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서울공화국’ 사라지지 않는 한 부동산 문제 해결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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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서울공화국’ 사라지지 않는 한 부동산 문제 해결 안 된다
  • 논설주간 송문석
  • 승인 2020.07.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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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들의 강남 부동산 선호현상은 서울공화국에서 비롯
'똘똘한 한 채' 집착하는 공직자들 지방은 안중에도 없다는 신호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으로 서울 집중화 막아야 집값 문제 해결돼

“박병석 국회의장, 서울 서초구 아파트 2016년 34억 원에서 올해 57억 7500만 원으로 4년 만에 23억 8350만 원 올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충북 청주시 아파트 중 반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발표했다가, 50분 뒤 “반포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혀”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경기 과천과 서울 공덕동 주택 2채 시세 2017년 5월 13억 5000만 원에서 올해 6월 기준 시세 30억 1500만원으로 올라”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에 서민들 배신감 커

최근 며칠 신문에서 본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실태 기사의 일부다. 기자들이 취재한 것도 있고 경실련이 발표한 것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정도로 주택정책에서 헛다리를 짚는 동안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으로 얼마나 재산을 불렸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 한강변에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 더팩트 제공
서울 한강변에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사진: 더팩트 제공).

경실련이 발표한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재산을 조금 더 살펴보자.

“김조원 민정수석 주택 2채 11억 3500만 원(21억 4000만 원→32억 7500만 원), 강민석 대변인 11억 2250만 원(15억 8750만 원→27억 1000만 원), 이호승 경제수석 6억 3000만 원(10억 1500만 원→16억 4500만 원), 유송화 전 춘추관장 5억 1000만 원(9억 6500만 원→14억 7500만 원)씩 올라." 2017년 5월에서 2020년 6월 현재 오른 부동산 재산이란다.

기사를 읽으면서 놀라고 허탈한 것은 고위공직자들 대부분이 다주택자라는 사실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으며 다주택 해소에 소극적이라는 사실도 아니었다. 고위공직자들이 언제는 그러지 않았던가. 국민들은 고위공직자들이 정권을 떠나서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을 특히 좋아하고, 기회만 닿으면 아파트 상가 토지 등을 마구 사들였다는 사실을 재산공개 때마다 확인해왔기 때문이다.

정작 내가 경악한 것은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불과 2~3년 사이에 몇 천 만 원도 아니고 10억, 20억 원을 앉은 자리에서 불렸다는 사실이다. 부산이 명색 제2의 도시인데도 최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이 10억을 넘기가 힘든데 서울에서는 아파트 한 채가 2~3년 만에 10억, 20억이 올랐다니 이게 정상인가. 부산 시민은 30, 40평대 아파트 한 채를 대출까지 끼고서야 한 채 마련하면 내 집 마련의 소원을 풀었다고 행복해하는데 서울 시민은 가만히 앉아서 3년마다 부산 아파트 3~4채 정도의 재산을 불리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똘똘한 한 채’가 2~3년에 20억 오른 건 비정상의 극치

이런 얘기를 하면 서울사람들은 “아파트를 팔아야 돈이 되는 것이지 계속 살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거나 혹은 “그 집 팔아서 서울 안에서 이사해봐야 그곳도 올라 있어 그게 그거다”는 둥 하나마나한 흰소리를 한다.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의 재산이 수십억 원이라는 자부심을 뻐기고 한편으로는 ’지방의 촌놈‘을 눈 아래 내려다보며 무시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20대 후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같은 회사에 같은 날 취직해 서울에서 근무하느냐, 지방근무를 하느냐에 따라 퇴직할 때면 재산 차이가 10배까지도 날 수가 있는 게 지금의 구조다. 서울 근무를 한다고 해서 월급을 특별히 더 받는 것도 아니고 10배 더 일하는 것도 아닌데 서울의 아파트를 사서 갖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그렇게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만약 부산에서 근무하다가 서울로 발령받아 부산의 아파트를 팔면 그 돈으로 서울에서 전세 얻기도 힘들다. 반대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부산 발령을 받으면 서울 집을 전세 내놓고 받은 돈으로 부산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사고도 남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박 의장 측은 부동산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현재 다주택자도 아니라며 언론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는 시선에 대해 억울해한다. 기자 생활을 하던 때부터 이 집에 40년간 실거주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만하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서울공화국’에 근본 원인 있어

40년 전인 1980년 무렵 박 의장이 이 아파트를 얼마에 매입했는지는 모르겠다. 새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지, 아니면 기존 아파트를 샀는지도 모른다. 다만 1977년부터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고, 정부가 주택가격안정을 위해 1983년 국민주택규모(전용 85㎡) 초과 주택 분양가를 3.3㎡(1평)당 134만 원으로 못 박았다는 기사를 확인했다. 만약 박 의장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이 정도 가격에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의장이 40년째 보유하고 있다는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박 의장은 전용면적 197㎡(60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어떤 신문사는 한 공인중개사의 말을 빌려 “호가가 현재 65억~75억”이라며 일부 언론의 57억여 원보다 높다고 전했다. 나로선 박 의장의 반포주공아파트가 시세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신문기사대로라면 최소 57억에서 최대 75억 사이 어디쯤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부산에서 전용면적 197㎡ 아파트 가격은 얼마나 될까?

갖고 있던 아파트 2채 중 서울 아파트 대신 지역구인 청주의 아파트를 팔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울 반포의 한신서래아파트라는데 전용면적이 45.72㎡(13.85평)이다. 현재 시세가 무려 10억 9000만~11억 원 선이란다. 이러니 지역구 아파트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보듬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2~3년만 지나면 10억, 20억 원의 재산이 불어나고, 값이 오른 그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갭투자로 다른 아파트를 사서 재산을 부풀리는 일이 반복되는 동안 부산을 비롯한 지방은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에 허덕인다. 그러다 지역에서도 아파트 값이 갑자기 들썩이는 현상이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난다. 웬일인가 싶어 주위에 물어보면 “서울 돈 많은 사람들이 버스 타고 내려와 아파트를 ‘줍줍’하고 있다”거나 “어디 아파트를 서울사람들이 싹쓸이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서울사람들에게 지방의 아파트는 마치 옷이나 화장품 값 정도 밖에 안 되는지 ‘원정 쇼핑’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서울에는 평당 1억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는 판에 부산의 아파트 가격이 그들에게는 쇼핑백에 쓸어담는 화장품 수준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지역은 서울 투기세력의 원정 쇼핑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물론 모든 서울 사람들이 수 십 억 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지도 않고, 모든 아파트가 자고나면 몇 억씩 값이 뛰지는 않을 것이다.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지 못한 대부분의 서울 시민들이나 외곽으로 밀려난 ‘무늬만 수도권 시민’들은 술자리나 밥자리에서 누가 아파트로 수십억을 벌었다는 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분노지수가 오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집값은 기본적으로 땅값에서 결정된다. 일자리를 찾아 사람이 몰리고, 인구가 늘어나면 주택수요가 높아지고, 뒤이어 교육시설 복지시설 상업시설 의료기관 등이 몰리게 된다. 한정된 땅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고급 일자리가 많을수록 땅값은 더욱 오르고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좋다는 모든 것을 모두 가지고 있고 지금도 돈과 사람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공화국’이 오늘날의 ‘미친 집값’의 배후 주범인 셈이다.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없이는 부동산 문제 해결 불가능

지난해 전체 인구의 50.002%의 인구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고 국토연구원은 밝혔다.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다보니 수도권은 터져나갈 듯이 과밀화되고 있고, 서울의 집값은 자고 나면 뛰어오른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절대 다수의 젊은이들은 서울에 올라가 일자리를 얻어도 ‘도시 빈민’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세금폭탄을 터뜨린다고 해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건 순진하다. 문재인 정부가 21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기본으로 재산을 불려온 ‘부동산 기술자들’은 오히려 정부 정책을 디딤돌 삼아 더 높게 부의 탑을 쌓아올렸다. 이번 22번째 부동산 대책에도 이들은 “어마, 무서워라” 엄살을 부리면서 뒤로는 희희낙락하고 있을지 모른다.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은 지방분권이고 지역균형발전이다. 지방에 일자리가 많고 살기 좋다면 서울로,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갈 일도 없고 서울 집값이 투기대상이 될 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정부 정책결정권자 상당수가 서울, 특히 강남3구에 살고 있는 마당에 이들에게 지역균형발전은 ‘똘똘한 한 채’를 포기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말로는 균형발전을 외치지만 수도권 집중정책을 계속한다. 수도권에 신도시 건설을 계속하고, 수도권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고, 수도권 주택공급을 한다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만지작거린다.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목이 터져라 외쳐봐도 이들이 “인천공항 와서 비행기 타면 되지 돈 들여 왜 지방에 공항을 세우느냐”며 외면하는 것도 마찬가지 심사가 깔려있다.

중국 하나라 요 임금 시대에 큰 홍수가 빈발해 백성들의 고통이 극심하자 곤(鯀)에게 치수사업을 맡겼다. 곤은 강가에 제방을 쌓아 물을 차단하는데 전력했다. 9년 동안 치수사업을 했으나 실패해 결국 처형당했다. 곤을 이어 치수사업을 맡게 된 아들 우(禹)는 아버지의 실패를 면밀히 연구했다. 우는 물을 막기보다는 물길을 파서 순리대로 흐르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험준한 산과 강을 넘어가며 물길을 터 13년 만에 치수사업을 완공해 중원의 수재를 말끔히 해결했다. 우 임금 이야기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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