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상징 태화강, ‘죽음의 강’에서 청정 ‘국가정원’으로 기적의 부활
상태바
오염 상징 태화강, ‘죽음의 강’에서 청정 ‘국가정원’으로 기적의 부활
  • 취재기자 김수빈
  • 승인 2020.11.06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들, 태화강 되찾기에 팔 걷고 나서 국가정원 지정 이끈 일등 공신
십리대숲, 태화루 등 신선한 공기와 꽃과 야경으로 전국적 휴식지로 발돋음
뉴딜사업,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로 태화강 변신은 미래진행형

‘태화강의 기적’ 태화강 국가정원.

기차를 타고 울산에 가는 길인데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께서 “왜 공장이 안 보이나? 아직 울산이 아닌가?”라고 물으신다. 울산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업 도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 울산은 ‘생태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울산시 중구 태화동 667번지에 위치한 태화강 국가정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제2호 국가정원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적 생태공원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인 태화강 국가정원은 면적 약 83만 5000m²로 울산시 중구와 남구 일원에 위치해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인 태화강 국가정원은 면적 약 83만 5000m²로 울산시 중구와 남구 일원에 위치해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KTX 울산역 바로 앞에서 358, 807, 857, 5003번 급행 버스를 타고 태화루에서 하차하면 된다. 소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다. 일반버스 요금은 성인 1300원, 청소년 900원, 어린이 500원이고, 급행버스 요금은 성인 37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3500원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태화강 국가정원 공영 주차장인 울산시 남구 신정동 1513번지를 검색해 주차장을 찾으면 된다.

태화강은 울산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기 때문에 울산에서 태화강을 찾기는 결코 어렵지 않다. 태화강 국가정원 역시 면적이 약 83만 5000m²로 사방이 트여있어 출입구가 많기 때문에 출발한 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이나 편한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태화강 국가정원 이용요금은 무료이며, 연중 상시 개방돼 있어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울산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요즘 태화강 국가정원의 방문객이 줄어든 실정이지만, 2020년 6월 기준 올해 방문자 수는 약 11만 9000여 명에 달한다.

만남의 광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태화강 국가정원이라고 적힌 큰 구조물이 보인다. 수목원정원법에 의하면, 국가정원이란 국가가 조성·운영하는 정원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2019년 7월 11일에 지정된 우리나라 제2호 국가정원으로, 2015년 9월에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 국가정원 이후 약 4년 만의 일이다. 울산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태화강 국가정원은 국가공원 지정을 통해 국비 지원,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관광객 유치 등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태화강 국가정원 만남의 광장에 있는 구조물. 이 구조물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가면 작약원, 무궁화정원, 태화루가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대나무, 오산광장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태화강 국가정원 만남의 광장에 있는 구조물. 이 구조물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가면 작약원, 무궁화정원, 태화루가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대나무, 오산광장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태화강변이 국가정원으로 발전한 것은 ‘태화강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60년대 울산의 산업화 이후 공장의 오·폐수, 생활 쓰레기 등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고, 생태계 파괴로 인해 태화강은 일명 ‘죽음의 강’이 됐다. 이러한 심각성을 깨달은 울산시는 2002년부터 ‘태화강 부활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생활 오·폐수와 빗물 분리하기, 불법 어로 행위 단속 등 많은 행정기관과 기업체, 민간단체 등이 수질 개선사업에 참여했고, 울산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시민 환경감시단’을 조직하여 정화활동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태화강 둔치 일부에 아파트가 건립되자, 사람들은 ‘태화들 1평 사기 운동’을 벌여 태화강변 보전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태화강의 수질은 1~2급수를 회복할 수 있었고, 울산시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 친수공간, 기타 녹지와 편의시설을 조성해 지금의 태화강 국가정원을 이뤘다. 울산시 태화동에서 24년째 거주 중인 김현종(58) 씨는 “20년 전엔 태화강 물고기가 떼로 죽었던 일이 있었을 정도로 태화강이 정말 더러웠다”며 “현재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깨끗하고 멋있게 변한 게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도. 무궁화정원, 나비생태원, 대나무생태원, 향기정원 등 다양한 테마정원과 주차장, 화장실, 안내소 등 편의시설이 잘 나타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도. 무궁화정원, 나비생태원, 대나무생태원, 향기정원 등 다양한 테마정원과 주차장, 화장실, 안내소 등 편의시설이 잘 나타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태화강 국가정원의 자랑 ‘십리대숲’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산책길. 십리대숲은 울산시 남구 무거동에서 중구 태화동에 걸쳐 태화강을 따라 펼쳐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산책길. 십리대숲은 울산시 남구 무거동에서 중구 태화동에 걸쳐 태화강을 따라 펼쳐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태화강 국가정원 만남의 광장에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대나무들이 우거진 대숲이 보인다. 대나무숲이 태화강을 따라 십 리(약 4km)에 걸쳐 펼쳐져 있다고 해서 ‘십리대숲’이라 불리는 이곳은 폭이 20~30m이고 전체 면적은 약 29만m²이다. 대숲이 언제 형성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하지만 고려 중기의 문장가인 김극기가 <태화루시서>에서 대나무숲을 언급한 것과 1749년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대나무밭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 시대부터는 이 지역에 대숲이 형성돼 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이곳 주민들이 백사장 위에 대나무를 심어 잦은 홍수 범람을 막고자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몰 후 십리대숲에서 볼 수 있는 은하수길의 모습. 대나무숲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알록달록한 LED 조명들이 대나무를 향해 쏘여져 마치 은하수를 보고 있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 느껴진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일몰 후 십리대숲에서 볼 수 있는 은하수길의 모습. 대나무숲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알록달록한 LED 조명들이 대나무를 향해 쏘여져 마치 은하수를 보고 있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 느껴진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해가 지면 대나무숲에서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하나씩 밝아오는 길이 있다. 바로 오산광장 십리대숲 산책로 입구에서 300m 정도 걸어가다 보면 펼쳐지는 은하수길이다. 은하수길은 일몰 시간부터 밤 11시까지 운영되며, 대나무숲 곳곳에 설치된 LED 조명 덕에 별이 쏟아지는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별빛에 둘러싸인 듯 멋진 인생샷을 얻을 수 있다. 박선주(22, 울산시 중구) 씨는 “가끔 산책하러 태화강변에 올 때면 꼭 은하수길에 들렸다 간다. 태화강변에서 해가 지는 걸 본 뒤, 은하수길에 와서 예쁜 불빛들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며 웃으며 말했다.

 

태화강의 고래다리 ‘십리대밭교’

울산시 중구 태화동과 남구 신정동을 잇는 태화강의 인도교 중 하나인 십리대밭교.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조각상은 여름철 태화강 대숲을 찾아오는 철새인 백로의 조각상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울산시 중구 태화동과 남구 신정동을 잇는 태화강의 인도교 중 하나인 십리대밭교.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조각상은 여름철 태화강 대숲을 찾아오는 철새인 백로의 조각상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십리대밭교 전경. 야간에는 다리에 불이 밝혀져 다리의 원형적 조형미와 더불어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고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일명 고래다리로도 불린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십리대밭교 전경. 야간에는 다리에 불이 밝혀져 다리의 원형적 조형미와 더불어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고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일명 고래다리로도 불린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대나무숲에서 왼쪽으로 돌아 야외공연장 방향으로 걸어가면 십리대밭교가 보인다. 싶리대밭교는 비대칭형 아치교로 울산의 상징인 백로와 고래를 형상화해 만들었다 하여 일명 고래다리라고 불린다. 십리대밭교 위를 걸으면 시원한 강바람을 느끼며 태화강 국가정원의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십리대밭교는 울산시 중구 태화동과 남구 신정동을 잇고 있어 사람들이 태화강 국가정원을 이용하기 편리하지만, 십리대밭교 위 자전거 통행 금지가 잘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김민수(24, 울산시 중구) 씨는 “다리 위로 지나다니는 사람들 안전 때문에 자전거 통행을 금지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다들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며 “특히 저녁 시간엔 사람도 많은데, 다리 위를 건널 때만큼은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멸실돼 다시 복원된 ‘태화루’

해가 진 뒤 태화루의 야경. 고층 빌딩과 고전 건축물의 묘한 대조가 압권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해가 진 뒤 태화루의 야경. 고층 빌딩과 고전 건축물의 묘한 대조가 압권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십리대밭교를 지나 펼쳐진 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웅장한 누각이 있다. 바로 울산시 중구 태화로 91-2번지에 위치한 태화루다. 태화루는 사실 구체적으로 언제 건립됐는지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건 997년 성종이 태화루에 올라서 여러 신하에게 잔치를 베풀었다는 <고려사>의 기록으로 보아 고려 초에 존재한 것 사실로 보인다. 또한, 임진왜란 직전까지 태화루를 읊은 시문이 남아있는 걸로 보아 전란 직전이나 전란으로 멸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1902년 발간된 <울산읍지>에는 임진병란에 불탔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후 태화루는 오랜 시간 다시 세워지지 못하다가 2007년 울산시의 ‘태화루 복원 기본계획’ 용역을 바탕으로 2014년 5월 14일 준공됐다.

태화루의 기둥은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나온 형태인 ‘배흘림’ 양식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누각 아래 태화강 용금소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에 따라 대들보와 서까래에는 용이 그려져 있다. 처마 가장자리에도 울산의 대표적인 설화인 처용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처용설화는 동해 용의 아들이 신라 왕정을 보좌하다가 아내를 범한 역병 귀신을 물리치고 문신이 됐다는 처용에 관한 설화다.) 태화루 주변으로는 면적 731m²의 태화루 공원도 조성돼 있는데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산책로, 휴게실과 화장실 등 편리 시설이 잘 구성돼있다. 김대영(46, 울산시 남구) 씨는 “태화루에 산책하러 오는 걸 좋아한다”며 “태화루는 낮에 와서 보는 것도 좋지만, 밤에 볼 수 있는 야경도 멋있다”고 감탄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내 무지개정원의 전경. 분수의 물줄기가 솟아오르고 있고, 오른쪽엔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태화강 국가정원 내 무지개정원의 전경. 분수의 물줄기가 솟아오르고 있고, 오른쪽엔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노을이 지는 시각에 촬영한 태화강 국가정원의 산책로. 양쪽에 보이는 노란 꽃들은 국화정원의 국화꽃이며, 그 뒤론 억새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가을철 태화강 국가정원을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노을이 지는 시각에 촬영한 태화강 국가정원의 산책로. 양쪽에 보이는 노란 꽃들은 국화정원의 국화꽃이며, 그 뒤론 억새가 가득하다. 사람들은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가을철 태화강 국가정원을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빈).

올해 7월, 울산시는 제13차 울산형 뉴딜사업으로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엔 백리대숲 스카이워크, 태화강 가든 브릿지, 실내식물원, 국가정원 랜드마크(남산전망대) 건립, 민간·공동체정원 발굴 및 지원 등이 포함되며, 오는 2025년까지 125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울산시는 발표했다. 울산시청 관계자는 “울산시의 새로운 뉴딜사업을 통해 더 발전된 태화강 국가정원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며 태화강 국가정원의 미래 전망을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