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시장 명물, ‘영국이네’ 떡볶이는 할머니 손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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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시장 명물, ‘영국이네’ 떡볶이는 할머니 손맛이야!”
  • 취재기자 김하은
  • 승인 2019.11.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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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떡볶이 가격 100원에서 200원으로 인상이 고작
떡볶이 비법은 고향 산청 산 고춧가루, 그리고 정성
국내 유명 먹방 BJ들 다녀간 후, 국내외서 손님 줄이어

부산 동래구 금정시장에는 유명한 200원 떡볶이집이 있다. 이곳은 먹방 BJ들의 부산 필수 순례지로 꼽히고 있다. 시장으로 들어가면 한 할머니가 철판 위에 고추장을 풀고, 각종 재료들을 튀김 옷에 묻혀 튀기고, 어묵 국물을 국자로 퍼준다. 이 할머니가 바로 떡볶이집 사장인 정순달(68) 씨다. 정순달 할머니는 시장 안에서 ‘영국이네’라는 떡볶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매서운 솜씨로 어묵을 요리하고 있는 정순달 할머니는 금정시장의 명물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매서운 솜씨로 어묵을 요리하고 있는 정순달 할머니는 금정시장의 명물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경남 산천에서 태어난 정순달 할머니는 1975년 24세 때 부산으로 터전을 옮긴 후 풀빵과 호떡을 팔았다. 그러던 중 떡볶이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 정순달 할머니는 떡볶이집을 운영하기 직전 가게 이름을 정해야 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이름이 영국이네였다. 아들 이름이 ‘영국’인데 옛날 사람들은 누구네 엄마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어서 주변에서 자신을 “영국이 엄마”, “영국 엄마”로 불렀기 때문에 그렇게 가게 이름을 붙였다. 가게 이름을 결정한 후, 1988년 1월 17일부터 영국이네 떡볶이집은 영업을 시작했다. 연탄불을 쓰던 시대부터 가스 불을 쓰는 지금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영국이네는 올해로 ‘창사’ 31년이 다 되어간다.

정순달 할머니가 운영하는 영국이네에서는 떡볶이 떡 하나를 200원에 팔고 있다. 이 외에도 튀김은 100원에서 200원, 닭꼬치는 작은 건 500원, 큰 건 1000원에 판다. 요즘 생긴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에 비해 엄청나게 값이 싸다.

김말이 튀김, 순대 튀김, 새우튀김, 고추 튀김 등 다양한 튀김들은 영국이네의 자랑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김말이 튀김, 순대 튀김, 새우튀김, 고추 튀김 등 다양한 튀김들은 영국이네의 자랑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정순달 할머니의 떡볶이집은 값이 쌀 뿐만 아니라 맛도 일품이다. 떡볶이 맛의 비결은 바로 고춧가루에 있다. 고춧가루의 원산지는 할머니가 태어난 경남 산청이다. 1년에 100근, 약 200만 원의 고춧가루를 구매하여 고추장을 만들고, 만든 고추장을 떡볶이 만드는데 사용한다. 정순달 할머니는 “경남 산청의 고춧가루는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순 국산”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내산 산청 고춧가루를 써서 만든 할머니표 떡볶이(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국내산 산청 고춧가루를 써서 만든 할머니표 떡볶이(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영국이네를 처음 시작했을 때 새끼손가락만한 떡을 가지고 떡볶이를 만들었던 정순달 할머니는 그때 떡 하나를 100원에 팔았다. 할머니는 31년이 지난 지금 떡의 크기는 엄지손가락만 해졌지만, 가격은 그전 가격보다 100원밖에 더 안 받고 단돈 200원에 팔고 있다. 정순달 할머니는 “남는 건 없지만 내 식구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고 팔고있다”고 말했다.

영국이네 떡볶이집에 가면 냉장고, 찬장, 벽에 사진이 가득히 채워져 있다. 사진은 주로 가족, 친구, 손자의 사진들이다. 정순달 할머니는 사진을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냉장고 문이 반투명해서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 가리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고, 밋밋한 냉장고를 꾸밀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진을 붙여 놓은 가장 큰 이유는 사진을 앨범에 넣어두면 잘 안 보게 되고, 또 보고 싶을 때마다 가족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붙여놓고 수시로 보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사진 붙여놓은 게 하나의 인테리어 포인트”라고 말했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가족, 친구 사진들. 이 사진이 영국이네 집의 인터리어 포인트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냉장고에 붙어있는 가족, 친구 사진들. 이 사진이 영국이네 집의 인터리어 포인트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정순달 할머니는 작년 2018년 2월쯤 영국이네로 찾아온 특별한 손님을 만났다. 바로 유명 먹방 BJ ‘나름’이다. 나름은 영국이네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먹고는 진짜 학교 앞에서 컵에 담아먹던 그런 맛, 추억의 맛이라며 자신이 떡볶이를 먹는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이 영상은 220만 조회 수를 돌파했고 큰 화제가 되어 ‘엠브로’를 시작으로 ‘권회훈’, ‘급식왕’, ‘떵개’, ‘제넌’ 등 유명 먹방 BJ들이 찾아와 여기서 영상을 찍고 갔다. 할머니는 “나름이가 대박 안 쳤냐, 나름이가 찾아오고 그 뒤로 다 찾아왔다”고 말했다. 나름에 이어 영국이네를 방문한 엠브로는 요즘 떡볶이는 매운맛만 나오는데 그걸 먹다가 영국이네 떡볶이를 먹으니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다며 떡볶이집을 호평했다.

유명 먹방BJ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난 후 영국이네는 제주, 서울 등 부산으로부터 먼 곳에 살고 있는 손님들이 찾아왔다. 손님들은 배 터질 만큼 시켜서 먹었는데 이 정도 가격밖에 안 나왔다, 옛날 떡볶이 맛이 난다, 그리운 맛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경애(5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요즘 애들이 먹는 떡볶이는 조미료 맛이 너무 강하고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진다. 이곳의 깔끔한 옛날 떡볶이가 최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게 오른쪽 벽에 영국이네를 다녀간 먹방 유튜버들의 사진을 걸려있다. 그후 영국이네는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이게 됐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가게 오른쪽 벽에 영국이네를 다녀간 먹방 유튜버들의 사진을 걸려있다. 그후 영국이네는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이게 됐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가게 왼쪽 벽에 영국이네를 다녀간 먹방 유튜버들의 사진을 걸려있다. 영국이네 집의 상징과도 같은 사진들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가게 왼쪽 벽에 영국이네를 다녀간 먹방 유튜버들의 사진을 걸려있다. 영국이네 집의 상징과도 같은 사진들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은).

유튜브의 파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갔다. 해외에서 부산으로 여행 온 사람들도 영국이네를 들렀다 갔다. 정순달 할머니는 방송 이후 일본, 대만, 캐나다, 홍콩, 호주, 네팔 등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가게로 찾아왔고, 방송을 보고 전국의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손님도 많았다. 할머니는 “외국 손님들이 유튜브 보고 찾아올 때마다 대화가 안돼서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순달 할머니는 올해 6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먹고살기 위해 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는 “영국이네를 죽을 때까지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예전보다 장사는 훨씬 잘 되지만 워낙 값이 싸다 보니까 손님은 많아도 큰돈은 못 번다고 할머니는 활짝 웃는다. 언뜻 소탈하고 너그러운 우리 할머니 얼굴이 겹쳐진다. 떡볶이 할머니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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