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총살 화형당했는데 눈뜨고 지켜만 봤나" 정부와 군에 거센 비판
김정은, 통지문 보내 “남녘 동포들에게 실망감 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
북측, "소각한 것은 부유물"이라며 시신 불태웠다는 남측 주장에 대해 부인
24일 군 당국은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은 21일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 중 실종돼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된 것이 확인됐고, 이후 오후 10시까지 약 6시간 동안 사살·시신훼손이 이뤄졌다.
북한의 이런 행위에 대해 우리 군이 공식 조치를 취한 건 상황이 끝난 23일 오후 4시 35분이었다. 유엔사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실 확인 통보를 요청한 것이다. 군은 이에 대해 “우리 영토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즉각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정부와 군에게 국민은 “국민이 총살·시신훼손당했는데, 두 눈 뜨고 지켜만 보았냐”는 비판이 일었다. 국민들은 정부와 군에 실망감을 갖는 건 물론, 북한에 적대감을 품기도 했다. 탈북민이나 어업 등의 이유로 남쪽으로 온 사람들은 평화적으로 돌려보내는데, 우리나라의 국민을 총살·시신훼손한 북한의 대응은 너무나 반인륜적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한 북한을 강력 규탄하는데 나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북한은 오늘 25일 오전에서야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준 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5일 오전 북측에서 온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은 ”22일 저녁 황해도 강녕군 연안에서 정체 불명의 인원 1명이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해 북한군에 의한 사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검을 불태웠다는 정부의 발표에 관해서는 “소각한 것은 부유물”이라며 해명했다. 그리고는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람이 죽었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되느냐”며 분노하기도 했다. 일부는 “사과가 아니라 변명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들은 “김정은이 지휘하지 않은 일이고 이미 북한은 접경 접근할 때 사살한다고 보고한 적 있다. 박왕자 사건 당시에도 내부규정에 의한 부분에서는 북한이 사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대응을 예상했으나 사과한 건 가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감탄했다.
■다음은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 전문이다.
청와대 앞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령해 깊이 불법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하여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 데 의하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우리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으며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하였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하였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합니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우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하였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상과 같습니다.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의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시었습니다.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리해를 바랍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2020년 9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