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독립서점 북그러움 김만국 대표, “책 파는 게 아니라 ‘교류’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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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독립서점 북그러움 김만국 대표, “책 파는 게 아니라 ‘교류’를 팝니다”
  • 취재기자 김해영
  • 승인 2019.11.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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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중 제주도 독립서점에서 매력 느껴 설립에 도전
부끄러움 많다며 친구들이 지어준 서점명 북그러움이 ‘신의 한 수’
작가와의 대화, 책 토론회 등 잦은 행사로 교류와 소통 실천
부산 서면 전포카페거리에 위치한 독립서점 북그러움(사진: 취재기자 김해영).
부산 서면 전포카페거리에 위치한 독립서점 북그러움(사진: 취재기자 김해영).

부산 서면 전포 카페 거리에 있는 독립서점 ‘북그러움’은 오래된 건물 2층에 있다. 건물 외부는 허름하고 낡은 느낌을 주지만, 계단을 오르는 순간, 북그러움 내부에서 나오는 특유의 아기자기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조금은 고상한 듯한 북그러움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서점 주인은 젊은 김만국(34) 씨다. 그는 어떤 연유로 독립서점 주인이 됐을까?

“‘북그러움’의 이름은 나의 성격으로부터 생겨났다.”

‘북그러움’의 이름은 다름 아닌 김 씨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게 되면서 생겨났다. 그는 기존에 존재하는 독립서점 이름들이 00서점, 00책방처럼 돼 있는 게 딱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유한 느낌의 이름은 없을까?’라고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너, 부끄러움이 많으니까, 북그러움 어때?”라는 말에 책방 이름을 북그러움으로 정하게 됐다. 북그러움이라는 이름이 좋았던 이유는 “‘부끄러움’과 연상이 되는 언어유희 같기도 하고 ‘북’이 책이라는 의미가 있으니까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고 김 씨가 말했다.

그가 ‘북그러움’이라고 서점 이름을 지었다고 했을 때는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다. 그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점 이름을 북그러움으로 밀고 나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가 “서점 이름 좋다”는 것이어서 이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김 씨가 말했다.

북그러움이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독립서점을 내게 되면서 책방 주인으로서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당시에 자신은 출판업에서 일했던 것도 아니고, 작가 출신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점을 낼 때, 내가 감히 책방 사장, 책방지기를 한다고 말하고 다녀도 되는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서점 이름을 생각하면서, 서점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만국 씨가 독립서점을 처음에 알게 된 것은 2017년 1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후 하게 된 배낭여행이었다. 배낭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단다. “그 당시에 나는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싶었다”고 김 씨가 말했다.

전국을 배낭여행으로 돌아다니던 중, 그는 제주도와 서울에서 처음으로 독립서점을 발견하고 들어가 구경하게 됐고, 그때 그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독립서점이라는 게 있었는지도 몰랐고, 기존에 알고 있던 서점과 너무 느낌 달라서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직장 생활할 때 주변에서 한 명이라도 “나에게 독립서점이라는 게 있다고 말해주었다면, 조금 더 일찍 독립서점을 차리지 않았을까?”라고 김 씨가 말했다.

독립서점을 차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여행 후 서울이나 제주도처럼 부산에도 독립서점이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가 찾아본 결과, 부산에도 독립서점이 있지만 여행 중 봤던 독립서점에서 느꼈던 감정과 운영 방식이 달랐다. 그는 “그저 책 판매 위주가 아니고 사람들과 ‘교류’가 있는 책방을 차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마음을 먹게 된 이후에 부랴부랴 준비하고 바로 서점을 차리게 됐다.

독립서점을 차리는 과정과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그동안 서점을 차리는 게 맞는지 안 맞는지 고민을 수없이 했다.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사업 계획서도 작성하고, 책과 관련된 사람도 만나고, 독립서점에 대한 강연회도 수없이 갔다. 또, 독립서점 문화는 일본에서 형성됐기 때문에 일본에도 몇 번 다녀오고 그랬지만, 그는 준비하면 할수록 독립서점을 차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이유는 돈 문제였다. “다들 독립서점은 사업으로써 돈이 안 된다고 했고, 반대도 심했다”고 김 씨가 말했다.

북그러움의 11월 일정 및 행사 안내(사진: 북그러움 인스타그램).
북그러움의 11월 일정 및 행사 안내(사진: 북그러움 인스타그램).

주변의 반대에도 결국에는 그가 독립서점을 차리게 된 이유가 있었다. “직장 생활할 때 남부럽지 않게 돈을 많이 벌었지만, 행복하지 않고 불행했다. 그 당시에는 돈은 안 되더라도, 재밌게 일하자, 또 많이들 찾아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독립서점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북그러움과 일반 서점의 다른 매력은 바로 ‘교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반 서점에서도 구매자와 소통할 기회가 있지만, 북그러움처럼 교류가 중심적이지 않다. 하지만, 북그러움에서는 교류가 중심이기 때문에 독자들, 구매자들이 좋아하는 작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행사도 많고, 좀 더 활동적”이라고 김 씨가 말했다.

북그러움의 또다른 매력은 일반 서점과 달리 혼자서 운영한다는 점이다. “일반 서점은 직원을 고용하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서점에 무슨 책이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북그러움은 나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안다”고 김 씨가 말했다. 그는 “책을 이제 막 읽으려는 분들에게는 일반 서점보다는 독립서점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그러움의 행사 안내, 행사 참여 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서점 벽에 빼곡이 붙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해영).
북그러움의 행사 안내, 행사 참여 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서점 벽에 빼곡이 붙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해영).

북그러움에서 교류라고 하면 소통하는 행사를 말한다. 그는 인스타그램으로 북그러움의 행사 일정, 책 신규 입고 정보를 알리고 있다. 행사는 주로 작가와 함께 하는 북토크 행사, 독서모임 등이 있다.

‘원하나 북토크’ 프로그램은 책 만드는 일만큼 독서모임 꾸리는 일을 좋아하는 출판사 대표이자 독서모임 기획자인 원하나 씨와 11월 3일에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독서모임 운영에 대한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독서모임하는 사람들을 안내해 주는 토크쇼였다.

‘심야책방’ 프로그램은 11월 16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했다. 행사 내용은 한 시간 동안 개인이 준비한 책을 읽는 것이고, 남은 한 시간은 자신의 인생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새롬 북토크’는 11월 23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장새롬 작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원근우 북토크’는 11월 30일 밤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원근우 작가와 대화, 책에 대한 내용을 나눌 수 있는 행사다. 이 모든 행사 참여 방법은 북그러움 인스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그러움의 책 진열대 사진, 주로 에세이가 많다(사진: 취재기자 김해영).
북그러움의 책 진열대 사진, 주로 에세이가 많다(사진: 취재기자 김해영).

북그러움의 책 선별 기준은 자신의 취향 반, 손님들의 취향 반이다. 김 씨 취향은 주로 B급 소설, 한국 소설, 잡지 등이다. “보통 북그러움처럼 독립서점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에세이를 선호한다, 그래서 진열된 책의 반은 에세이”라고 김 씨가 말했다. 또, 독립 출판을 하는 사람들도 거의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소설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이라서 약간 어렵고, 에세이가 사람들에게 접근하기가 더 쉬운 것 같다”고 김 씨가 말했다.

인터뷰하면서 수줍어하는 김만국 씨의 옆모습(사진: 취재기자 김해영).
인터뷰하면서 수줍어하는 김만국 씨의 옆모습(사진: 취재기자 김해영).

그에게 살아가면서 독립서점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물었다. 김 씨는 현재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게 되면서 점점 더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 굳이 수많은 일 중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술집을 차리는 것”이며 “그저 술, 안주만 파는 것이 아닌, ‘교류’가 중심인 술집을 차리고 싶다”고 그는 대답했다. 그에게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인생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했다. 지금은 책으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나중에 하고 싶은 것도 술로 교류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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