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비식별 처리 불가능한 수기 운송장, 전산 운송장으로 전환해
이름과 전화번호는 필수적으로 비식별 처리해 개인정보 침해 최소화
네티즌들 긍정적인 반응... 일부 ‘불법 쓰레기 무단 투기’를 우려하기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 이용자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택배 공포증’이 함께 대두되고 있다. 택배 공포증은 택배 운송장의 개인정보를 악용해 스토킹, 음란 문자, 강도 등 범죄에 노출될까 봐 우려하는 증상이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각종 방법도 떠오르는 가운데, 택배 운송장에 적히는 이름과 연락처를 타인이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택배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운송장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안에 대해 지난 20일 협의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개인정보보호 강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우정사업본부와 CJ 대한통운 등 국내 11개 택배사 관계자들도 함께 논의했다.
우선 개인정보위와 업계는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가 불가능한 수기 운송장을 전산 운송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름과 전화번호는 필수적으로 비식별 처리하는 등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 예를 들어, 앞으로 택배에 부착될 개인정보는 ‘홍*동’이나 ‘010-1234-****’ 등으로 비식별 처리해 표기하게 된다.
다만 주소는 비식별 처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배송 기사의 업무 부담 증가와 오배송 발생 소지 등 택배사 의견에 따라 주소는 비식별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운송장에 개인정보 노출이 최소화되도록 택배업계의 운송장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들도 택배 상자를 버릴 때 운송장을 제거하는 등 스스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택배 측에서만 식별 가능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진작에 해야 될 일이었다”, “진짜 좋은 것 같다”, “개인정보 안전하게 보호될 듯”, “항상 주문할 때 일부로 남자 이름 지어내서 적었는데”, “굳이 가명 처리 안 해도 되겠다”, “혼자 사는 사람들한테는 걱정되고 불안한 부분이다”,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나” 등의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우려하는 시민들도 있다. 신 모(43) 씨는 “비식별 처리하면 개인정보 노출 위험으로부터 각종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쓰레기를 무단으로 불법 투기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며, 이들을 잡기 더 힘들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모(26) 씨는 “요즘 자주 사용하는 QR코드나 택배 측에서만 식별 가능한 바코드 등을 이용하면 좋겠다”며 “개인정보가 없으면 마구잡이로 무책임하게 택배 상자를 그냥 버리는 사람들아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SNS에서는 택배 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송장 처리법은 △가위로 작게 잘라서 버리기 △직접 손으로 찢어서 버리기 △아세톤, 물파스, 알코올, 향수 등으로 지우기 △전용 운송장 지우는 스탬프 활용하기 △이름 옆 운송장 바코드를 함께 제거하기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