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칼럼] 동남권 메가시티, 상상인가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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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동남권 메가시티, 상상인가 현실인가
  • 논설주간 박창희
  • 승인 2021.01.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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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 제안에 부울경, 여당, 청와대 등 호응
수도권 대응 균형발전 전략... '플랫폼 경제' 구축 과제
남북한 통일, 유라시아 진출 등 거시적으로 안목도 필요

동남권 메가시티(mega city)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논의에 힘이 붙어 뭔가 일이 되겠다는 기대가 커져간다. 앞서 몇차례 제기되곤 했던 부울경 협력 또는 통합 논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부울경 광역 단체장이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고, 정부 여당, 국무총리, 국회의장, 대통령까지 힘을 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녹색 뉴딜’에 동남권 메가시티 사업을 실을 뜻도 내비쳤다. 특별법 제정이 논의되는 ‘가덕도 신공항’은 동남권 메가시티의 또다른 날개다. 민간 주도의 '동남권발전협의회' 활동도 원군이 되고 있다. '동남권은 하나다!'라는 구호가 어느 때보다 실감나게 와닿는 요즘이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안목 

‘동남권 메가시티’는 약 2년 전 김경수 경남지사가 제안한 지역 이슈다. 요지는 부산·울산·경남의 800만 인구를 아우르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세부 권역별 발전 방안을 수립해 수도권에 맞서는 광역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 각 권역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비롯한 첨단 융합산업, 부산신항과 진해신항 등 메가포트를 활용한 동북아 물류 플랫폼이 이뤄지면 쇠락하는 부울경이 다시 비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균형발전’의 틀을 가져가되, 지역적으로 ‘분산’과 ‘집중’을 추구하는 전략인데, 꽤 설득력이 있다. 지역이슈에 둔감한 서울지역 언론들도 예사롭지 않게 보는 듯하다. 

김 지사의 구상이 흥미로운 건, 가덕신공항 추진을 전제로 ‘부산 중심’의 메가시티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기존 정치·행정 패러다임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수다. 경남지사가 경남보다 부산을 중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사진: 경남도청 홈페이지).
동남권(영남권) 메가시티 개념(사진: 경남도청 홈페이지).

메가시티의 중심을 부산으로 잡은 것은 부산이 동남권의 물류, 상업, 금융, 교육 중심의 종합도시 기능을 중시해서다. 이웃도시의 장점을 제대로 본 김 지사의 ‘안목’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부산항은 세계 5~6위권 컨테이너 항구로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철도가 연결되면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글로벌 물류허브가 된다. 여기에 24시간 운영되는 신공항이 결합되면 육·해·공 트라이포트가 완성된다. 결코 꿈이 아니다. 

#플랫폼 도시 만들기

동남권 메가시티는 ▲생활 ▲경제 ▲문화 ▲행정 4개 영역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전략으로 추진된다. 생활은 부울경 광역교통체제와 먹거리 공동체, 대학혁신 방안을 포함하고, 경제는 동북아 물류허브, 동남권 수소경제권, 동남권 아시아 스타트업 벨트 구축이 주요 사업이다. 문화는 동남해안 관광벨트와 아시아 문화 허브, 낙동강 생태관광 벨트 등을 통해 상생을 도모한다. 행정공동체는 동남권 거버넌스(특별연합)를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 추진 로드맵을 보면 지방자치법 개정('20.12.) → 동남권특별연합추진단 발족 → 동남권 특별연합 출범('22. 상반기)으로 나아간다. 지방자치법 개정은 이미 이뤄졌다. 

동남권 메가시티가 달성할 ▲생활 ▲경제 ▲문화 ▲행정 4개 영역의 공동체는 통합적으로 하나의 플랫폼 도시(경제)를 형성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도시 역시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기능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구글이나 네이버는 이용자가 몰릴수록 그것으로 정보 생산자를 끌어들이고, 정보 생산자가 몰릴수록 그것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다. 네트워크는 집중될수록 영향력이 확대된다. 플랫폼이 갖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어느 한 도시가 집중의 ‘임계질량(臨界質量)’을 돌파하면, 그때부터는 플랫폼처럼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한다. 임계질량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핵물질이 핵 연쇄 반응의 과정에서 스스로 폭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량을 말한다. 서울은 이같은 플랫폼의 위력이 발휘되는 글로벌 대도시다. 한국의 나머지 지역은 서울의 자장으로 갈수록 빨려 들어간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120조 원짜리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경북 구미의 구애를 뿌리치고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용인으로 간 건 플랫폼 경제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다.

수도권 집중을 법과 제도로 막아 균형발전을 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이 방법이 안 통한다. 서울 집중의 힘은 워낙 막강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마저 무력화 시킨다. 정부의 ‘분산’ 정책이 수도권의 ‘집중’의 힘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 집중은 사실 백약이 무효인 실정. 초저출산 사태도 따져보면 수도권 집중이 낳은 폐해로 봐야 한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이러한 국가적·지역적 과제를 풀어가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도권 플랫폼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또다른 매력 있는 대안, 독자적 발전축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 ‘균형발전 전략의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면서, 수도권은 그들대로 과밀을 피하면서 규제에 묶이지 않고 지역이 함께 사는 윈윈 전략이라는 점에서 메가시티는 높은 점수를 받는다.

동남권 광역 철도망 구축계획(사진: 경남 도청 홈페이지).
동남권 광역 철도망 구축계획(사진: 경남 도청 홈페이지).

#미래 한국을 내다보는 큰 그림

메가시티는 비단 동남권의 관심사만은 아니다. 충청권과 전라권에서도 아주 밀도있게 권역별 메가시티 플랫폼을 추진 중이다. 1000만 명 이상의 대도시를 만든다는 점에서 동남권은 앞으로 대구경북권을 포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울경은 인구가 약 800만 명이지만, 영남권으로 넓히면 약 1300만 명에 이른다. 덩치가 커지면 함께 할 일도 그만큼 많아진다. 대구 경북에서 반대하는 가덕 신공항 문제도 영남권이란 큰 틀에서 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메가시티가 한때 유행하는 개념이 아닌 지속가능한 이슈로서 힘을 얻으려면 하드웨어 전략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전략이 필요하다. 그 어떤 정책도 지역주민, 권역의 공감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열린 마음으로 지역자산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상생 통합을 말하면서 일방통행하면 될 일도 안 된다.

가덕 신공항도 빠른 추진이 능사가 아니다. 부울경 다수 주민이 찬성한다고 하지만, TK의 반대와 서울 언론들의 비판 여론이 엄존하다. 더욱이 부산의 시민환경단체 중에서도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의 환경, 코로나 시대의 토건주의, 가덕도 원형 훼손 등을 들어 가덕 신공항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메가시티는 궁극적으로 지역과 주민, 공동체를 위한 미래 전략이다. 눈앞의 효과만 봐선 안된다. 진짜 중요한 가치는 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남권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 나아가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전체가 같이 잘 사는 구상이 중요하다. 메가(mega)만 생각하면 그 덩치에 눌려 질식한다. 크게 사고하되, 가려진 것을 '새롭게'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새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 한국을 염두에 둔다면, ‘서울+평양 메가시티’라는 획기적인 발상도 필요하다. 앞으로 북한이 한반도의 미래 성장동력, 유라시아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세계적 투자 귀재 짐 로저스는 지금도 “북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최첨단 교통 통신망에 의한 초고속 네트워크 도시,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 세계 투자자들의 자유로운 투자가 이루어지는 거대 비즈니스 허브. 메가시티는 이러한 상상을 현실화하는 희망 전략이 될 때 의미가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그림일까, 현실일까. 아직까지는 상상에 가깝지만,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는 메가 이슈다. 수도권 집중, 초저출산, 양극화 심화로 지금 대한민국호는 갈 길을 잃고 있다.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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