데 자연 분해되는 데만 약 100만 년이 걸린다. 게다가 매립·소각하는 과정에서 폴리카보네이트에 들어있는 가소제로 인해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CD 소비량이 많았던 과거에는 일부 재활용을 하기도 했으나 음원을 디지털 플랫폼에서 듣는 현대에 와서는 완전히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플라스틱 CD는 팬들에게도 외면받는 중이다. 대학생 이수현(22,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앨범을 잘라 다이어리를 꾸미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어차피 사진과 음악은 인터넷으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재활용한다는 것. 그러나 CD는 음악을 듣지 않는 이상 쓸 곳이 없다. 이 씨는 “요새는 다 멜론으로 노래를 듣는데 CD는 왜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형식적이기만 하고 처리하기 어려워 별로다”라고 말했다.

실물 앨범 판매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

앨범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포토카드’라 불리는 굿즈다.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진을 코팅한 손바닥만한 크기의 포토카드는 앨범을 개봉하기 전까지는 어떤 멤버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랜덤구성품이다. 이 때문에 팬들은 본인이 원하는 멤버의 카드를 얻기 위해 한 번에 열 장씩 대량 구매를 하거나, 팬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이러한 팬심과 사행심을 동시에 이용해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음반 쓰레기가 발생하게 된다.

두 번째는 앨범 판매량 경쟁이다. 현재 앨범 판매량은 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측정하는 척도이자 음악방송의 순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음반 발매 후 1주일간의 판매량을 의미하는 ‘초동’은 회사와 팬들 모두에게 중요한 지표다. 초동 실적이 높을수록 해당 그룹의 가치가 높아지며, 다른 그룹과의 경쟁에서도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팬들은 초동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남자 아이돌 그룹의 팬인 박성은(23) 씨는 “팬들 사이에서도 초동 성적을 높이려고 앨범을 공동 구매하는 등 구매를 독려한다”고 말했다.

QR코드 앨범, 키노 앨범 등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앨범 등장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의 목소리가 커지자 음반 회사들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음악 기획사 하이브에서는 ‘위버스 QR코드 앨범’을 발매했다. QR코드 앨범에는 CD 대신 QR코드가 새겨진 종이가 포함돼 있는 구성으로, 카메라로 이를 스캔하면 ‘위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다. QR코드 앨범은 CD가 빠진 덕분에 앨범의 크기 자체가 줄어들었고 가격도 더 싸졌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음반을 제작했다. 지난해 그룹 NCT 드림의 정규 2집 음반에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의 인증을 받은 용지를 사용했고, 또 쉽게 자연 분해되는 콩기름 잉크,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배출이 없는 환경친화적인 UV 코팅 등을 활용했다.

NFC 기능을 이용한 ‘키노 앨범’도 있다. 인증 토큰인 키트(KIT)를 스마트폰에 갖다 대면 미리 설치된 어플에서 음악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컨텐츠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앨범들과 달리 교통카드 크기의 카드이기 때문에 소장이 편리하고, 뮤직비디오 제작과정 등을 키노 앨범에서만 감상할 수 있어 소장 가치가 높기도 하다.

대학생 이다영 씨가 교보문구에서 QR코드 앨범을 구경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대학생 이다영 씨가 교보문구에서 QR코드 앨범을 구경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오히려 좋아!”

K-POP의 골수팬인 이다영(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변화한 앨범들의 양상에 만족한다. 여러 아이돌 그룹을 덕질하며 모아온 앨범의 양이 상당해 처치 곤란이기 일쑤였는데 최근 구매한 QR코드 앨범은 부피를 적게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최근에 산 뉴진스 앨범이 손바닥만한 크기라 보관하기 좋다. 책장에 드디어 여유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정효선(19, 부산시 사상구) 씨도 “내가 좋아하는 그룹도 CD를 빼고 더 싸게 만들어주면 좋겠다”며 친환경 앨범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친환경 앨범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음반 실적 경쟁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상, 앨범 제작에 있어서라도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속가능한 K-POP 산업을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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