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아이돌-팬덤은 V LIVE·리슨·위버스 등 팬클럽 플랫폼 앱으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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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아이돌-팬덤은 V LIVE·리슨·위버스 등 팬클럽 플랫폼 앱으로 소통한다
  • 취재기자 김수빈
  • 승인 2020.12.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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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위버스 앱으로 전 세계 팬 상대 온라인 콘서트 개최
팬덤들은 소통 앱 플랫폼으로 실시간 공연도 보고 응원 글도 올리고
실제 카페 빌려 생일 맞은 아이돌 자축하는 팬덤만의 1일 ‘생일카페’도 성행
덕질도 좋지만, 과도한 비용·일상생활 방해는 곤란

아이돌 H.O.T.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학교 자습시간에 도망쳐 나오고, H.O.T.가 출연한 TV방송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하고, 앨범CD를 사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줄 서 기다린다.

이는 1990년대 추억을 그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속 여주인공 ‘성시원’의 이야기다. 성시원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H.O.T.의 열렬한 광팬, 즉 H.O.T. 바라기다. 그 시절, 또 다른 누군가의 성시원으로 살아봤던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고 “맞아, 그땐 그랬지!”를 외치며 공감을 표한다. 하지만 요즘 세대의 아이돌 바라기들은 이렇게 말했다. “와, 정말 저랬다고?”

특정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우리는 소위 ‘덕질’이라고 부른다. 그중, 아이돌을 덕질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가진 취미 중 하나다. “춤과 노래를 잘해서”, “지친 일상에 잠깐의 활력소, 쉼터가 돼줘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아서” 등 사람들이 말하는 아이돌을 덕질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과거나 현재나 사람들이 아이돌을 덕질하는 이유,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이돌을 덕질하는 방법, 그 덕질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덕질 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미디어의 발달에 있다. <응답하라 1997>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엔 아이돌 소식을 듣기 위해 팬들은 지정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아이돌이 녹음해둔 음성 사서함을 확인했다. 또, 아이돌이 출연한 TV방송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 두고두고 봤으며, 콘서트 티켓팅 날엔 은행 앞에서 밤새 죽치고 기다려 표를 샀다.

하지만 요즘 팬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덕질한다. 유튜브나 각종 SNS를 통해서 팬들은 언제 어디서나 검색 한 번이면 사진과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콘서트 티켓팅 역시 온라인으로 이뤄지며, 팬들은 아이돌이 SNS에 올린 게시물로 소식을 안다. 아이돌 그룹 엑소를 8년째 덕질 중인 한흔지(22, 경남 창원시) 씨는 “멤버가 SNS에 글을 올려주는 그 찰나에서조차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팬의 입장에선 행복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팬들에게 오늘은 어땠는지 안부를 묻기도 하고, 반대로 본인은 뭘 했는지 알려주기도 해요. 또, 틈날 때마다 라이브로 소통하면서 신청곡을 불러주거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때론 어렸을 때의 소소한 추억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팬과 연예인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친한 친구처럼 일상의 안부를 묻고, 재밌는 얘기도 하면서 매 순간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엑소 멤버 백현이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편안하고 친근한 말투로 팬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고 팬들의 안부를 걱정해주고 있다(사진: 백현 트위터 캡처).
엑소 멤버 백현이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편안하고 친근한 말투로 팬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고 팬들의 안부를 걱정해주고 있다(사진: 백현 트위터 캡처).

요즘 팬들은 아이돌과 관련된 기억을 실감할 수 있는 활동을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예시가 바로 아이돌 ‘생일카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의 생일이 되면 팬덤에서 지하철 전광판이나 버스 정류장 전광판, 시내버스 외벽 등에 생일 축하 광고를 싣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카페를 통째로 대여해 팝업스토어처럼 아이돌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카페를 운영하는 게 유행이다. 아이돌 생일카페에서는 운영시간 동안 아이돌의 사진이나 영상을 이용해 카페 내부를 꾸민다. 그리고 아이돌 사진과 축하 문구로 직접 디자인한 컵홀더를 음료와 함께 제공한다. 경우에 따라선, 특별 음료나 간식 메뉴, 혹은 팬덤에서 준비한 생일자와 관련된 굿즈를 나눠주기도 한다. SNS를 통해 생일카페 홍보글을 확인한 생일맞은 아이돌 팬들은 카페를 찾아가 함께 생일을 축하하며 해당 아이돌과 관련된 추억을 쌓는다. 아이돌 그룹 드리핀의 팬 이 모(23, 서울시 마포구) 씨는 지난 10월, 멤버 황윤성의 생일카페를 직접 기획, 운영했다. 그녀는 “좋아하는 아이돌들의 카페 투어를 돌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나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몇 번 진행했습니다. 이번 이벤트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데뷔 후 첫 생일인 만큼 특별하게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간단해 보이겠지만, 준비하는 동안 시간과 돈,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생일카페를 다녀간 팬들이 좋은 후기를 남겨주기도 하고, 아티스트가 실제로 이벤트를 알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해당 아이돌을 좋아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이벤트를 기획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드리핀 멤버 황윤성의 생일카페 내부 사진. 생일카페를 기획한 이 모 씨는 카페에 방문하는 팬들이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카페 한 켠에 포토존을 마련했다(사진: 린비의 TMI 공장 블로그 제공).
드리핀 멤버 황윤성의 생일카페 내부 사진. 생일카페를 기획한 이 모 씨는 카페에 방문하는 팬들이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카페 한 켠에 포토존을 마련했다(사진: 린비의 TMI 공장 블로그 제공).

온라인상에서 아이돌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팬들과 함께 덕질하기 위한 필수적인 공간은 팬카페였다. 팬카페를 통해 사람들은 아이돌의 스케줄과 소식, 편지 등을 확인하고 응원 글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현재도 여전히 팬카페가 아이돌의 정보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 창구다. 하지만 2015년 네이버에서 운영을 시작한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V LIVE’는 새로운 아이돌과 팬의 실시간 소통 플랫폼이 됐다. V LIVE는 아이돌이 직접 방송을 켜고 끌 수 있는 플랫폼으로, 처음에는 아이돌의 실시간 방송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현재는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팬들에게 홍보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이돌 그룹 NCT의 팬 이승연(22, 부산시 남구) 씨는 “V LIVE를 통한 실시간 쌍방소통은 왠지 친구와 영상 통화하듯이 친근감이 들어 좋아요. 하지만 아이돌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읽기 때문에 안 좋은 말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될 때가 있어요. 댓글에 좋은 말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NCT 멤버 윈윈, 천러, 재현이 V LIVE 방송을 진행 중이다. 태블릿PC를 이용해 팬들이 실시간으로 올려주는 댓글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V LIVE NCT 캡처).
NCT 멤버 윈윈, 천러, 재현이 V LIVE 방송을 진행 중이다. 태블릿PC를 이용해 팬들이 실시간으로 올려주는 댓글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V LIVE NCT 캡처).

새롭게 등장한 덕질 플랫폼은 V LIVE뿐만이 아니다. 아이돌이 속해 있는 소속사에선 자체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팬들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팬클럽 커뮤니티 앱 ‘리슨(Lysn)’을 운영 중이다. 리슨엔 아티스트에 관한 공지사항, 이벤트, 팬 사인회 응모, 음악방송 신청 등의 기능이 갖춰져 있고, 아티스트가 직접 기재한 글을 보며 팬들 역시 응원 글을 작성할 수 있다. 또한 리슨에서는 ‘Dear U. Bubble’이라는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이 가능한 유료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마치 실제 메시지를 주고받듯이 아티스트와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도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 중이다. 리슨과 비슷하게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소통은 물론이고 미디어와 커머스 기능을 아우르며 글로벌 팬덤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리슨의 ‘Dear U. Bubble’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이 모(23, 부산시 남구) 씨는 “아이돌에게 직접 메시지를 받는 느낌이라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아이돌의 소소한 일상을 알 수 있어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아티스트와 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유료 서비스 ‘Dear U. Bubble’. 해당 서비스를 통해 아티스트로부터 텍스트는 물론 사진, 영상, 음성도 받아 볼 수 있다(사진: SM 엔터테인먼트 팬 커뮤니티 앱 ‘리슨’ 캡처).
아티스트와 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유료 서비스 ‘Dear U. Bubble’. 해당 서비스를 통해 아티스트로부터 텍스트는 물론 사진, 영상, 음성도 받아 볼 수 있다(사진: SM 엔터테인먼트 팬 커뮤니티 앱 ‘리슨’ 캡처).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예정됐던 아이돌의 콘서트가 계속 연기되다 결국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했고, 앨범 발매일 역시 늦어지기도 했다. 아이돌과 팬들은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어져 버려 굉장히 아쉬워했다. 하지만 만날 수 없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덕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생겨났다. 바로 ‘온라인 콘서트’와 ‘온라인 팬 사인회’다. 지난 6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자체적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을 개최했다. 무관중으로 진행된 그들의 무대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송출됐고, 약 75만 명의 팬들이 실시간으로 접속해 함께 콘서트를 즐겼다. 온라인이라는 제약이 있었지만, 방방콘에선 온라인 공연만의 다양한 이벤트와 실시간 소통을 통해서 성공적인 언택트 공연을 이뤘다.

또, 아이돌 그룹은 새로운 앨범이 발매되면 팬 사인회를 개최하는데, 직접 대면이 불가한 요즘 영상통화를 통한 1:1 팬 사인회 이벤트를 시작했다. 온라인 팬 사인회는 오프라인 팬 사인회보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팬들은 영상통화 내용을 녹화해 소장할 수도 있다. 또, 직접 만나기 어려운 해외 팬들도 온라인을 통해서 쉽게 팬 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의 팬 박 모(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지난 11월, 멤버 셔누와 영상통화 팬사인회의 기회를 가졌다.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영상통화 팬 사인회에서 팬들이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들어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요. 그 모습이 저에겐 가장 인상 깊고 고마워요. 직접 만나지 못해서 영상통화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는데, 그런 점들을 최대한 줄여주려고 노력해준답니다. 그 모습이 제가 몬스타엑스를 더 응원하게 되는 원동력이에요. 영상통화 팬 사인회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새로운 대안책인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이런 방법으로라도 팬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저에겐 큰 감동이고 행복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모 씨와 몬스타엑스 멤버 셔누의 영상통화 팬사인회 중 캡처 사진. 박 모 씨는 셔누의 다정한 팬서비스에 ‘영통팬싸 맛집’이라고 자랑했다(사진: Middle of the Night 블로그 제공).
박 모 씨와 몬스타엑스 멤버 셔누의 영상통화 팬사인회 중 캡처 사진. 박 모 씨는 셔누의 다정한 팬서비스에 ‘영통팬싸 맛집’이라고 자랑했다(사진: Middle of the Night 블로그 제공).

이처럼 팬들은 아이돌을 덕질하며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또 자체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얻는다. 하지만 덕질을 위해 팬들이 투자하는 시간과 돈은 결코 적지 않다.

작년 KBS2TV <안녕하세요>에는 아이돌 팬덤 덕질하며 포토카드, 응원봉 등 각종 아이돌 굿즈를 사는데 무려 1200만 원을 투자한 아이돌 팬이 출연했다. 그녀는 덕질을 하느라 일주일에 두세 번 학교에 지각하고 시험에 결석해 결국 중학교 3학년 때 유급당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가족이 다 바쁜 탓에 딸이 본인을 방관한다 싶어 취미가 덕질로 빠진 것 같다며 딸을 이해하려 했지만 힘들고 괴로웠다며 눈물을 보였다. 해당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덕질로 인해 흐트러진 사연 주인공의 일상생활과 어마무시한 덕질 비용에 놀라워했다.

아이돌을 덕질하는 딸을 둔 김 모(58, 울산시 중구) 씨는 “아이돌을 보며 행복해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딸이 아이돌로 인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못 한다거나, 자신에게 투자할 돈을 아이돌에게 너무 많이 투자하지 않았으면 해요. 뭐든 적당한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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