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웃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밤... 삼삼오오 '술판'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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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웃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밤... 삼삼오오 '술판' 벌여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5.2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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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일 현장 취재... 잔디원 등지에 수많은 인파 모여
20~30대들, 인근 술집 일찍 문닫자 2차 3차 장소로 선호
방역 비상 속 쓰레기 무단 투기 등 환경 문제도 야기
울산시, "문제 지속되면 6월 7일부터 폐쇄할 계획"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이 말은 코로나19가 1년 6개월째 기승을 부리면서 나온 일명 '코로나19 시대의 역설'이다. 날이 따뜻해져 야외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계속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시민들이 답답함과 피로감을 풀려고 나오면서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방역에는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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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밤 10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봄밤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술판도 벌어졌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지난 24일 밤 9시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 정원 소풍 마당(잔디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국가 정원 잔디원에 자리를 잡고 술 파티를 즐기려는 인파로 붐볐던 것. 밤 8시부터 점차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밤 9시가 되자 잔디광장 대부분을 채웠다.

잔디원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고 있는 시민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일부 시민들이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해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일부 시민들이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해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20대~30대 젊은 층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배달 음식을 손에 든 채 자리를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가 정원 잔디원 곳곳에서는 돗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나누며 배달 음식을 먹는 시민들도 있었다. 일부 시민 중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까지 세팅해 즐기는 모습들도 보였다.

태화강 국가 정원 앞 편의점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태화강 국가정원 앞 편의점을 찾는 시민들도 많았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태화강 국가정원은 근처에 많은 편의점을 끼고 있어 잔디원에서 파티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장소가 됐다. 단 1분 거리에 편의점이 위치해 있어 각종 음식들을 사 오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실제 편의점을 들락날락하는 시민들도 계속해서 볼 수 있었으며, 편의점 안이 인파로 가득 차기도 했다. 김 모(23) 씨는 “대부분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서 사 오는데, 부족하면 바로 또 편의점 뛰어가면 된다”며 “아무래도 바로 앞에 편의점이 많이 있어서 바로바로 사서 올 수 있는 점이 가장 좋고 술집보다도 저렴하게 술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여기 만한 장소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책에 나선 일부 시민들은 모여서 작은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밤에 산책하러 나선 어르신들을 비롯해 혀를 끌끌 차며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장 모(46) 씨는 “저건 아니지 않나 싶다. 다들 힘든 상황인 것을 누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좀 심하다. 열심히 방역 수칙 지키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헛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신 모(22) 씨도 “친구들이 SNS에 올리는 거 보고 설마 했는데, 실제로 와보니까 진짜 더 심한 것 같다”며 “나도 솔직히 술집이 일찍 문을 닫아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저기에 있다간 바이러스에 노출돼 함께 파티를 즐기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밤 10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임에도 배달 음식 등을 사 들고 정원을 향하는 발걸음도 적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저물수록 국가정원 잔디원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각종 SNS에는 태화강 국가 정원 잔디원이 인파로 가득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오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각종 SNS에는 태화강 국가정원 잔디원에 인파로 가득 찬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오면서 걱정하거나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사진: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코로나19 감염 위험뿐 아니라, 무단 쓰레기 투기 등 환경 오염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뿐 아니라, 무단 쓰레기 투기 등 환경 오염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와 관련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코로나19의 감염 위험과 더불어 쓰레기 무단 투기 상황을 비난하고 있는 것. 네티즌들은 “(태화강 국가 정원에) 쓰레기통을 아예 없애버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코로나19도 걱정되지만,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 “뻔히 쓰레기 무단 투기 현수막이 있는데도 쓰레기가 가득 차 있으니까 현수막만 궁색해 보인다”, “자기가 사용한 자리는 깨끗하게 치워주고 가는 게 기본 아닌가”, “요즘 울산에 코로나도 더욱 심해지는 것 같은데 쓰레기까지 저렇게 버릴 거면 아예 폐쇄가 답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담배꽁초(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태화강 국가 정원 주변에서 실제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담배꽁초(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태화강 국가정원에 몰려든 인파를 본 자영업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태화강 국가정원에 몰려든 인파를 본 자영업자들은 SNS에 글을 올리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태화강에 모여든 시민들을 보며 울분을 터트리는 자영업자도 있다. 최근 SNS에서 일부 자영업자들은 태화강 국가 정원에 몰려든 인파를 촬영해 인증 사진을 올리며 분노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밤 9시에 가게 문 닫고 (태화강 국가 정원에) 나와봤더니 별천지”라며 “이렇게 방치하면서 왜 자영업자에게만 밤 9시 영업 중단을 강요할까”라고 비난했다.

울산 중구 태화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로 영업시간 제한 등이 있어 솔직히 손님도 줄어들고 힘든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태화강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술 파티를 벌이고 있던데, (이런 상황이) 참 답답하기도 하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4시 태화강 국가정원 미화원들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트럭에 몇 포대나 쌓이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25일 오후 4시 태화강 국가정원 미화원들은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트럭에 많은 쓰레기 포대가 쌓여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태화강 국가정원 측은 계도활동을 하며 방역 수칙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울산시 태화강 국가정원 관리팀 관계자는 “다른 공원들과 다르게 태화강 국가 정원은 24시간 열려 있다 보니, 관리자들이 매일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계도활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주간 거리 지키기, 방역수칙 포맷도 설치하는 등 힘쓰고 있지만, 밤 10시 이후 술집이 문을 닫으면서 아무래도 2차, 3차로 태화강을 찾는 이상한 문화가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음주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단속할 때 보면 시민들이 술이 들어가면서 아무래도 소통이 어렵고 바람직하게 뒤처리를 하지 않고 가는 경우도 상당수”라며 “사람들이 지나간 잔디원 근처에 쓰레기가 가득 쌓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고 책임을 지는 바람직한 시민 의식이 가장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태화강 국가 정원 잔디원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 방역 수칙 미준 수 등 관련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시 오는 6월 7일부터 폐쇄될 예정이라는 현수막(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태화강 국가정원 잔디원에서 붙은 현수막. 쓰레기 무단 투기, 방역 수칙 미준 수 등 관련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6월 7일부터 폐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민주).

한편, 태화강 국가 정원 측은 잔디원에서 관련된 문제가 지속될 시 오는 6월 7일부터는 폐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태화강 국가 정원 관계자는 “현재 태화강 국가 정원 잔디원 이용객들은 텐트 설치 시에도 2m 간격을 잘 지켜주고 있지만, 이용 후 뒤처리 부분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생기고 주변 시민들이 코로나19를 우려하기도 한다”며 “아무래도 잔디밭이다 보니 관리 측면에서 문제 상황이 지속되면 내부적인 회의로 판단해서 폐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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