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도 좋지만 우리에겐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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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도 좋지만 우리에겐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 부산시 해운대구 조재민
  • 승인 2020.12.03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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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사용 자제하는 ‘디지털 디톡스’··· 취미생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SNS 사용 시 느끼는 감정, 도박 기기 사용할 때와 유사··· 전자기기 중독 우려

최근 나는 소셜미디어의 폐해와 알고리즘의 양면성을 다룬 영화 <소셜 딜레마>를 봤다. 영화에선 SNS 업계 전문가들이 마치 양심선언이라도 하듯 SNS의 문제점에 대해 토로한다. 이들은 지금의 소셜미디어가 이용자들을 끊임없이 중독시키기 위한 설계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소셜미디어 사용 중 피드를 새로 고침할 때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 슬롯머신(동전을 투입구에 넣으면 작동하는 전자 도박 기기)의 레버를 내릴 때 느끼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digital)과 디톡스(detox)를 결합한 용어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사진: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digital)과 디톡스(detox)를 결합한 용어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SNS를 할 때 새로 고침을 하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화면을 스와이프하는 습관이 있었다. 새로운 소식이 피드에 나와서 나를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일종의 기대감 때문이다. 이 감정을 느끼는 게 도박 기기를 사용할 때 느끼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니, 영화를 보고 나서는 새로 고침하기가 두려웠다. 단순히 SNS 중독이라는 충격을 넘어서 나 자신이 현실의 내가 아닌 가상세계의 나를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 속 나는 외출을 안 하다 보니 ‘확찐자(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살이 급격하게 찐 사람을 비유한 신조어)’가 되고 있는데, SNS에 비친 내 모습은 한껏 꾸민 멋지고 잘난 모습이지 않는가? 영화를 보고 나서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디지털 거리두기’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는 휴대폰을 늘 끼고 살았다. 잠들기까지 마주하는 것도 스마트폰 화면이었고, 아침에 일어날 때 나를 깨우는 것도 스마트폰이었다.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디지털 디톡스란 몸속 유해 물질을 해독하는 말인 디톡스(detox)와 인터넷·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사용을 합친 단어다. 즉,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잠시 휴식하는 것이다.

나는 디지털 디톡스의 일환으로 자기 전에 ‘나이트 모드’ 기능을 설정했다. 나이트 모드를 실행하자, 기상 알람을 제외한 모든 알림 기능이 꺼졌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보다 더 개운하게 숙면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평소에 못했던 취미생활도 시작했다. SNS와 넷플릭스를 보는 대신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고, 햇살이 좋은 오후엔 잠깐의 산책으로 몸을 움직였다.

나는 공원에서 산책하다 기이한 현상을 봤다. 한 부부가 유모차를 끌며 걷고 있었는데, 각자 한 손에 폰을 보면서 가고 있었다. 심지어 유모차 안의 아이까지도 유모차 내에 설치된 기기로 키즈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유모차를 밀면서도 가족은 아무런 대화 없이 스마트폰만 바라봤다. 그러다 아이의 엄마가 폰을 주머니에 넣고 “오늘 뭐 먹을까?”하며 말문을 트자, 그제서야 가족의 대화가 시작됐다. 나는 이 가족을 보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한 가족의 대화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인간이 스마트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이 인간을 지배하는 경우는 우리 일상 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창밖의 풍경, 생활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모두 느끼지 못한 채 버스, 지하철의 사람들은 모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에만 시선을 집중한다. 스마트폰이 ‘습관’이 돼버린 요즘, 갑자기 스마트폰을 내려놓긴 쉽지 않다. 하루에 사용 시간을 정해 천천히 거리를 두는 것은 어떨까? 미처 보지 못했던 계절의 변화, 주변 사람들의 얘기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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