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위해 택배 주소정보를 없애라!’...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택배 정보 삭제법 공유 등 택배공포증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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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 위해 택배 주소정보를 없애라!’...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택배 정보 삭제법 공유 등 택배공포증 심화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4.21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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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 택배 포비아 호소하는 시민 증가
택배 포비아, 택배와 관련해 범죄에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공포증
일각에선 택배 송장 주소정보 등을 없애는 제품 다수 등장
일부 네티즌들 택배 송장 정보와 김태현 사건은 관련 없다고 비판
최근 김태현 사건으로 택배와 관련돼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공포를 뜻하는 '택배 포비아'가 떠오르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 김태현 사건으로 택배와 관련,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공포를 뜻하는 '택배 포비아'가 떠오르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의 택배 이용량은 잇따라 급증했다. 시민들 대부분이 구매를 택배로 해결하고 있지만 막상 택배 기사에게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이 아니고 사람이 무섭기 때문이다.

‘강두식, 곽철용, 마덕춘, 배용팔....’ 이는 각종 커뮤니티에 돌아다녔던 ‘강해 보이는 이름’ 리스트 중 일부다. 택배 기사로 위장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들과 관련해 시민들이 택배 수취인의 이름으로 강해 보이는 이름을 추천한 것. 오래전부터 택배 수취인을 여성의 이름으로 하면 범죄에 취약하다며, 이름을 추천해 주는 게시글이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최근 노원구 세 모녀가 살해당하는 ‘김태현 사건’에서 택배 송장 번호가 활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일부 시민들은 택배 포비아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트위터 화면 캡처).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일부 시민들은 택배 포비아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트위터 화면 캡처).

최근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시민들은 ‘택배 포비아(phobia, 공포증)’를 호소하고 있다. 택배 포비아는 택배와 관련해 범죄에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공포증을 뜻하는 신조어다. 특히 SNS 상 여성들 사이에서는 최근에 일어났던 김태현 사건으로 인해, 택배와 관련된 개인정보 유출 등 범죄에 이용될 만한 정보를 우려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 SNS에서 한 시민은 “최근에 김태현 사건 이후로 택배를 받고 나선 검은색 네임펜으로 번호와 주소를 지우고 있다”며 “집 근처 사진도 SNS에 못 올리겠는데, 무서워서 살겠나 싶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택배 정보 삭제법’도 함께 공유되고 있다. 공유된 방법은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택배 위에 부착된 정보를 ‘찢어서 버리기’ ‘물파스로 지우기’ ‘검은 스탬프로 지우기’ ‘향수로 지우기’ ‘알코올로 지우기’ ‘파쇄기로 없애기’ ‘아세톤으로 지우기’ 등이 있다. 대학생 성민정(23) 씨는 “한창 김태현 사건으로 떠들썩할 때 택배 정보 삭제법 정보도 함께 떠올랐는데 너무 무서워서 관심 있게 봤다”며 “각종 방법들이 있었지만, 그냥 못 알아볼 정도로 작게 갈기갈기 찢어서 버리는 것이 제일 안심된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도 택배 정보를 삭제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함께 떠오르고 있다(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에도 택배 정보를 제거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함께 떠오르고 있다(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에도 관련된 내용이 다수 올라왔다. 한 유튜버는 ‘택배 운송장에 적힌 주소 정보 단 3초 만에 지우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직접 물파스로 택배 송장 주소 정보를 지우는 장면을 공유해 보여준 것. 해당 유튜버는 “요즘 김태현 사건으로 다들 많이 불안해하는데, 향수처럼 비싼 제품은 지울 때 사용하지 말고 값싼 물파스로 쉽게 지우면 된다”며 “물파스 성분 중 하나인 멘톨의 유화작용으로 쉽게 잘 지울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택배 송장 주소 정보를 삭제하는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안 롤러 스탬프, 택배 송장 개인정보 지우개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 전영정(46) 씨는 “솔직히 귀찮아서 그냥 버릴 때도 종종 있었는데,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따로 뜯어서 버렸다”며 “쿠팡에서 스탬프나 지우개도 파는 것을 봤는데, 스스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해야 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당 소식에 네티즌들은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참 불안한 세상이다. 이렇게까지 물파스로 운송장 주소를 지워야 된다니”, “김태현이 택배 기사 이름 팔아서 택배 기사가 무서워서 문도 못 여는 세상이 왔다”, “애초에 법이 강해서 범죄 예방이 되어야 하는데, 오죽하면 이렇게 스스로 예방하려고 할까”, “알코올을 분무기에 넣고 송장 주소 정보에 뿌리면 글씨 전체가 지워지더라”, “요새 많이 사용하는 손세정제도 도움이 됩니다. 다들 조심합시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조금 더 강화해 줬으면 좋겠다”, “범행을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하지 않을까 무섭다”, “이건 당연한 일 아니었나? 택배 송장 주소정보는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자취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택배 포비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취생 정은희(22) 씨는 “평소 택배를 시킬 때마다 주변에서는 수취인 이름을 바꾸라고 하는 등 이야기가 떠올라서 더 무섭다”며 “처음에는 택배를 받는 것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받고 나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지(21) 씨도 “자취할 때 가장 걱정된 점이 택배였는데, 엄마나 친구들이 무조건 혼자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남자 신발이나 옷이라도 놓아두라고 말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택배에 부착된 정보도 일일이 제거해야 하는 것 같아서 혼자 사는데 택배를 쉽게 시키기에는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한편 택배 포비아는 김태현 사건으로 인해 시민들 사이에서 ‘택배’ 관련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김태현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김태현이 택배 상자를 보고 주소를 알아냈다는 것은 부정확한 내용”이라며 “이미 언론에서는 수사당국이 피해자가 주소가 적힌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내면서 김태현이 주소를 알게 됐다”고 택배와는 관련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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