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가득한 ‘헌팅 메카’ 민락수변공원, 금주구역으로 지정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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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가득한 ‘헌팅 메카’ 민락수변공원, 금주구역으로 지정 돼
  • 취재기자 이현경
  • 승인 2022.11.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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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수영구, 지난달 금주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안 만들어 음주 불가능
삼삼오오 모여 밤바다 낭만 즐기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헌팅하는 핫플레이스
쓰레기, 익사 사고 등 공원 환경 문제와 안전 문제는 여전... 모두 주의 기울여야

부산에는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이 다가오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늘 북적이는 곳이 있다. 바로 광안리이다. 부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여행 온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이곳은 부산의 ‘핫플레이스’이기도 하다.

광안리에서도 낮보다 밤에 활기를 띄는 곳이 있다. 아름다운 광안대교가 보이고 조용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잔잔하게 들려오는 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민락수변공원’이다.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이곳은 친구 연인 가족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밤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청춘남녀들의 ‘헌팅’ 장소로도 유명하다.

헌팅 장소로도 유명한 만큼 수변공원 안에는 헌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밤 9시가 넘어가자, 공원에는 게임을 하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들로 가득했다. 새벽 1시에 가까워지면 같이 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함께 나간다.

수변공원에서 헌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여대생 안모(22, 부산 남구) 씨는 “보통 인원이 맞거나 재미있는 사람들이 합석 제의를 하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낯선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고, 가볍게 만나서 놀 수 있다는 게 편하다”며 “가끔 가볍게 놀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거절해도 끈질기게 연락처를 요구하거나 2차를 가자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안 씨는 이어 “본인도 가볍게 놀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해 놓고 마지막에 말을 바꾸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헌팅 하는 게 조금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공원의 바닥과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 녹색 형광 조끼를 입은 관리인들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음료수와 음식이 모여 즐거움이 두 배가 되는 이곳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새벽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민락수변공원에서 경비원이 안전사고에 대비해 바다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이현경).
민락수변공원에서 경비원이 안전사고에 대비해 바다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이현경).

관리인 이명호(58, 부산 수영구) 씨는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면서 관리를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수변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힘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일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이명호 씨는 만취한 남성이 바다로 뛰어 들어 그것을 제지하는 도중에 큰일을 겪을 뻔했다. 그는 “인근 술집에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수변공원에 바람 쐬러 오는 경우가 있다”며 “바로 앞에 바다가 있고, 바리게이트도 없기 때문에 자칫하다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관리 일을 할 때마다 동료들과 사고가 날까봐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명호 씨의 동료인 신모(61) 씨는 “쓰레기 문제와 공원 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면서 “공원에서 음식을 먹고 나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그냥 버려두거나 곳곳에 토사물을 남겨놓는 것도 공원 환경을 망치는 것들 중 하나이다”며 수변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수변공원의 지나친 음주문화가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르자 관할 구청에서 금주조례가 만들어져 제동이 걸렸다. 지난 달 27일, 수영구의회 제24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부산시 수영구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이 통과됐다. 조례에 따라 공원이 금주구역이 된다면 음주 시 5만원의 과태료 부가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술변공원’이라고 불릴 만큼 헌팅 메카로 알려진 이곳에서 더 이상 헌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일일이 소지품을 검사하지 않는 이상 몰래 술을 가져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공원에서 음식물 섭취는 가능하기 때문에 쓰레기와 악취 문제 등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수변공원 근처에서 살고 있는 이모(21, 부산시 수영구) 씨는 “평소에 친구들과 자주 가서 술을 마신 적도 있고 가족들이랑 산책도 자주 나간다. 공원 안에서 즐길 때는 몰랐는데 공원 밖에서 보니 굉장히 시끄럽고 더럽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금주 구역으로 지정되면 술 문화가 없어질 뿐 헌팅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거 같다. 공원에 관한 문제들이 조금은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솔직히 지금이랑 비슷할 거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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