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가덕신공항, 플로팅 해상공항 건설 적극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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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가덕신공항, 플로팅 해상공항 건설 적극 검토할 만하다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2.12.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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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수심 깊어 인근 국수봉 발파 매립할 경우 개항은 2035년 6월에나 가능
활주로는 부유체 모듈 육상 제작해 해상서 결합하고 터미널은 매립하는 하이브리드 공법 제안
일본 해상공항 메가플로트 프로젝트 1000m 활주로서 350회 이착륙 테스트 완벽하게 성공해
어떤 공법 적용하더라도 2030 세계박람회 이전에 가덕신공항 개항하는 전제조건 지켜져야

지난 2000년 일본 요코스카의 스미토모중공업 앞바다에 길이 1000m, 폭 121m, 깊이 2m의 활주로가 떴다. 말 그대로 바닷물 위에 철제로 만든 활주로가 둥둥 띄워진 것이다. 일본 내 12개 조선소와 5개 철강회사가 참여한 메가플로트기술조합이 190억 엔을 투입해 만든 부유식 해상구조물이었다. 철제 박스 형태의 모듈을 육상에서 만들어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미쯔이조선의 수중용접기술팀이 용접해 서로 결합시킨 것이다. 물론 일본은 이에 앞서 길이 300m, 폭 60m, 깊이 2m짜리 해상구조물을 1단계로 만들어 자신감을 얻은 뒤였다.

요코스카 해역에 설치됐던 해상공항 실증실험용 메가플로트(페이즈Ⅱ=1000×121×3m, 2만3600평)에서 항공기 착륙시험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국토해양부 제공).
일본 요코스카 해역에 설치됐던 해상공항 실증실험용 메가플로트(페이즈Ⅱ=1000×121×3m, 2만3600평)에서 항공기 착륙시험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국토해양부 제공).

일본 국토교통성은 메가플로트 공항에서 60인승 YS11기종 항공기로 350여 회의 이착륙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파도로 인해 활주로가 움직이는데도 계기착륙 유도장치에는 영향이 없었다. 파일럿들도 육상공항과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해저소음 영향으로 해양생물 서식지에 대한 영향도 미미했다.

2001년 일본 국토교통성 ‘메가플로트 공항 조사위원회’는 1000m급 메가플로트공항에서 이착륙테스트를 거친 뒤 상세평가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4000m 규모의 메가플로트 공항도 충분히 실현가능하다. 보잉747 같은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기술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지난 14일 부산시가 주최하고 해상스마트시티 조성 민관합동TF와 미래도시혁신재단이 주관한 제1회 해상스마트시티 포럼에서 가덕신공항을 플로팅공항으로 건설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왔다. 조용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플로팅 해상공항 제안’을 통해 가덕신공항의 공기를 앞당기고 매립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플로팅공법이라고 주장했다.

가덕신공항 조감도(사진: 부산시 제공).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시는 왼쪽의 활주로는 플로팅공법으로, 오른쪽의 신공항 터미널은 매립식으로 건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사진: 부산시 제공).

메가플로트(Megafloat)는 해양과학과 토목, 건축, 조선, 철강 기술의 결정체다. 선진국들은 대도시 근처 바다에 초대형 부유식(부체식) 해상구조물을 만들어 공항, 레저타운, 에너지저장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조용식 교수는 “가덕신공항을 플로팅 해상공항으로 건설하는데 있어 일본이 충분한 건설경험과 테스팅 자료를 갖고 있어 우리로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는 수심이 15~30m, 연약지반이 25~45m나 된다. 활주로는 파고를 고려했을 때 바다 수면 위 표고가 15m는 돼야 한다. 결국 지반개량과 성토 높이가 60~90m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매립식 공법을 적용하면 가덕도 국수봉을 발파해 매립하는데만 6년 반이 걸린다. 전체 공사기간으로 따지면 9년 8개월이 걸려 가덕신공항 개항 예상날짜는 2035년 6월이 된다. 지난 4월 국토부가 완료한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결과다.

이렇게 되면 2030 부산엑스포가 유치되더라도 신공항을 이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치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부산세계박람회가 유치되면 관광객만 3480만 명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에서 엑스포가 열리는 부산북항 엑스포역까지 오는 길이 물 흐르듯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해외에서 오는 바이어와 관광객이라면 항공편을 이용해 24시간 운영하는 가덕신공항에 내려 엑스포역으로 가는 철도편이나 승용차, 택시를 이용해 엑스포전시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2030년까지 가덕신공항 건설이 불가능하다면 부산엑스포 유치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외국 관광객이 부산에 오려면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셔틀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김해공항으로 오는 불편한 루트를 감수해야 한다. 미주지역이나 유럽으로 여행을 가본 부산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한지를 안다. 특히 태풍 안개 폭설 등 기상상태가 나쁜 계절이면 부산 사람들은 당일 아침 부산에서 비행기가 제때 떠서 인천공항에서 떠날 수 있을지, 차라리 안전하게 하루 전 KTX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 하룻밤을 자고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게 나을지 몰라 조마조마하게 된다. 가덕신공항이 2030 전에 완공되지 않는다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부산엑스포에 오라고 유치전을 펼칠 수가 있을까.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월드 엑스포(세계박람회). 부산시가 정부와 함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앞으로 10~20년 사이에 한국이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최대 규모 국제 행사이기 때문이다. 부산으로서도 날로 침체되고 있는 도시의 활력을 되찾고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설 도약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부산세계박람회의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산업연구원에서 추산한 것을 보면 생산유발 효과 43조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18조 원, 고용창출 50만 명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에 한국은 물론 부산의 매력을 알리고 이것이 다시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유형 무형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리는 부산북항 일대 박람회장 조감도(사진: 부산시 제공).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리는 부산북항 일대 박람회장 조감도(사진: 부산시 제공).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엑스포 개최역량, 교통과 숙박 등 박람회장 개최 시설, 국민적 열망 등이 충족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통 접근성은 매우 중요하다.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이라면 항공편과 철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용식 교수는 활주로는 육상에서 사전 제작한 부유체 모듈을 해상에서 결합하는 방식으로 하고, 신공항 터미널은 매립식으로 건설하는 게 최선이라고 제안했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혼합 조성방식이다. 공사기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향후 공항 확장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매립면적도 전체를 매립하는 것보다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가덕신공항을 부체식으로 건설하게 되면 사실상 세계 첫 사례가 된다. 초대형 부유식 공항 건설은 해양기술이 축적된 부산과 동남권의 기업 및 인재가 건설에 참여하고 이러한 기업의 기술과 인력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세계 메가플로트 프로젝트에 획을 긋는 사례가 될 것이며 표준이 될 수도 있다. 부산시가 가덕신공항의 플로팅 공법을 제안하는 데 대해 국토교통부가 어떻게 판단할 지는 미지수다. 어떤 공법, 어떤 건설시공법이 선택되더라도 2030년 전에 완공되어야 하는 것은 지상과제이다.

‘퍼스트 펭귄’이 바다에 뛰어들 때 가슴 저 밑바닥에서 쿵쾅거리는 두려움과 싸워 이겨야 한다. 활주로 4000m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플로팅공항은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돼 가능하다. 수많은 생명과 화물을 싣고 24시간 이착륙하는 공항의 안전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학의 영역이고, 기술이 해결해야 하는 분야이다. 우리가 할 일은 미리 안된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의 용기이고 선도의식이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 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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