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온라인 도박중독 심각...최근 4년간 13배 폭증 사회문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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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온라인 도박중독 심각...최근 4년간 13배 폭증 사회문제화
  • 취재기자 안시현
  • 승인 2020.06.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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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금 충당 위해 학교폭력 비롯한 범죄 저지르기도
스마트폰 이용한 온라인도박으로 불법 수렁에 쉽게 빠져

청소년들의 도박중독에 대한 우려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도박자는 최근 4년간 13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은 학교 안보다 학교 밖 청소년이 더 많다. 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도박을 통해 불법적인 도박을 한다. 도박을 스마트폰으로 쉽고 간단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이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도박
국내 도박 중 불법 온라인 도박 비율이 가장 크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청소년의 문제성 도박 경험사례는 성인의 3배에 이른다. 문제성 도박이란 도박중독을 이르는 용어다. 문제성 도박자의 유형은 두 가지로, 긴장완화 및 도피추구 도박자와 강박성 도박자로 나뉜다. 긴장완화 및 도피추구 도박자는 부정적 감정을 피하기 위해 도박하는 사람을 말한다. 강박성 도박자는 모든 정신이 도박에 빠져 모든 부정적인 결과를 무시하는 사람이다. 학업 스트레스가 강한 청소년이 도박에 쉽게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소년의 도박중독은 아직 발달을 덜 끝낸 상태에서 중독된다는 점이 특히 더 위험하다. 청소년기에는 뇌 발달 특성상 중독에 가장 약한데, 인내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고등학생 시기까지 발달하기 때문에 도박에 노출되는 것은 뇌 발달에 해를 끼쳐 참을성 없고 충동적인 성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전두엽이 덜 발달된 청소년은 충동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기 위해 도박에 빠질 위험이 크다.

또한, 전두엽이 덜 발달돼 충동성으로 과한 돈을 걸고 도박에 임하기 때문에 청소년도박이 성인도박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즐기는 도박은 주로 달팽이 경주, 온라인 사다리, 빙고게임 등이 있다. 이런 도박을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규칙이 간단하고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점 때문에 침투력이 높다. 처음엔 장난삼아 100원, 500원으로 시작한 판돈이 나중에 1만 원까지 키워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 성인보다 경제력이 약한 청소년이 감당하기 버겁다.

부족한 도박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도박을 하는 청소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범죄는 폭행, 절도, 협박, 갈취, 사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번 n번방 사건 수사과정에서 청소년이 성착취물을 2차 유포하여 도박사이트로 이끌었던 혐의가 밝혀져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2018년까지 5년간 도박문제로 형사 입건한 청소년은 402명에 이른다.

불법도박을 하다가 소액대출에서 제3금융권까지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높은 금리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으로 가정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중고 사이트에 허위 정보를 게시해 사기범죄에 손대기까지 한다. 2019년 3월 13일에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도박에 빠져 도저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의 빚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청소년의 도박 실태가 소개됐다.

다른 청소년을 도박에 끌어들이기 위해 브로커 역할을 하는 청소년도 있고, 바람잡이 역할을 맡는 청소년도 있다. 이런 도박 사이트는 다단계 조직처럼 이루어져 있어, 이미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다른 청소년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해 도박을 하는 다른 청소년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이렇게 도박하는 청소년은 비슷한 부류의 청소년들과 어울리면서, 도박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과는 고립된다. 도박을 하지 않는 부류의 청소년이 소위 ‘인싸’라고 불리는 도박하는 무리에 끼고 싶어 도박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도박은 주로 도박업체가 청소년들에게 ‘공짜 돈’을 쥐어주며 전파시킨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청소년도박 전파력의 원인으로 ▲또래집단을 통한 빠른 전파 ▲건전한 놀이문화의 부재, ▲온라인게임과의 모호한 경계성 ▲인터넷·스마트폰 보편화 ▲어른의 대응력 부족 등을 꼽았다. 이어 “청소년 도박문제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청소년이 도박을 접하지 않게끔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도박중독 문제는 청소년도 성인도 혼자 이겨내기 힘들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주변의 따뜻한 시선과 본인의 이겨내려는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는 현재 도박중독을 겪는 사람을 위해 국번 없이 1336을 통한 24시간 전화상담 및 홈페이지(www.kcgp.or.kr) 에서 인터넷 채팅상담 넷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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