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음악과 커피향의 콜라보"... 부산 이색 책방 3선(選)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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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음악과 커피향의 콜라보"... 부산 이색 책방 3선(選) 순례
  • 취재기자 김희선
  • 승인 2020.11.1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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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방 dear', 어른이 읽는 그림책도 펼치게 만드는 곳
'스테레오북스', 책과 함께 재즈 음악 공연 열어 독자 불러
'나락서점', 책방 주인이 책 소개 메모를 책표지에 붙여 눈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최근 책 판매와 독서 모임 이외에도 다른 ‘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책방들이 등장하고 있다. 획일적인 도서관 분위기와 달리 사람들과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아늑한 이색 책방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들리기도 하고, 때론 마니아층들의 ‘작당’ 무대가 되기도 한다. 시빅뉴스는 부산에 위치한 ‘이색 책방 3곳’을 선정해서 둘러보았다.

그림책방 dear

‘그림책방 dear’는 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 해운대 대우 아파트 상가에 자리잡고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그림책방 dear’는 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 해운대 대우 아파트 상가에 자리잡고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 상가 안 쪽에는 그림책방이란 이색책방이 있다는 이색적 간판이 그 위치를 이색적으로 알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 상가 안쪽에는 그림책방이란 간판이 그 위치를 이색적으로 알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한 ‘그림책방 dear’는 회원들이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글을 쓰는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이색 책방이다. 부산 라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현역 방송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이기도 하다. 책방지기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라디오 방송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책방은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낮 2시부터 밤 21시까지만 문을 연다.

그림책방에는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붙어있는 소파 두 개와,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오붓한 내부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그림책방에는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는 소파 두 개와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그림책방 dear에는 일반 베스트셀러나 서적들은 없고 해외 그림책을 위주로 판매한다. 서가에는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온 원서 그림책들이 진열돼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도 있다. 그림책은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것들이다. 어른용 그림책을 파는 게 그림책방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림책방 안에는 한 눈을 사로잡는 독특한 그림책들이 진열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그림책방 안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그림책들이 진열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그림책방의 벽에도 따뜻한 조명 아래 여러 그림책들이 진열돼 있고 그림책 만들기 클래스 안내 사진도 붙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그림책방의 벽에도 따뜻한 조명 아래 여러 그림책들이 진열돼 있고 그림책 만들기 클래스 안내 사진도 붙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방인 만큼 주로 방문하는 손님들은 20대 초반부터 50대다. 여성 손님이 많다. 그림책방 dear는 책 판매와 동시에 블로그, 인스타그램 공지를 통해서 회원을 모아 그림책 만들기 클래스를 운영한다. 그림책 만들기 클래스는 대략 4개월 정도 진행하며 4~5명 정도를 모집한 후 직접 자신만의 동화책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책에 들어가는 그림은 자유롭게 각자 그리고, 동화 속 글은 서로 읽어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쓴다. 그림책방 dear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직접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며, 출판하는 길을 알려준다.

책방 주인 임수진 작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그림책방 dear를 열였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책방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잡다한 생각들이 없어진다. 책방은 내게 매우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임수진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란 책에서 앨리스가 구멍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듯이 그녀에게 책방은 다른 세계로 이끄는 마술의 통로라고 설명한다. 임 작가는 “우리 책방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이상한 나라로 이끄는 ‘하얀 토끼 구멍’입니다. 간판도 없고 상가 안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면, 완전 새로운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스테레오북스

이색책방 ‘스테레오북스’는 부산 수영구 민락본동에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이색책방 ‘스테레오북스’는 부산 수영구 민락본동에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어두운 골목에서 은은한 불빛을 밝히고 있는 ‘스테레오북스’는 한 번 안으로 들어오고 싶은 호기심을 갖게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어두운 골목에서 은은한 불빛을 밝히고 있는 ‘스테레오북스’는 한 번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부산 수영구 민락동 어두운 원룸 거리에 불빛이 밝은 한 서점이 있다. ‘스테레오북스’는 재즈 펍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고, 책을 살 수 있는 이색 책방이다. 주인 이건휘 씨는 회사 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2019년 봄부터 스트레오북스를 열게 됐다고 한다. 수요일은 휴무고 주말은 오후 1시에서 저녁 7시까지 서점을 열며, 평일엔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한다. 평일과 주말의 사이인 수요일에 쉬는 게 이 서점을 더욱 이색적으로 보이게 한다.

스테레오북스의 조명은 은은하다. 벽과 책장, 그리고 테이블의 색상도 은은하고 고급스럽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방 안에서 편안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스테레오북스의 조명은 은은하다. 벽과 책장, 그리고 테이블의 색상도 은은하고 고급스럽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방 안에서 편안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스테레오북스 서가에는 분야별로 꽂혀 있는 책과, 음악을 듣는 스트레오와 관련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스테레오북스 서가에는 분야별로 꽂혀 있는 책과 음악을 듣는 스트레오와 관련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스테레오북스는 음악과 관련된 행사를 연다. 음악가를 섭외해서 테이블을 다 치우고 내부에서 한 달에 한 번 음악 공연을 개최한다. 전자 악기 없이 통기타 등으로 편성된 어쿠스틱 재즈 공연도 했고, 최근에는 반주 없이 생목소리 컨셉으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에는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윤진경, 조연희, 박주영 세 명의 싱어송라이터들을 초청해서 생목소리와 통기타로 구성된 공연을 열렸다. 이를 즐기려면 회비 2만 원을 내면 된다. 평소에는 그냥 책방이지만, 한 달에 한 번 음악 공연장으로 바뀌는 것이 스테레오북스만의 특징이다.

주로 손님은 40대에서 50대 연령층이다. 동네 주민 중 연세가 많은 분들이 오기도 하고, 간혹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보고 오는 20대들도 있다. 주말에는 20~30대가 자주 오는 편이고, 평일에는 주로 동네 주민들이 자리를 채운다.

스트레오북스에는 책 뿐만 아니라 음악 공연도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을 보여주는 음악 앨범과 추억의 LP가 진열돼 있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스트레오북스에는 책 뿐만 아니라 음악 공연도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을 보여주는 음악 앨범과 추억의 LP가 진열돼 있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다른 서점들에서 찾기 드문 재즈와 관련된 책은 물론 음악과 관련딘 책들이 많이 진열돼 있는 게 스테레오북스만의 전문성이며 이색성이기도 하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다른 서점들에서 찾기 드문 재즈와 관련된 책은 물론 음악과 관련딘 책들이 많이 진열돼 있는 게 스테레오북스만의 전문성이며 색다름이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진열된 책을 보면, 음악과 관련된 책 비중이 다른 서점보다 크다. 음악 중에서도 재즈와 관련된 책들이 많고, 주로 독립 서적이 진열돼 있다. 또 일반 카페처럼 음료도 시켜서 먹을 수 있다. 이건휘 씨는 “우리 책방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무나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동네 책방이다. 동네 분들께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책방"이라고 말했다.

나락서점

나락서점은 부산 남구 전포대로에 자리잡고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나락서점은 부산 남구 전포대로에 자리잡고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기분이 나락이나 지하로 빠질 것 같을 때 방문하기 좋다는 의미를 가진 나락서점은 이름과 일치하는 듯 지하에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나락서점 입구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기분이 나락이나 지하로 빠질 것 같을 때 방문하기 좋다는 의미를 가진 나락서점은 이름과 일치하는 듯 지하에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나락서점 입구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부산 남구 전포대로 지하 1층에는 이색 책방이 하나 있다. 바로 '나락서점'이다. 인생에서 침체기가 오거나 나락으로 빠질 것 같을 때 방문하라는 의미를 가진 나락서점은 지하에 위치해서 공간이 아늑하고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은 작지만 그 안에서 주는 안정감은 나락서점만의 독특한 분위기다. 나락서점은 연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독서모임과 글 모임을 연다.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은 주로 여성 작가나 독립작가가 쓴 책으로 고른다. 오는 12월에는 천선란 작가가 쓴 <천개의 파랑>이란 장편 소설로 독서모임을 연다. 인원은 8명으로 한정 모집하고, 책방 운영자 이마음 씨와 신청자 8명이 함께 한 달에 한 번 모여 책을 논한다.

나락서점의 책 표지엔 낯선 메모지가 붙어 있다, 그 메모지에는 책방 주인이 책을 고르는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 소개 몇 마디가 정성스럽게 적혀 있다. 이것만큼 이색적인 책방은 아마 이 세상에 없으리라(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나락서점의 책 표지엔 낯선 메모지가 붙어 있다. 그 메모지에는 책방 주인이 책을 고르는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 소개 몇 마디가 정성스럽게 적혀 있다. 이것만큼 이색적인 책방은 아마 이 세상에 없으리라(사진: 취재기자 김희선).

서점의 책들에게 손님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책들 표지마다 붙어있는 메모지다. 메모지에는 나락서점 운영자가 책을 사고 싶은 손님들에게 책 내용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몇 마디가 정성스럽게 젹혀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라는 책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메모지가 붙어 있다. 주인의 정성이 넘치는 이 나락서점에서는 손이 저절로 메모지에 끌러 책으로 간다.

나락서점 안은 테이블 3개 정도와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쇼파가 두 개 있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나락서점 안은 테이블 3개 정도와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쇼파가 두 개 있다(사진: 취재기사 김희선).

주로 처음 방문하는 분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이곳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한다. 20~30대가 많이 방문하는 편이고, 독서모임이나 글짓기하는 손님들은 단골로 자주 방문한다.

이마음 씨는 “저희 나락서점은 조금 오글거리지만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을 때 위로가 되는 공간이다. 조용히 앉아서 생각할 수 있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책과 함께 다른 일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이색 책방에는 일반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책과 분위기와 이벤트가 있다. 바쁘고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은 조용한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 보고 앉아서 책을 읽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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